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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청소년 부문 [꿈틀꿈틀상(우수)]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발뷰 초등학교의 복도에서 만난 학생들. 덴마크의 아이들은 골고루 사랑을 받고, 평등한 문화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발뷰 초등학교의 복도에서 만난 학생들. 덴마크의 아이들은 골고루 사랑을 받고, 평등한 문화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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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빽"

옛날의 대한민국은 이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때는 부자든 가난하든 누구나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라. 돈 많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자녀는 좋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우리같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그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닐 뿐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평등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덴마크는 북유럽에 있는 작은 나라다. 경상도만큼의 크기밖에 안 되고 딱히 특별한 것도 없는데 이 나라 국민들은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어떨까? 출근길, 등굣길에서 부터 '나는 우울해요' 라는 말을 뿜어내고 있다. 학교 길에 보면 표정이 즐거운 아이들은 없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를 가기 전 '아, 학교가기 싫다'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았을 거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학교를 왜 가기 싫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교에서 시험만 보고 선생님이 우리 모둠만 꼴등시켜요. 우리도 열심히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받아쓰기, 단원평가 등을 본다. 그래서일까? 너무 일찍 학교에 안 가는 재미를 알아버린 것 같다. 덴마크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 달리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으로 학교를 다닌다.

덴마크 학생들은 9년제로 학교를 다닌 후 인생학교 1년, 고등학교 3년, 또는 대학교로 이루어진다. 일단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인생학교가 있고 대학교를 꼭 가지 않아도 된다. 덴마크는 또 공부를 잘해야만 우수한 학생이 아니다. 그들은 공부도 하나의 재능이라 보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할 이유도 없고 공부를 잘해야만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도 없다. 내 아들의 직업이 청소부 이거나 열쇠수리공이어도 모두가 평등하니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내 아들 직업이 청소부라면 다들 부끄러워하고 숨기기 급급하다. 그분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다니는 곳이 쾌적하고 깔끔한 것인데 어째서 머리를 쓰는 직업만 귀하고 중요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너무 공부를 중요시한다. 사실 그 공부라는 것도 재능 중에 일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재능은 오직 공부 하나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서도 공부를 잘해야 얻을 수 있는 직업만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덴마크 학생들은 학교에서 협동 활동을 주로 한다. 나도 어렸을 때 협동 활동을 해본 적이 있다. 서로 도와가며 문제를 푸는데 우리 모둠에는 동작이 좀 느린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문제를 늦게 풀어 우리 모둠이 결국 청소를 했다. 아이들이 다 짜증을 내자 그 친구들은 풀이 죽어 있었다. 원래 모둠활동의 취지는 서로 도와가며 하는 것인데 그 도움을 주는 수준으로 경쟁을 시키고 서로 다른 모둠을 헐뜯게 만든다. 덴마크의 모둠활동은 어떨까? 모둠활동을 하다 보면 뛰어난 모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다른 친구를 좀 도와주렴."

이들은 이렇게 서로 도와주며 협동을 배운다. 그리고 팀원 간의 신뢰를 배운다. 이러한 점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통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사회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사회와 직장에서는 우리 직원들이 맡은 것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신뢰, 누군가가 바쁘면 그 일을 도와주는 협동으로 통한다. 실제로 덴마크 사람들은 서로의 아이를 봐주기도 한다.

경주마는 목표지점을 향해 쉼 없이 달리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쉬는 시간을 갖는다. 지금 우리나라 학생들은 쉬는 시간조차 없는 경주마 같다. 그에 비해 덴마크 학생들은 자유로운 야생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사회를 만들었을까? 공부를 잘해야 인정받는 세상을….

그건 바로 우리인 것 같다.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공부가 중요시되는 세상에 사니 미래의 '우리'가 내 아이는 성공시켜야지 하면서 닦달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진로 수업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1교시에 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진로를 찾는 시간을 다들 싫어한다. 물론 나도 싫어한다. 모든 아이들이 진로 시간을 싫어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진로 선생님은 대화가 안 된다. 진로 선생님은 예전에 영어를 가르치셨다. 그래서인지 직업 조언을 들으러가도 다 영어와 관련된 직업이며 전문적인 조언을 잘 해주시지 못한다. 둘째, 진로 선생님은 "인생은 빽"을 너무 추구하신다. 예전에 우리 반 아이가 고등학교 조언을 들으러 갔다가 잔뜩 화가 나서 돌아왔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다.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말하라고 해서 말했더니 자꾸 "너희 부모님이 그 학비를 댈 능력이 되시고?"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이다. 자신이 공부를 하고 싶으면 마음껏 하는 것이 옳은 것인데 세상은 점점 돈이 중요해지고 있다.

덴마크의 진로 선생님은 어떨까? 덴마크의 진로 선생님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분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조언해준다. 하지만 어느 직업을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학부모에게 이끌려 다니며 꼭두각시처럼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덴마크에는 '에프터스콜레'라는 것이 있다. 9년제 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 기숙하며 자신의 흥미를 찾는 것이다. 학업과 동시에 진로를 찾느라 바쁜 모습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충분한 기간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청소년들이 진로를 찾는 사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정한 '루저'의 틀을 깰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덴마크의 교육복지가 정말 놀라웠다.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정부 지원이 같다는 것이다. 만약 가난한 아이가 사립학교를 들어가고 싶다면 학비를 모두 정부에서 대준다. 그렇기 때문인지 덴마크에는 부자들만 사립학교에 간다는 인식이 없다. 두 번째로 놀라웠던 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언제든지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을 해도 에프터스콜레처럼 다시 인생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서 취업을 하는 것이다.

직업을 단순한 돈벌이로 보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곳으로 보니 해고되어도 당장 내일 먹고 살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이렇게 사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평등', 이 한 단어는 참 쉬우면서 어려운 것 같다. 평등의 정의를 알고 계획하는 것까진 쉽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누구는 높은 자리에 서 있고 누구는 낮은 자리에 서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자신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자리를 얻는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주어진 대로 살 뿐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깨어있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본 덴마크의 복지는 덴마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깨어있는 국민이 만든 것이다. 우리도 살아 있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고, 정부에서 잘못한 것이 있으면 날카롭게 꼬집어야한다.

요즘 한국은 메르스로 인하여 바람 앞 등불 상황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농담으로 '한국이 조만간 망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메르스 초기 대응을 잘 못한 국가도 잘못이지만 국민들도 잘못한 것 같다. 메르스 의심환자여도 당당히 외출하여 다른 사람을 만난다. 격리를 거부하는 상황까지도 일어났다. 이런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정부 욕만 해서는 하나도 나아질 것이 없다. 행복 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그 길을 터놓아 후세대가 그 길을 지나갈 수 있게 해주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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