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청소년 부문 [꿈틀상(가작)]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참사 1주일 후 그린 노란리본 나무
▲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세월호 참사 1주일 후 그린 노란리본 나무
ⓒ 이영주

관련사진보기


하루 12시간 이상 학교에 머무르는 한국 고등학생이라면 못해도 하루 몇 번 스치듯 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나 행복한가?"가 아닌 "나 이러다가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고민. 과열된 교육열에 희생양이 된 한국 고등학생들만 이런 고민을 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초과근무를 직원의 열정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 몸 담그는 직장인들의 뇌리에도 하루 몇 번 스쳐지나가는 말일 테다.

바쁜 일상에 치여 행복보다는 당장 생존에 급급해 있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생활에 더 무뎌지기 전에, 더 안일해지기 전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책에서 '꿈'과 '책임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작년의 일이다. 학기말이 되자 담임선생님은 희망직업을 적으라며 종이 한 장을 돌렸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교사라고 썼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꿈을 가졌을까 궁금하여 친구들이 적은 꿈들을 보았는데 굉장히 놀랐다. 왜냐하면 분명 꿈을 적어야 하는 곳임에도 목표대학을 써낸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 놀란 것은 우리 반에서 공부를 꽤나 잘한다는 어떤 한 친구가 '정규직'이라고 써놓은 것이다. 아직도 '꿈'을 가진 내가 애송이가 된 듯해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현실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

한국 청소년들의 직업 선호도 3위 안에는 늘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비단 우리 반 이야기만은 아닌 듯하다. 대부분의 한국 청소년들은 가슴에 꿈이 아닌 직업을 품으며 살고 있고 안정된 직업을 선호한다.

반면 덴마크에 사는 청소년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안정감이 아닌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와 이 직업이 나의 자아를 실현시켜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이 차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같은 열쇠공이라도 덴마크의 열쇠공이 행복할 확률이 높은 건 내가 선택한 직업, 나를 떳떳해하는 부모님, 더불어 직업의 귀천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꿈을 가지고 싶어졌다. 이제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알고 싶다. 이전까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당연히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음에도. 그저 남들이 모두 가니까, 대학은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에 놓인 곳이니까, 학벌사회를 출발부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건 무서운 일이니까. 이런 생각으로 나는 막연하게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막연하게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급류에 휩쓸리는 물고기처럼 어영부영 떠밀리지 않고 덴마크 친구들처럼 보다 능동적으로 내 일을 선택하고 싶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 책은 나에게 질문했다. "너는 그동안 직업을 가지고 싶었니, 꿈을 이루고 싶었니? 너에게 꿈이라는 꿈틀거리는 열정이 존재한 적은 있었니?" 그 질문들에 당당한 대답을 하기 위하여 나는 꿈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볼 것이다.

더불어 나는 이 책을 읽고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책임감이다.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싶은 단어 '책임감'. 지난해 안타까운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많은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선장이 자신들을 구해 줄 것이라고 믿은 학생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캄캄한 바다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모습. 국가가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속속들이 나오는 사실들에 무너지는 우리의 모습.

나는 기억해야만 한다. 비단 한 사람의 무책임함이 낳은 참사가 아님을. 책임감이 보여준 허술한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이기심들이 낳은 참사임을. 덴마크의 시민들처럼 서로가 평등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협동만이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각자의 이기심을 저버리고 '우리'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 정의라고 하여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본 것과 내가 들은 것을 침묵하지 않을 용기, 잘못된 정치에 대한 비판을 날카로이 할 용기. 이러한 정의들이 뭉친 사회가 곧 행복이라 생각한다.

이 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우리'가 되어야 한다. 옆 사람과 손을 맞잡고 걷는다면 그 시작이 벌써 행복이 아닐까. 나는 지금 옆집 할머니에게는 이웃집에 사는 학생이라고 불리고, 버스를 타면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젊은 사람이다. 내년이면 나는 어른이 되고, 이 사회는 나를 '사회를 짊어지고 갈 청년'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처럼 나에게는 많은 책임감들이 있고 나는 그것들을 견뎌내 이 사회가 더 아름다워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나는 진심으로 행복한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맛있는 음식은 나눠먹으면 더 맛있다는 말처럼 행복도 나눌수록 그 진미가 더해진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는 나는 이 사회를 위해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 혼자가 아닌, 너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길 원하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우리는 행복에 쉽사리 다가서지 않는다.

'아직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아직은 취업을 안했으니까' 하는 각종 핑계들로 행복을 경계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야말로 행복해야 하는 때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작가가 소망하는 크기의 행복만큼 우리 모두도 소망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우리는행복할수있을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