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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실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우원식,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정춘숙, 박우섭, 최인호 위원.
▲ 새정치연합 혁신위 첫 회의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실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우원식,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정춘숙, 박우섭, 최인호 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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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를 어디서 어디로 옮겨 출마하면 해결되는 고민일지 모르겠지만, 근본적 성찰 없이 임하는 것은 공학적 처방 같습니다. 정치공학이나 선거공학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당 마지막 혁신의 시간을 공학으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당 혁신위원회 안에서 '586 그룹(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1960년대생)'을 향해 제기한 '기득권 포기론'에 이같이 답했다. '쉬운 지역구'를 버리고 '험지'로 내려가라는 요구를 '정치공학적 처방'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청년 대표인 이동학 혁신위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86 전상서'라는 공개편지를 올리고 이 의원에게 이른바 '하방론'을 풀어놓았다. 586그룹 정치인들이 과거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386'이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입성했지만, 이제는 또 하나의 기득권세력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 위원은 "우리 당에 '전대협'이라고 일컫는 선배들 세대 이후에 누가 있나,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다"라며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 역시 제시하지 못해 '하청 정치'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야당의 고질병인 '계파 전쟁'을 만들어낸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평소엔 정책으로 말하지만, 선거 때는 출마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는 선배께서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주는 건 어떠한가"라고 제안했다. 이인영 의원이 현재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을 후배 세대에게 양보하고, 자신의 고향인 충북 충주 등 약세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을 지낸 이 의원은 586세대를 대표하는 재선 정치인이다.

586 대표정치인의 심경 고백... "미안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주자로 나선 이인영 후보가 지난 1월 1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주자로 나선 이인영 후보가 지난 1월 1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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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다음 날인 1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학 후배에게'라는 제목의 답장을 올리고 소회를 전했다.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 좋은 글을 읽었다, 미안하다"라고 운을 뗀 그는 "그러나 여기를 끝으로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어서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비겁한 정치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선 이 의원은 장문의 글을 풀어내며 '586 무능론'을 둘러싼 고뇌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2010년 최고위원 선출,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장 등의 이력을 소개한 그는 "나름대로 원칙과 기준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어느 한순간에 이런 모습이 '손학규 kid'로 규정됐다"라며 "이게 우리 당 계파정치의 현실임을 절감했다, 참 모욕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되겠지'라며 계파의 독성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것이 오늘 우리 당의 문제들을 눈덩이처럼 키운 것 같아 자책한 적도 있다"라며 "(그런 모습이) 여러분의 눈에는 최고위원과 국회의원을 하면서 기득권에 안주하고 남 탓하기 바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 위원은 "어느덧 굵어진 저의 허리를 보면서 달라지려고 했다"라며 "노동운동 출신도 떠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자임해서 찾아들고, 노동삼권의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과 조금이라도 함께하려 했던 이유도 초심의 정치를 지키고자 했던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더 나이 먹기 전에 노동자와 함께하려던 이러한 선택조차도 요즘은 다시 관성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무엇이 당 위한 최선인지 고민해야"... '하방론' 정면 반박

지난 2.8 전당대회 출마 이전에 오래된 친구에게서 비슷한 지적을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는 이 의원은 이미 향후 거취를 두고 최근까지 고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학 위원이 제기한 '하방론'을 언급하며 "단지 'Yes냐 No냐'로 대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해야 할지, 정치를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는 건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지역구를 옮기는 수준으로 586 정치인의 거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을 '쉬운 지역구'로 규정한 대목도 반박했다. 이 의원은 "운동권 시절의 이상이 숨 쉬던 곳이라 찾아갔지만 지역 편차도 크고 지지기반도 약했다"라며 "그래서 떨어지고 당선되고 또 떨어지고 당선되는 고생도 좀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철새처럼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구로구민에게 했던 첫 약속을 가급적 지키고 싶은 점도 (지역구 변경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일 것"이라며 "이인영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나 승부수가 아닌, 무엇이 우리당을 위한 최선의 길인지 함께 더 생각해보자"라고 덧붙였다.

'하방론'을 두고 다소 부정적 평가를 한 이 의원은 당 혁신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의원은 "지역 구도를 넘는 정치보다 정치이념이나 정치노선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라며 "오늘 우리당의 혁신 방향이 올바른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면, 제가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들 어떤 보람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능하면 혁신위에서 저에 대해 내려놓으라고 요구한 10배 이상으로 가치와 주체의 혁신도 선도해 주기 바란다"라며 ▲ 노동, 노인 등 정책 이슈 설계 ▲ 당 통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역으로 요구했다.

이동학 위원을 향해서도 "저에게 공개적으로 고언한 것과 같이 좀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계파혁신의 길로도 나아가 달라"라며 "그때쯤 저의 대답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사실 이러한 고백과 제안은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하려고 했다, 지금은 혁신위의 혁신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야기가 시작된 김에 저도 하고 싶던 말들을 시리즈로 풀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또 토론하고 얘기해 보자"라고 제안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이인영, #이동학,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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