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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에 휘말렸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힌 뒤 21일 오전 11시 10분께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머물고 있는 삼청동 총리공관 베란다에 나와 서성이고 있다.
▲ 총리 공관 서성이는 이완구 총리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에 휘말렸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힌 뒤 21일 오전 11시 10분께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머물고 있는 삼청동 총리공관 베란다에 나와 서성이고 있다.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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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에 휘말렸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낸 야당의 사퇴 압박은 물론 여당마저 이 총리에게 등을 돌린 게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총리실에 따르면 이 총리는 20일 남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총리실은 21일 오전 0시 50분경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총리실은 "이 총리의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께서 귀국해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21일 예정된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오는 27일 귀국 후 이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질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 총리는 지난 2월 17일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갈수록 싸늘해진 민심... 공멸 위기감에 등 돌린 새누리당

이 총리는 전날(19일)까지만 해도 총리직 수행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는 버티면서 국면 타개책을 고민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단독 회동 이후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총리 거취 문제를 묻어두기로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의 해임건의안 공세에 "일주일만 참아 달라"며 방어막을 치는 데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매일 이 총리를 둘러싼 추가 의혹이 터지고 설상가상으로 이 총리의 해명이 거짓말 논란을 불러오면서 비판 여론이 갈수록 커졌다. 19일 저녁에는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지난 1년간 217차례나 전화통화를 했다는 기록이 드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여당과 청와대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특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에서 안정적 우세를 점쳤던 지역의 판세마저 출렁이자, 늦어도 재보선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4일 이전에는 이 총리의 사퇴로 민심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의견을 모았다. 여당의 이 같은 뜻은 이 총리는 물론 청와대에도 전달됐다.

여기에 여당 내 소장파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 총리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라며 "박 대통령 귀국 전 거취에 대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 총리를 엄호해 왔던 친박계 일부도 이 총리 자진 사퇴 불가피론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이 총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성완종 파문' 수습 첫 걸음 뗀 여권... 조기 레임덕 우려 현실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긴급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유승민 원내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긴급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유승민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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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야당이 이르면 22일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여권에는 부담이었다.

새누리당이 추가 본회의 개최를 거부해 해임건의안이 자동으로 폐기될 경우에도 여당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만약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 일부가 해임건의안에 찬성할 경우 이 총리는 헌정 사상 첫 해임건의안 가결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경우 여당과 박 대통령이 져야할 정치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여당의 전방위 압박으로 이 총리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 냄으로써 여권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수습의 첫 걸음을 뗐다. 여권에서는 이 총리가 끝까지 버티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후임 총리 인선과 인사청문회 정국 돌파 등 난관은 여전하다. 이 총리의 사퇴도 청와대의 선제적 대응이 아니라 여당이 주도함에 따라 향후 당청 관계의 질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특히 이번 파문으로 공무원연금 개혁 등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핵심과제 추진 동력이 큰 타격을 입어, 박 대통령이 사실상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여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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