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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청자촌에 개관한 한국민화뮤지엄 전경이다.
 강진 청자촌에 개관한 한국민화뮤지엄 전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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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민화박물관인 강원도 영월의 조선민화박물관이 전남 강진 대구면 청자촌에 그 두 번째 문을 열었다. 지난달 2일 개관한 이곳 '한국민화뮤지엄'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데다 체험도 가능해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벌써부터 인기다. 지난달 24일 그곳을 찾았다.

조선민화박물관이 보유한 4500여 점의 민화 유물 중 250점을 순환 전시한다. 방문객은 전문 해설사를 통해 직접 재미난 민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삶과 해학을 엿볼 수 있는 민화이야기, 그 재미난 구경거리를 해설사(60, 박석환)와 함께 살펴보자.

일상사 내려 놓고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

<작호도>는 잡귀를 몰아내는 호랑이다.
 <작호도>는 잡귀를 몰아내는 호랑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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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의 그림인 민화는 볼수록 친근하다. 전문 지식이나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지 않아도 그냥 편하게 다가온다. 잠시 일상사를 내려놓고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훌쩍 떠나보자. 좀 별난 작품 몇 점을 소개한다.

<부자동조도>는 아버지와 아들이 아침을 맞는 그림이다.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가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태양은 임금을 뜻한다. 조선 후기 작품으로 작가 미상이다. 지본 수묵, 즉 종이에 그린 수묵화다.

민화이야기, 그 재미난 구경거리를 해설사(60.박석환)와 함께 살펴보자.
 민화이야기, 그 재미난 구경거리를 해설사(60.박석환)와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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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호도>는 잡귀를 몰아내는 호랑이다. 그림 속의 호랑이와 눈을 마주한 채 이동해도 호랑이 눈이 계속 따라오는 느낌이다. 호랑이 등을 유난히 튀어나오게 그려 호랑이 눈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 직접 경험해보면 참 재미나다.

동물에 이어 화훼도다. 8폭 병풍에 그린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는 득남을 기원하고 대를 이은 출세와 과거 급제의 염원을 담았다. 새가 쌍쌍이 나오는 <화조도>다. 이는 부부 금슬을 담은 병풍이다. <십장생도>, <운룡도>, 문자로 그림을 그린 <문자도>, 유교의 6가지 덕목을 담은 <책거리도> 등 볼 거리가 즐비하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깜봉(Pierre Cambon)은 <책거리도>를 세계적인 작품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한자어로 표기하면 <책가도>로 불리는 <책거리도>는 마작을 가까이 하면 이무기가 되고 책과 함께하면 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민화 속의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올 여름 여행지와 피서지로 이곳을 택해도 좋을 듯싶다. 민화 속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무더위를 식혀보는 즐거움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김만중이 남해 유배시절 어머니를 위로하고자 하룻밤에 완성한 구운몽을 자수로 표현한 <구운몽도>도 있다.
 김만중이 남해 유배시절 어머니를 위로하고자 하룻밤에 완성한 구운몽을 자수로 표현한 <구운몽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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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생들의 소망을 담은 작품 5백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진군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생들의 소망을 담은 작품 5백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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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중이 남해 유배 시절 어머니를 위로하고자 하룻밤에 완성했다는 구운몽을 자수로 표현한 <구운몽도>도 있다. 일본이 훔쳐간 것을 미국 소더비 경매를 통해 고가에 구입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기도 하다. 고대 소설 구운몽(九雲夢)은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 지었다.

200년 된 <신선동자도> 역시 귀한 작품이다. 동자와 신선이 함께 있으며 천도 복숭아가 그려져 있다. 천도 복숭아나무는 자라는데 3천 년, 꽃피는 데 3천 년, 열매 맺어 익는데 3천 년, 9천 년 만에 맛볼 수 있다는 전설 속의 불로장생 복숭아 열매다. 현실적으로 언뜻 이해하기 힘든 세월이다. 이렇듯 민화에는 상상 속의 세상이나 과장과 허세가 가득 담겨있다. 한마디로 뻥이 많다는 얘기.

산신도는 얼굴의 눈 위로는 여자모습 눈 아래 부분은 남자의 모습이다.
 산신도는 얼굴의 눈 위로는 여자모습 눈 아래 부분은 남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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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을 상징하는 <어해도>,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도>도 인기 작품이다. 절집에 가야 볼 수 있는 <칠성신도>와 <산신도> 등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대다수의 작품이 작가 미상인데 비해 <산신도>는 유일하게 제작 기록이 남아있다. 얼굴의 눈 위로는 여자 모습, 눈 아래 부분은 남자의 모습이다. 이 둘을 합성해 중성화했다. 160년 된 작품으로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다닌다.

해학 담긴 특별한 작품과 다양한 볼거리에 시간가는 줄 몰라

민화속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무더위를 식혀보는 즐거움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민화속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무더위를 식혀보는 즐거움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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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기획 전시실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면에는 500년 꿈을 담은 민화가 전시돼 있다. 고려청자의 본 고장인 전남 강진 청자촌은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불이 한 번도 꺼지지 않은 고려청자의 산지다. 강진군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생들의 소망을 담은 작품 5백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내로 들어서면 대한민국민화대전 수상작이 전시돼 있으며 삼국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19세 이상만 입장 가능한 춘화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고려청자의 발상지답게 청자 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전시 작품으로 청자와 민화를 접목했다.

민화 공모전 대상 작품 지민선씨의 <용호도>는 완성도와 사실감이 정말 놀랍다. 강진군의 지리적 위치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물의 기운인 청룡과 땅의 기운을 상징하는 백룡 그림이다. 개관을 기념한 채용신의 <삼국지연의도> 특별전도 올해 연말까지 이곳에서 열린다. 석지 채용신은 조선 말기 고종의 어진을 그린 당대 최고의 어진화사다.

성인전용 춘화방에는 일본과 한국, 중국 등 3개국 춘화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성인전용 춘화방에는 일본과 한국, 중국 등 3개국 춘화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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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 춘화방에는 일본과 한국, 중국 등 3개국 춘화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창호지 구멍 사이로 보이는 은밀함도 볼거리다. 너무나 사실적인 표현에 다소 민망하다. 얘들은 관람 불가이니 그냥 돌아가야 한다. 춘화 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민화 문패 만들기, 민화 부채 만들기, 민화 만화 체험 등 다양한 체험 거리도 준비돼 있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어린이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가족 단위의 체험객이 즐겨 찾는다. 1인 체험비용은 1~2만 원이며 체험 참가 시 입장료는 무료다.

조선 시대 우리네 선조들의 삶 엿보기, 재미난 민화 세상으로 함께 떠나보자. 전남 강진 청자촌의 한국민화뮤지엄에 가면 빵 터지는 즐거움 가득하다. 선조들의 해학이 담긴 250점의 순환 전시 작품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 외에도 재미난 체험과 볼거리가 풍성하다.

민화문패 만들기, 민화부채 만들기, 민화만화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민화문패 만들기, 민화부채 만들기, 민화만화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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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조찬현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 '맛돌이의 내고향 밥상'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민화뮤지엄, #강진 청자촌, #맛돌이, #강진군청 조달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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