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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본 '공상과학영화'는 '과학'보다는 '공상'에 가까웠다. 가상현실, 로봇, 무인자동차, 우주여행 등. 대단히 경이로웠지만 그저 '상상 속의 세계'였다. 이것이 막상 현실이 되었을 때 정말로 우리 눈앞에 '유토피아'가 펼쳐질지, 아니면 기계와 인간이 생존을 건 전쟁을 벌이는 '매트릭스의 세상'이 될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누구나 '유토피아'를 바라겠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디스토피아'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제 우리는 '매트릭스' 속 네오가 그러했듯이 미래 사회가 던지는 질문에 본격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 당신은 빨간 약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파란 약을 선택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시대가 온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교보문고 펴냄 / 2015.01. / 1만5000원)
 <유엔미래보고서 2045>(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교보문고 펴냄 / 2015.01. / 1만5000원)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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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미래보고서 2045>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견한 책이다. 솔직히 과학기술 분야에는 완전히 '문외한'인터라 읽을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두려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물론 책에서 예견하는 대로 미래가 펼쳐질지는 미지수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숙고할 부분이 있다고 보았다.

첫째, 우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속도에 너무 둔감한 것은 아닌가. 특히 이념적으로 왼쪽에 있을 수록 과학기술 문제에 더 무관심한 것 같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이것은 이상한 일이다.

누구보다 사회의 진보에 민감한 사람들이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가늠할 수 없는 변화를 분석하고,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책의 저자들은 과학기술의 변화 속도를 앞서는 선행 윤리 시스템의 필요성(339쪽)을 제기한다. 예컨대 개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이를 억제하기 위해 시민의 권리는 축소되어야 하는가. 혹은 도래하는 공유경제 시대에 필요한 윤리관은 무엇인가. 첨단과학기술을 첨단감시기술로 사용하는 정부와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이처럼 예상 가능한 위험요인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습득과 활용에서 기본이 되어야 할 윤리적 가치관(철학)과 집단 책임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미래에 기술발전 속도가 급속히 변함으로써 그 영향이 넓어져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기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으로 본다.

시기적으로는 2045년이다. 꼭 2045년이 아니더라도 AI와 로봇기술의 현재 발전 속도로만 놓고 보면 휴머노이드의 탄생, 인간과 로봇의 공존 시대가 점차 가까워오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변화를 눈 감고 모른 척 할 것인가. 제레미 리프킨이 '3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혁명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지금, 과학기술에 대한 무관심은 '우물 안 개구리'의 '지적 태만'이라 비난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

둘째,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상용화가 가장 먼저 잠식하는 건 인간의 일자리가 될 것이다. 기존의 문법을 넘어서 과학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노동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노동의 변화는 삶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인간의 노동이 기계에 의해 거의 대부분 밀려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래는 '혼돈' 그 자체일 수 있다.

책에서는 향후 20년 안에 등장하는 몇 가지 파괴적 기술이 수많은 일자리를 소멸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무인차량의 대중화로 인해 택시기사, 버스기사, 트럭기사, 주차 관리인 등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직종이 사라질 것이다. 무인기가 대중화 되면 택배 등 배송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중화 추세에 접어든 '3D 프린터'가 가져올 변화는 전방위적이다. 20시간 안에 집을 프린트 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지금의 건축업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가정용 3D 프린터는 무료나 저작권료를 지급한 설계도를 다운받는 것만으로 옷과 신발, 가방, 장난감, 주방용품 등을 프린트할 것이다. 당연히 이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자리는 소멸하게 된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의료계 분야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다. 3D 프린터를 통한 장기 복제부터 복잡한 수술은 로봇이 대신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의사라는 직업마저도 사라질 공산이 크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첨단 과학기술 장비를 다룰 수 있는 기술자가 대체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인간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더라도 일거리는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미래에는 평생 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대신, 단기 계약직이나 시간제 근로로 매번 새로운 일에 투입되어 다양한 직장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본다. 새로운 일을 수행하기 위한 기술의 종류는 계속 늘어나고 기술의 변화 역시 급격히 빨라진다. 계속 재교육을 받지 않으면 테크노 문맹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노동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이 부분은 기존의 문법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여전히 공상과학소설 속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18세기 미국 고용인구의 약 97%가 농업인구였던 것이 지금 2%로 줄었다는 사실, 즉 두 세기 동안 농업인구의 95% 이상이 트랙터와 같은 기술로 대체됐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새로운 생산의 시대의 도래는 명백하게도 대량 실업을 예고하고 있다. 대규모 변화는 경제와 사회 시스템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실업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대로 일자리가 아닌 창조적인 일거리 위주의 탄력적인 형태로 노동이 순조롭게 변화할 수 있을까.

여전히 극심한 빈부의 격차와 노동 경시 풍조, 턱 없이 모자라는 사회복지 수준으로 과연 미래의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여기에 위험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후변화와 화석연료의 고갈, 환경의 위기까지 보태어 놓으면 미래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해 진다.

"우리는 지금 세계 시장과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거의 노동자 없는 경제로 향한 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그 길이 안전한 천국으로 인도할 것인지 또는 무서운 지옥으로 인도할 것인지의 여부는 문명화가 제 3차 산업혁명의 바퀴를 따라갈 후기 시장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노동의 종말은 문명화에 사형 선고를 내릴 수도 있다. 동시에 노동의 종말은 새로운 사회 변혁과 인간 정신의 재탄생의 신호일 수도 있다.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 <노동의 종말> 본문 중에서

의학의 발달로 수명연장이 계속된다면 2045년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130세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쯤 되면 오래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지능을 탑재한 기계가 상용화되는 시대, 인간의 존엄성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유엔미래보고서 2045>(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교보문고 펴냄 / 2015.01. / 1만5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

박영숙.제롬 글렌.테드 고든 지음, 교보문고(단행본)(2015)


태그:#유엔미래보고서, #노동의 종말, #과학기술혁명, #3D 프린터,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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