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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 살. 성인이 된 누군가는 '한창 좋을 때'로 기억하고 있을 시절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그 의미와 상황이 좀 다른 듯합니다. 대입의 전초전인 '고입'을 앞두고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혹은 부모들이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줄 세우기, 경쟁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길을 찾는 등 애를 씁니다. 올해로 창간 15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세계 각국 15세 아이들의 현재와 그들의 고민을 담은 기획 '세계 속 15세'를 몇 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휴대폰에 뜬 벤의 성적표. '농업'과목이 A다.
 휴대폰에 뜬 벤의 성적표. '농업'과목이 A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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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삼삼오오 행사장 스탠드에 앉아 떠들고 있다. 그때 어디선가 큰 소리로 "성적표"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은 순간 긴장이 감돌고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낸 아이들이 코를 박고 열심히 손가락을 놀린다. 잠시 골똘히 들여다보는가 싶더니... 어떤 아이는 환호하고 어떤 아이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신다. 이번 학기 첫 번째 시험 결과가 뜬 것이다. 우리네 교실에서 익숙히 봤던, 똑같은 풍경이다.

"난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농부가 될 거야."

특히 벤(Ben Soewest)의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점수가 괜찮게 나왔느냐고 물으니 얼른 자신의 폰을 내 눈 앞에 갖다 댄다. 어려운 <기하학>을 B나 맞았다. 나머지는 다 A다. 특히 제일 자신 있는 농업 과목은 언제나처럼 A다. 벤의 장래 희망은 '농부'. 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 주의 작은 마을 아그로노미에 사는 벤은 어렸을 때부터 농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농부인지라 농사일은 벤에게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학은 노스다코타 주립대 농대를 갈 생각이야. 졸업하고 농사를 지으려구. 우리 집은 유럽에서 건너온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노스다코타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있거든. 할아버지하고 아버지도 이 학교에서 농사를 공부 했으니까 나도 그럴 생각이야."

15살 벤은 오늘(2월 13일)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대학의 농대 학생 클럽 주관 행사에 참석했다. <Saddle and Sirloin 클럽>,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등심과 채끝살(?) 클럽>쯤 되겠다. 학교에서 가장 큰 조직을 자랑하는 이 낙농 클럽의 '리틀 인터내셔널(Little-International) 행사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미네소타 바이킹 팬인 닉이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

왼쪽부터 벤, 아담, 닉. 9학년, 같은 반의 절친이다.
 왼쪽부터 벤, 아담, 닉. 9학년, 같은 반의 절친이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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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다코타 주에 사는 여덟 살부터 고등학생까지 65개 학교 4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였다. 내일은 대학생들의 모임이 예정돼 있다. 아침 7시 반부터 시작하는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어젯밤 미리 도착해 숙박을 한 학생들도 있다. 보통 버스로 4~5시간 이상 걸리는 서부 지역의 학생들이다. 그만큼, 농업에 관심 있는 지역 청소년들에겐 이날 행사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다.

하지만 벤처럼 장래 희망이 뚜렷한 학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반 친구 닉(Nick Eggmann)은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 장난기 가득한 볼 살을 씰룩 거리며 대답했다. "오늘 하루 수업을 빼먹을 수 있잖아." 그 말에 벤과 아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키득거린다. 2000년 5월생인 닉은 미국 나이로 14살이다. 새 학기가 8월말에서 9월초에 시작하는 관계로 9학년(9th Grade)은 14~15살로 구성된다. 미국은 초·중·고가 의무교육이지만, 그걸 구분하는 데는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닉은 형제가 없는 외동이라 친구들과 더 돈독하다. 특히나 벤처럼 농장을 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많이 부럽다. 북적거리는 형제들을 볼 때도 그렇지만, 자기 몫의 농사일을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볼 때도 그렇다. 하지만 닉은 아직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풋볼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매번 시합에 져서 속이 상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네소타 바이킹의 팬이다.

