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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대전 김태원'의 독립운동 공적이 같은 이름을 가진 독립운동가들과 중복된다는 점을 알고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보훈처는 일년 가까이 조사를 벌이고도 '문제가 없다'며 종결 처리했다. 보훈처의 허술한 심의 과정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보훈처는 지난 2011년 2월 '대전 김태원'의 후손 김정인(80· 현 광복회대전지부장)씨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공문에는 '공적 자료를 검토하던 중 이름이 같은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공적이 중복된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선친이 '평북 김태원' 및 '안성 김태원'과 동일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입증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대전 김태원'에게 서훈을 수여(1963년, 독립장)한 지 48년 만에 독립유공자 적정 여부를 재심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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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보훈처 "동일인 입증자료 제출" 요청

지난 2011년 2월 '대전 김태원'의 후손 김정인(80· 현 광복회대전지부장)씨에게 보낸 소명자료 요청 공문. 당시 공문에는 '공적 자료를 검토하던 중 이름이 같은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공적이 중복된다"며 "'선친이 '평북 김태원' 및 '안성 김태원'과 동일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입증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대전 김태원'의 후손 김정인(80· 현 광복회대전지부장)씨에게 보낸 소명자료 요청 공문. 당시 공문에는 '공적 자료를 검토하던 중 이름이 같은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공적이 중복된다"며 "'선친이 '평북 김태원' 및 '안성 김태원'과 동일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입증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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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훈처는 같은 해 12월 공문을 통해 "공훈심사위원회에서 다방면으로 검토한 결과 서훈에 문제가 없어 종결 처리했다"며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결과를 회신했다.

당시 보훈처가 문제를 제기한 자료를 보면 대전 김태원(1900년 생), 평북 김태원(1903년 생), 안성 김태원(1896년 생) 세 명이 등장한다.

보훈처는 우선 '평북 김태원'이 1921년 벽창의용단 활동을 했다고 소개한 후 그를 1903년 생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입증자료로 <동아일보> 1926년 7월 1일 자와 같은 달 17일 자, <중외일보> 1926년 12월 26일 자와 같은 달 31일 자를 제시했다. 해당 입증자료에는 '김태원'이 사형 선고(동아일보)를 받고 사형이 집행(중외일보)된 것으로 돼 있다.

보훈처는 같은 벽창의용단 활동을 한 '대전 김태원'의 경우, 입증자료가 <동아일보> 1926년 7월 1일 자와 같은 달 17일 자로 같은 데도 사형집행 전 '탈옥했다'고 해 사형이 집행된 '평북 김태원'과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기사 속 '평북 김태원'은 본적이 신의주이고 모친이 장씨인 반면 대전 김태원의 본적은 대전인 데다 모친은 남씨라는 점도 지적했다. 또 '평북 김태원'은 나이가 24세지만 대전 김태원은 26세로 서로 다른 점도 문제 삼았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문제 의식을 느낀 것이다.

이 밖에도 '평북 김태원'의 사형소식을 전한 당시 <조선일보> 보도, '평북 김태원'이 김해김씨 법흥파('대전 김태원'은 경주 김씨)로 '평양감옥에서 사형됐다'는 족보 기록이 있다.

그런데도 보훈처는 "당시 기사 속에 나온 신의주 주소는 자신의 모친이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기 위해 세 들어 살던 신의주 집 주소로 보인다"는 소명에 따라 '평북 김태원'과 '대전 김태원'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부실 검증'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안성 김태원과 임정 특파원 공적도 중복" 지적

보훈처가 지난 2011년 2월 '대전 김태원'의 후손 김정인(80· 현 광복회대전지부장)씨에게 보낸 공문. 당시 공문에는 '공적 자료를 검토하던 중 이름이 같은 다른 독립운동가들인 평북 김태원(1903년 생), 안성 김태원(1896년 생)과 공적이 중복된다며 입증자료를 제출을 요구했다.
 보훈처가 지난 2011년 2월 '대전 김태원'의 후손 김정인(80· 현 광복회대전지부장)씨에게 보낸 공문. 당시 공문에는 '공적 자료를 검토하던 중 이름이 같은 다른 독립운동가들인 평북 김태원(1903년 생), 안성 김태원(1896년 생)과 공적이 중복된다며 입증자료를 제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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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는 또 '대전 김태원'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충북특파원 활동이 '안성 김태원' 독립운동 행적과 겹친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지적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인씨는 <오마이뉴스>에 해명한 것처럼 보훈처에도 "'안성 김태원 선생'은 재판 과정에서 '임정 충북 특파원'이 아니라고 진술했다"며 "때문에 선친이 임정특파원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안성 김태원'은 혐의 내용을 모두 부인, 재판에 임하는 전술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성 김태원'이 해방 이후 1975년 사망 직전까지 스스로 임정 충북 특파원임을 밝혀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보훈처 "문제 없어 종결 처리" vs.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부실 검증"

하지만 보훈처는 2011년 12월, '문제가 없다'며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2011년 12월, '문제가 없다'며 종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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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보훈처는 이를 '대전 김태원'의 행적으로 판단했다.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관계자는 "누가 봐도 '평북 김태원'과 '대전 김태원'은 동명이인으로 보인다"며 "보훈처가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결론 내린 것은 부실검증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전 김태원의 독립운동 공적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또 보훈처의 검증과정에 부실이 없었는지도 따져보기로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관련 자료를 확인 중이다"면서도 "자료 공개 여부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 김태원의 후손인 김정인씨는 "<오마이뉴스>가 선친의 독립운동 행적을 근거 없이 헐뜯어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독립운동가, #벽창의용단, #국가보훈처, #부실검증 논란,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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