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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앞에 설치된 메르스환자 진단소앞에서 한 환자가 구급차에 누운 채 대기하고 있다.
▲ 메르스 진료소 실려 온 환자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앞에 설치된 메르스환자 진단소앞에서 한 환자가 구급차에 누운 채 대기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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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진원지 주변에서 진료 중인 보건의사입니다.

메르스 관련 민원이 폭주하여, 어제 급히 연락을 받고 오늘 간이 진료버스에서 발열 및 평택성모병원과 직간접 접촉이 있는 환자들을 진료했습니다.

임신한 아내가 집에 있습니다. 여러 가족들의 걱정 때문에 저는 보건소 옆 창고 공간을 개조한 임시 숙소에서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며 잡니다. 보건소 직원들은 밤 12시 퇴근, 오전 9시 출근입니다. 이렇게 일주일 이상을 했다고 합니다. 다들 집에 자녀가 있는 엄마, 아버지들입니다.

보건소로 걸려온 전화는 욕부터 합니다. 여자 직원이 받으면 더욱 신나게 욕을 합니다. 덩치 좋은 환자 한 명은 진료실에 내원하여 험악한 목소리 우쒸 거리며 왜 대처를 그 따위로 하냐고 합니다.

좋습니다. 우리는 보건의료인입니다. 감염 위험 무릅쓰고, 가족들 걱정 등에 업고 질병 한가운데 용감히 뛰어들어 싸웁니다. 뭐, 상황 잘 모르는 사람의 욕까지도 먹겠습니다. 우리가 아니면 할 사람 없는 거 압니다.

그러나 단 한 마디 격려가 무척 소중합니다. 소위 높으신 분들, 명망 있고 힘 있으신 분들, 책임자를 엄벌하고 자신에게 여론을 집중시키기 전에, 감염 위험 무릅쓰고 환자들 진료하고 검체(검사 대상물) 나르고, 땡볕에 비닐 가운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고생하는 사람들 격려해 주십시오.

오늘 아침에 출근했더니, 경기도의 높으신 분이 나오신다고 청소하고 서류 만들고 난리 났더군요. 당장 방호복 쓰고 소독하고 하기에도 바쁜 상황에 말입니다. 덕분에 진료 준비는 늦어졌습니다.

지사님, 시장님, 군수님, 어떤 높은 분이든, 잘하나 못하나 시찰 나오지 마시고 (시찰 나오면 어떤 모양 되는지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차라리 조용히 고기 사 먹으라고 회식비라도 주고 가십시오. 그게 가장 도와주는 길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님 – 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분입니다 – 일선 의료인에 대한 격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사회적으로도, 주변으로부터도 은근 따가 되어버려 우울한 마음으로 진료 버스 안에서 환자들을 맞이하다가, 격려의 기사를 읽고 간신히 기분 정돈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정치인분들의, 일선 의료인에 대한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관련기사 : '메르스 치료' 천안 단대병원에 안희정 "고맙고 가슴 아프다").

여러분들께서 책상 앞에서, 컴퓨터 앞에서 책임자를 찾아내고 정책을 입안하는 동안, 땀을 흘리고 감염에 노출되며 환자를 진료하고 검체를 나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임자 찾는 것도 좋고, 정보 공유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자기 자신의 안전을 희생하고 최전선에 나가있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를 가져주는 것입니다. 

안 지사님뿐 아니라 의료, 보건인에 대해 격려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의료인과 보건인들이, 주말 낮밤 안 가리고 용감히 질병 한가운데 뛰어들어 있으면서, 오히려 사회적 비난을 받고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작은 격려 부탁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자신이 직접 쓴 글에 대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태그:#메르스, #의료인,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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