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이구 녀석 울음소리도 우렁차다. 장군감이네."
"아녜요, 할아버지. 우리 아이 딸이에요."

터미널에서 한가하게 고속버스를 기다리던 할아버지와 젊은 엄마가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좀 머쓱한 상황에 빠져든다.

"해피 버쓰데이 투 유, 해피 버쓰데이 투 유."

김씨 가족 4명이 어머니의 생일케이크를 자르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돌려 본다.

"엄마, 근데 내 목소리 너무 맘에 안 든다."
"어~ 누나도 그래? 나도 녹음된 내 목소리는 정말 듣기 싫어."

남자아기와 여자아기 울음소리, 구분 어려운 이유

마이크.
 마이크.
ⓒ sxc

관련사진보기


젖먹이들의 울음 소리는 유난히 사람의 귀를 잡아 끄는 힘이 있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젖먹이들의 가장 큰 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가 울음인 까닭이다. 헌데 젖먹이들의 경우, 울음소리만으로는 남아인지 여아인지 구분이 어렵다.

왜 그럴까? 갓난아이들은 남아 여아를 가리지 않고 성대 구조가 비슷한 까닭이다. 단적인 예로, 말하거나 울 때 진동이 발생하는 성대 주름 막 부분의 길이가 남아 여아 모두 태어났을 때는 똑같이 2mm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대 주름 막 부분이 커지는 속도는 남녀 차이가 확연하다. 남아는 1년에 약 0.7mm씩, 여아는 0.4mm씩 자란다. 두어 살만 먹어도 목소리만으로 남아 여아를 대충 구분할 수 있는 이유이다.

발성 기관이랄 수 있는 성대 구조가 다 자라는 것은 성인이 되는 20세 전후이다. 물론 개인마다 약간의 시차는 있을 수 있다. 성년 이후 성대 구조는 오랫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대략 60세까지는 변화가 매우 적다. 얼굴이나 허벅지 혹은 뱃살은 40~50세만 넘어도 나이 든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목소리는 나이가 들어도 '잘 늙지 않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이다.

성인이 된 뒤로는 평생 잘 변하지 않는 목소리. 세상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목소리는 개개인이 고유하다. 목소리의 음파 특성을 보여주는 '성문'은 사람의 지문마냥 독특하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문의 생김새가 제각각 이듯, 성대 구조를 포함해 발성에 관여하는 신체 구조가 사람마다 달라서이다.

녹음된 내 목소리가 거북하게 들리는 이유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음에도 사춘기 이후 성인이라면 목소리의 주인공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정도는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남자의 목소리와 여자의 목소리는 주파수 대역이 다른데, 다른 주파수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성대 주름 막 부분의 길이에서 남녀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평균 16mm 내외, 여자는 10mm 내외로 전혀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남녀의 목소리 차가 뚜렷하고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여자가 남자 목소리를 갖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남녀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면 불편한 마음을 호소하는 건 왜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이질감'을 꼽는다. 녹음된 목소리는 자신이 발성할 때 나오는 목소리와달리 들리기 때문이다.

녹음된 목소리와 스스로 듣는 제 목소리는 음파의 전달 특성이 다른 까닭에 달리 들릴 수 밖에 없다. 녹음된 목소리는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전파된 소리인 반면, 자신이 듣는 자신의 목소리를 공기는 물론 발성기관 근처의 뼈를 타고 음파까지 이중으로 전해진 목소리여서 음색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통 녹음된 목소리의 음색이 보다 고음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다. 평소 자신의 귀로 듣는 자신의 목소리가 남이 듣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일종의 '존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태그:#목소리, #음색 , #녹음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