닉이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침 6시 반부터 시작하는 풋볼 연습에 닉은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 오전 수업 전엔 항상 풋볼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노스다코타 지역신문 <헤럴드>지는 이 지역 청소년의 평균 기상 시간이 7시 12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보통 8시경에 시작하는 학교 수업의 영향이다.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겐 닉과 같은 이른 기상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농구 연습을 위해 동도 트기 전인 6시까지 학교에 가는 동년배 친구도 있다.

닉은 미네소타 바이킹의 라인배커 채드 그린웨이를 우상으로 생각한다. 그처럼 멋진 플레이를 하기 위해 매일 새벽 졸음과 싸우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 말한다. 닉의 이런 열정 때문에 아빠는 아들과 같이 새벽 기상을 하고 있다. 은행원인 아빠는 차로 닉을 학교 연습장에 데려다 주고 출근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려면 새벽잠쯤은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8시 20분에 첫 수업 시작... 3시 30분이면 모든 수업 끝나

이날은 행사 참가에 의의를 뒀지만, 다음엔 꼭 상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아담(Adam Mark)은 2000년 2월 29일 생이다. 형과 여동생과 사이가 좋아 특별한 고민은 없다. 얼굴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아담도 보통 아이들같이 운동을 좋아한다. 그는 격일로 레슬링과 야구를 2시간 반씩 하고 있다.

TV에서 본 레슬링 선수들의 귀 변형을 걱정해주니, 안전구를 잘 착용한다며 레슬링 하는 이들 사이엔 오히려 자랑거리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레슬링은 미국 고등학교 남학생들에게 농구, 야구, 축구, 풋볼, 배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팀 스포츠다. 전국에 아담 같은 학생 선수들은 26만9000여명, 팀만도 1만688개나 된다. 청소년기 남자 아이들의 근력과 유연성, 협동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같은데 출전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냥 레슬링이 재미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레슬링 토너먼트인 카뎃-주니어 전국대회(The Cadet/Junior National Championships) 같은 데 참가하고 싶지만 지역 예선도 보통 힘든 게 아닌 걸 알기 때문인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노스다코타는 전국에서 등록된 레슬링 학생 선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라 선발 경쟁부터 불꽃을 튄다.

아담이 다니는 학교의 아침 수업은 8시 20분에 시작한다. 오전 11시30분~12시 사이 학교서 제공하는 점심 급식을 먹고 모든 수업은 오후 3시 30분에 끝난다. 숙제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셋은 그 때부터 각자 2~3시간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간다. 집에선 형과 여동생과 같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데,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닉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통 11시 정도에 잠자리에 들고 있다.

세 소년(벤, 닉, 아담)들에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물어봤다. 모두 난감한 표정이다. 최근에 읽은 책이 뭐냐고 물으니 서로 얼굴을 쳐다보기만 한다. 세 소년들 모두, 읽는 걸 싫어한단다. "미국 고등학생들의 읽기 정도가 초등 5학년 수준"이라는 청소년 독서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르네상스 러닝사의 2012년 조사가 빈말이 아니다 싶었다.

그들은 그냥 스마트폰 속의 SNS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은 친구들과 소통하는데 필수 도구라 놓을 수 없다면서 책에 대한 질문엔 딴청을 한다. 화제를 바꿔 혹시 여자 친구가 있냐고 하자, 더 난감한 표정이다. 세 아이들 모두 입을 맞춰 "여자 친구 따윈 관심 없다"고 소리친다. 너무도 강경한 대답이 반어법으로 들려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잠시 후 닉은 저쪽에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을 가리키며 나에게 속삭였다.

"저 여자애는 굉장히 똑똑해. 리더십도 있고."

미국 열다섯 살 친구들의 고민은... '성적'

브리아나. 네 형제 중 둘째로 수학을 가장 좋아한다.
 브리아나. 네 형제 중 둘째로 수학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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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아나(Brianna Maddock)는 호기심 가득한 예쁜 눈을 깜빡이며 나에게 뭘 하고 있는지 먼저 와 묻는다.

