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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장남평야에서 비행중인 흑두루미의 모습
 지난 4월 6일 장남평야에서 비행중인 흑두루미의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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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가 최근 화제다. 지난 3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새들의 이동경로가 바뀌면서 흑두루미들이 서해안 쪽으로 집중되었다는 뉴스가 전국을 강타했다. 당초 낙동강 쪽을 경유해 이동하던 흑두루미가 4대강 사업으로 경로를 바꿔 서해 순천만과 천수만 등지로 이동을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6일에는 파주에 도래했던 흑두루미 3마리가 폐사하면서 다시 한 번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대구 달서습지와 구미 해평습지는 대표적인 흑두루미 도래지였다. 대구 달서습지는 198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아시아 습지로 등재되기도 했다. 1980년대 대표적인 흑두루미 도래지였던 대구 달서습지에서 흑두미가 사라진 것은 주변에 공단·주택단지 들어서고 농경지에도 비닐하우스 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되면서 부터다.

대구시에 따르면 1980년대 수 천 마리씩 찾아오던 흑두루미가 1992년 500여 마리로, 1995년엔 200여 마리로 줄었고, 1997년 40여 마리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흑두루미들이 수 천 년 동안 월동지로 택했던, 달성습지를 떠나 새롭게 서식처로 자리를 잡은 곳이 순천만이다.

대구 달서습지에서 흑두루미가 사라지기 시작한 1996년대 중반부터 순천만에서 흑두루미 서식이 확인되었다. 1996년 겨울, 처음으로 순천만에 흑두루미 도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흑두루미 도래 소식을 듣고 순천만의 농경지를 8시간 동안 걸어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녁 무렵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70여 마리를 목격하면서 탐조를 마쳤는데, 순천만은 참 힘이 들었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달서습지에서 사라진 개체들이 순천만을 찾은 것이라는 선배들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1996년 현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매년 찾아오던 두루미라고 주장했고, 흑두루미를 '강산두루미'라고 부르기도 했다.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흑두루미가 워낙 귀한 종이라 가슴과 머리에 아로 새겼었다.

더 이상 해평습지를 찾지 않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2010년 4대강 공사중인 해평습지의 모습. 모래톱을 준설중이다.
 2010년 4대강 공사중인 해평습지의 모습. 모래톱을 준설중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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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는 매년 구미의 해평습지를 중간기착지로 이용했었다. 해평습지는 2005년 말 아태지역 이동성물새 보전위원회(MWCC) 산하 '동북아시아 두루미 보호 국제 네트워크'로부터 순천연안습지와 함께 국제적인 두루미 서식지로 정식 공인 받았다. 김포시, 철원군에 이어 국내에선 세 번째로 가입승인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흑두루미들은 해평습지를 찾지 않는다. 해평습지 상류에서 7km 정도 떨어진 강정습지로 중간 기착지를 옮겼다. 4대강 사업으로 해평습지의 하중도와 모래톱이 대규모로 준설되고, 보가 건설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다행히 먼 곳이 아닌 강정습지를 찾은 흑두루미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대규모로 도래하는 흑두루미 서식처 외에 대전 인근에도 매년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곳이 있다. 바로 세종시를 한참 건설 중인 장남평야이다. 세종시 한복판에 위치한 장남평야에 벌써 3년째 흑두루미가 찾아오고 있다. 10마리 내외의 적은 무리지만, 2003년 조사 이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소규모 흑두루미 무리는 매년 겨울이 끝나갈 무렵, 장남평야에 1주일 내외로 머무르다 북상한다. 2015년 3월에는 약 23 마리의 흑두루미가 도래했다. 올해 도래한 흑두루미는 3월 27일 최초로 확인되었고 4월 6일까지 머무르다 북상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종시 건설 계획을 세울 당시, 장남평야는 녹지로 보전하기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 도시계획상 녹지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현재 대규모 농경지였던 장남평야가 매립되고 있다는 점이 있다. 마스터플랜엔 멋진 녹지공간으로 돼 있지만, 현재 농경지를 대부분 매립하여 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장남평야 흑두루미를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

2014년 4월 장남평야에 나타난 흑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있다.
 2014년 4월 장남평야에 나타난 흑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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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의 낱알 등을 먹기 위해 잠시 들르는 흑두루미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아래 그림에서 생산대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지역만 농경지로 남게 되고 대부분은 제방높이로 복토가 되기 때문에, 건설과정이 진행되면서 흑두루미는 장남평야를 떠나버릴 가능성이 많다.

세종시 건설과정에서 절토한 토사를 장남평야에 성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있는 농경지는 대부분 매립된다. 농경지로 보전되는 곳은 약 30만㎡로 흑두루미에게는 서식지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과 같다. 4대강 사업이 시행되면서 금강유역(지도의 아래 하천)의 하중도와 모래톱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흑두루미가 서식할 수 있는 농경지는 더욱 더 중요하다.

세종시 장남평야 개발계획안
 세종시 장남평야 개발계획안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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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개발과정에서 절토한 흙을 장남평야에 성토하고 있는 모습.
 세종시 개발과정에서 절토한 흙을 장남평야에 성토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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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매년 찾아오는 흑두루미만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28호 (1970년 10월 30일)인 흑두루미를 위해 장남평야에 부족한 먹이를 공급해 줄 필요가 있다. 대규모 농경지가 매립공원과 일부 보전농경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 도래시기에 현장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하며 하중도와 모래톱도 복원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흑두루미가 세종시에 매년 찾아 올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것이 헛된 기대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태그:#흑두루미, #장남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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