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앤트맨>의 포스터

영화 <앤트맨>의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1세기 흥행 명가 마블이 또 다른 상품을 들고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17일(미국 현지시간) 개봉하는 <앤트맨>이 그 주인공이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두 달 늦은 9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마블이 자랑하는 인기 코믹스 중에서 <앤트맨>은 사실 유별난 캐릭터 중 하나다. 역대 슈퍼 히어로 중 빈번히 가정 폭력을 일삼는 문제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반사회적인 폭력 가장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는, 우리 상식에선 살짝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앤트맨>은 지난 1962년 탄생이래 마블의 세계관 중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인기를 얻어왔다.

코믹스 발행 53년 만에 영화화되는 <앤트맨>의 뒷이야기를 살펴보자.

1962년 첫 탄생...1대 앤트맨 행크 핌 박사

 영화 <앤트맨>의 한 장면. 마이클 더글러스(왼쪽)과 폴 러드

영화 <앤트맨>의 한 장면. 마이클 더글러스(왼쪽)과 폴 러드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961~63년 사이 마블은 현재까지 인기를 얻는 슈퍼 히어로를 다수 탄생시켰다. 최초의 히어로 팀 <판타스틱 포>(1961)를 필두로 <헐크> <스파이더맨> <토르>(1962), <아이언맨> <엑스맨>(1963)의 영웅은 이후 영화로 제작되면서 세계인에게도 친숙하게 자리 잡았다.

<앤트맨>은 1962년 이들과 함께 등장한 인기 캐릭터 중 하나로, 명콤비인 스탠 리와 잭 커비 등의 손을 거쳤다. 여타 슈퍼 히어로와 마찬가지로 <앤트맨>도 특유의 슈트를 입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변신 캐릭터로 묘사되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이름 그대로 크기가 개미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과학자 행크 핌의 실험으로 인해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점은 헐크, 스파이더맨 등과 흡사하다. 여기에 그의 동료이자 후일 부인이 되는 자넷 반 다인 역시 비슷한 능력을 얻어 말벌 형태의 히어로 와스프로 변신, 함께 악당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어벤져스> 창단 멤버이자 '울트론' 탄생의 주역...정작 영화에선 배제

1963년 발행된 코믹북 <어벤져스 #1>을 통해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어벤져스가 출범하게 된다. 당시의 멤버는 아이언맨, 토르, 헐크, 앤트맨, 와스프로 극장판 영화와는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마블의 노장 캐릭터로 손꼽히는 캡틴 아메리카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빙하 속에서 발견되면서 뒤늦게 팀에 합류했다.

특히 올해 개봉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핵심 악당 캐릭터인 울트론은 사실 이 무렵 앤트맨/행크 핌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아직 <앤트맨>이 영화로 제작되지 않아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과 브루스 배너/헐크에 의해 창조된 것으로 각색됐다.

더욱 큰 문제는 앤트맨으로 변신하는 행크 핌은 코믹스에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인물로 묘사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또 다른 천재 토니 스타크에 대한 시기와 질투, 부인 자넷 반 다인에 대한 강박 관념 및 의처증이 극에 달하면서 행크 핌은 자넷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악행을 일삼는다. 따라서 미국 현지에서조차 앤트맨에 대해선 인기 못지않게 비판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그래서일까? 1979년 코믹스 <앤트맨>은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바로 2대 앤트맨의 등장이다. 뛰어난 과학 기술자였던 스콧 랭은 어린 딸의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도둑질한다. 그 과정에서 원조 앤트맨인 행크 핌의 슈트를 얻게 되는데 이는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꾼다. 2015년 영화는 바로 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험난한 영화화의 길...판권 문제와 감독 교체

 영화 <앤트맨>의 한 장면

영화 <앤트맨>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여타 마블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앤트맨>의 판권 역시 1980년대 이후 여러 업체를 떠돌며 쉽지 않은 영화화 과정을 맞게 되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 등 소위 B급 정서의 '병맛 코미디'로 2000년대 중반 주목받은 감독 에드가 라이트가 당시 판권을 보유했던 아티잔 엔터테인먼트에 접촉, 연출 및 시나리오 집필을 자청하면서 <앤트맨>의 영화화가 처음 논의됐다. 

비록 아티잔의 파산으로 이 프로젝트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판권을 회수한 마블이 영화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앤트맨> 프로젝트는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어 <아이언맨> <토르> <어벤져스> 등 마블이 직접 제작한 영화가 흥행 대박을 내면서 <앤트맨> 또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적임자로 에드가 라이트가 다시 한 번 선택 받았다. 게다가 이 무렵 에드가가 연출 중이던 <세상의 끝>의 작업이 지연되자 마블에서는 <앤트맨>의 개봉 일자도 2015년 11월로 조정해줬다.

<앵커맨> <사고친 후에> 등 주로 코미디물로 경력을 쌓아온 훈남 배우 폴 러드를 스콧 랭/앤트맨으로, 마이클 더글러스를 행크 핌으로 낙점하는 등 제작에 박차를 가하던 <앤트맨>은 지난 2014년, 뜻밖의 난관을 맞았다. 마블과의 견해 차이로 에드가 라이트가 중도 하차하게 된 것.

결국 <예스맨> <브링 잇 온> 등 역시 코미디 영화를 도맡아 연출한 페이튼 리드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기에 주연배우 폴 러드, 코미디 전문 감독 겸 제작자 아담 맥케이가 추가로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 전임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구상한 기본 이야기를 일부 수정해 제작을 마무리했다.

전작들의 성공 신화, 이어갈 수 있을까?

<앤트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명명되는 마블 영화 세계관의 제2기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아이언맨3>를 시작으로 펼쳐진 2기 영화들은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극장가를 석권, 마블의 전성시대를 여는데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앤트맨>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팬덤에도 미국 시장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미국에서 기존 마블 유명 캐릭터인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폭스 제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소니 제작)은 물론,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인 <헝거 게임> 3편도 앞지르는 흥행 성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고작 130만 명을 모으는데 그치며 최근의 마블 작품치곤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다. <앤트맨>의 한국 개봉이 2개월 늦게 이뤄지는 것 역시 이런 이유가 충분히 영향을 끼쳤다고도 볼 수 있다.

과연 <앤트맨>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선배 마블 히어로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마블 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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