"전 세계 열다섯 살 아이들의 생활을 인터뷰하고 있어. 나는 여기 미국 노스다코타 아이들을 만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은 인터뷰를 할 거야. 중국이나 필리핀, 스페인이나 수단 같은 나라의 15세는 무슨 꿈이 있고 무슨 고민이 있는지 비교하는 거야."

소녀는 손뼉을 치며 흥미 있어 했다. 역시나, 똑똑한 브리아나는 남학생들이 얼버무리던 질문에 척척 대답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해리포터>, 헤르미온느는 내 또래 여자 아이들한텐 이상형이야."

"영화는 뭘 좋아해?"
"안타깝게도 우리 아르고노미엔 극장이 없어. 그래서 주로 DVD로 보는데, 얼마 전 본 <헝거게임>이 좋았어."

"좋아하는 TV 프로 있어?"
"넷플렉스에서 하는 <One Tree Hill>. 고등학교가 배경이라 공감되고 재밌어. Glee보다 더 좋아."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니?"
"음…우리 엄마. 미트 사이언스(Meat Science) 관련 행정 기관에서 일하시는데, 매우 독립적이셔. 우리 네 형제는 모두 엄마를 닮아 독립적이 되려고 노력중이야."

"꿈이 뭐야?"
"글쎄… 난 수학을 좋아하는데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떤 일을 하건 낙농가를 돕는 우리 엄마처럼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자신의 조상은 노르웨이 계로 약간의 아이리시 피가 섞였다는 브리아나. 저쪽 남자 아이들이 너를 매우 똑똑한 친구라며 추천했다는 말을 하니 어깨를 으쓱하며 수줍게 웃는다. 공부 잘하는 브리아나건 닉과 마크 같은 친구건 지금 모두의 가장 큰 고민은 한국의 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성적'이라고 했다.

틴즈헬스(Teens Health)란 단체의 '학교생활 중 가장 큰 걱정'에 대한 설문에도 외모나 과외 활동들을 제치고 성적, 왕따 같은 학교생활이 수위에 꼽혔다. 성적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삶을 리드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연결되는 듯했다.

홈스쿨링 하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 돌리는 아이

엘리와 엠마. 마학(馬學, Hippology)를 공부해서 말 트레이닝 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매일 말을 손질해 주는 일을 하고 있어 입고 온 조끼엔 말 털이 잔뜩 묻어있다.
 엘리와 엠마. 마학(馬學, Hippology)를 공부해서 말 트레이닝 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매일 말을 손질해 주는 일을 하고 있어 입고 온 조끼엔 말 털이 잔뜩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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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벤과 이야기하면서 벤의 할아버지도 농대를 졸업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 당시 이런 시골 마을에서 대학 나온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싶었다. 미심쩍은 얼굴로 거듭 확인하자 벤은 순한 눈을 똥그랗게 뜨며 '진짜'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날 리틀인터내셔널 행사는 무려 89번째였다. 1922년부터 시작했으니 벤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15살 소년 벤처럼 이곳에서 같은 행사에 참가해 자극 받고 자부심을 느끼며 농부의 길을 결심했을 법도 하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노스다코타 청소년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농부의 삶', 특히나 낙농과 연결되어 있었다. 직접 말을 키우고 관리하면서 말 트레이닝 시키는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엠마나 염소를 키우고 토끼를 키우면서 일기를 쓰고 있는 그레이스 같은 아이들은 이 행사를 통해 더욱 고무 받고 있었다.

물론 370만 여 명에 달하는 "미국의 열다섯 살"들은 370만 개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워싱턴D.C.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아들이 엄청난 양의 숙제를 소화하기 위해 매일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연말에 만난 한 교수 부부는 자신의 열다섯 외동딸이 킴 카다시안(리얼리티 쇼로 유명인 됨, 가수 카니에 웨스트와 결혼)을 동경하며 부자와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원유 채굴 붐으로 일손이 부족한 노스다코타 주 서쪽에 사는 열다섯 살 소년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원유 트럭을 운전할 거라 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열다섯 유대계 소년도 엄마가 정해주는 하루 3개 넘는 과외를 하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했다.

