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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로 자가 격리되어 있는 친구를 위해 대구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손쳔지를 작성해 전달했다.
 메르스 사태로 자가 격리되어 있는 친구를 위해 대구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손쳔지를 작성해 전달했다.
ⓒ 대구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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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잘 먹고 있나? 이건 진심인데 빨리 너 보고 싶다.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고 웃고 떠들고 놀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못 보니까... 기다리고 있을게."

"너희 부모님도 완쾌 되실거야. 내가 맨날 기도하고 있으니까. 좀 오글거리는데 빨리 너 보고 싶다ㅋㅋ. 빨리 와서 같이 공부도 하고 놀고 매점이나 같이 가자. 네가 돌아올 때 내가 한턱 쏠게. 그리고 주변에서 너 욕하는 사람 있으면 우리 반 애들, 아니 우리 학교 애들 전부가 막아줄꺼다."

대구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 등교하지 못하는 반 친구에게 위로의 편지를 써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대구 남구의 공무원(154번, 52세)가 15일 메르스 확진을 받으면서 남구의 중학생인 아들 K군까지 자가격리가 되자 같은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친구를 걱정하며 직접 손편지를 쓴 것이다.

학생들이 쓴 편지는 K군의 안부를 묻고 K군의 아버지도 빨리 나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도 있다. 또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유언비어도 믿지 않으니 빨리 학교에 나와 같이 공부하고 싶다는 바램도 담았다.

메르스 사태로 자가 격리중인 학생을 위해 같은 반 학생들이 손편지를 썼다. 한 학생이 보낸 편지의 일부.
 메르스 사태로 자가 격리중인 학생을 위해 같은 반 학생들이 손편지를 썼다. 한 학생이 보낸 편지의 일부.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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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편지를 통해 "이렇게 너한테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뻤어"라며 "다행히 2차 검사도 좋게 나왔다는 걸 듣고 마음이 안정되고 친구를 잃지 않고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어"라고 친구를 염려하는 마음도 담았다.

또 "너한테 전화도 한 통 해서 위로해주고 싶지만 네 기분을 생각하니 전화를 거는 게 두렵더라"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편지 한 통이라니... 미안하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편지는 담임교사를 통해 K군에게 전해졌다.

K군의 담임교사 이아무개씨는 "아이가 자가 격리가 되면서 학교도 휴업해야 할 지 결정이 안 돼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학생들이 며칠 지나 수업도 정상화되고 안정을 찾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친구를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우리 반 학생 모두가 K군에게 편지를 써서 오늘(18일) 사물함에 있는 교과서와 함께 전달했다"며 "아이들의 의리를 보면서 어른인 우리도 배우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한편 K군은 어머니, 외할머니, 외삼촌 등과 함께 5일째 자가 격리중인 가운데 지난 18일 2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당분간 이들의 자가 격리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태그:#메르스,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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