1922년부터 시작해 올해 89회인 청소년 낙농대회
 1922년부터 시작해 올해 89회인 청소년 낙농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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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에 만난 그랜드 폭스에 사는 사이몬(2000년 9월생)도 그런 다양한 열다섯 살 중 하나다. 그는 미국 내 177만 명이나 되는 홈스쿨링 (재택학습) 학생 중 한 명이다. 사이먼은 야구클럽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아침마다 150가구에 신문을 돌리기 위해서다. 배달을 시작한 후, 사이먼의 가장 큰 고민은 목줄이 풀어진 개다. 몇 달 전엔 그런 개에게 다리를 물려 한 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다. 요즘같이 눈이 많고 추운 겨울엔 자전거 대신 엄마가 운전해주는 차로 배달을 하고 있다(한겨울 체감온도 -40인 경우도 있다). 그 대신 신문 배달 수입의 40%를 엄마에게 지불해야 한다.

매일 새벽 150집에 신문을 돌리는 홈스쿨링 학생 사이몬
 매일 새벽 150집에 신문을 돌리는 홈스쿨링 학생 사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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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무슨 고생인가 싶어 물어보니 조용히 인터뷰를 지켜보던 엄마, 로리는 미소 지으며 "할 만하다"고 했다. 그녀는 미국 교육에서 홈스쿨링 비율이 높은 이유(2012년 현재 3.4%)로 교사와 미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지적했다.

대부분 높은 수준의 학력을 가진 부모들을 중심으로 사이먼과 같은 재택 학습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들 사이의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실제로 미국 교사의 임금과 직업 만족도는 미국 내 직업군 중 가장 낮은 층에 속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교육열을 자주 빗댄다. 한국 학부모의 열정, 학생들의 노력, 교사에 대한 존경 등을 낙후된 미국 교육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이런 칭찬(?)이 무색하게 미국 내 한국인 초·중·고 유학생은 2만여 명에 이른다. 국적별로는 중국 다음가는 숫자다.

이런 부조화에 대해 한국 교육단체가 미 정부측에 대통령의 한국 교육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을 정도다. 자살률, 행복도 등에서 경악할 만한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교육에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더불어 미국 내 교사 처우 개선 등의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이런 일반적인 비교는 미국 교육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8월의 한 설문조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스테이지 오브 라이프(Stage of Life)란 단체가 미국 고등학생 2600명을 대상으로 현재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는데 응답자 중 86%가 "학교생활을 즐긴다"고 답했다. 여학생의 경우 89%로 더 높았다. 물론 75.5%가 초라한 성적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학교생활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닌 듯했다.

다양, 협동, 헌신... 미국의 힘

행사를 마친 후 스쿨버스에 오르기 전, 미래 미국 농업을 이끌 청소년들.
 행사를 마친 후 스쿨버스에 오르기 전, 미래 미국 농업을 이끌 청소년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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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가장 '시골'인 노스다코타의 15세 아이들의 일상은 한국이나 다른 대도시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구도 대도시를 동경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초라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고향에서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돼 자리고 있었다.

그럴 수 있는 바탕엔 이들 삶을 이어주는 농업이 정부가 지원하는 미국의 중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있는 것이 큰 이유인 듯하다. 대대로 살아 온 땅에 밀과 옥수수 콩 등을 재배하는 노스다코타 농업은 도시의 어느 고소득자도 따라가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자국 식량 산업을 지키고 농민을 보호하려는 미국 정부의 배려와 투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 지원과 관심이 오늘 만난 아이들을 든든한 미국 농업의 미래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다섯 살, 그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땅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의 조부모, 부모들을 닮고 싶어 했다. 사회는 그들의 자존감을 북돋아 주고 교육은 그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양성과 협동 정신, 기꺼운 헌신 그것이 미국의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태그:#미국, #노스다코타, #15세, #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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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뉴욕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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