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언니, 우리 '미미렛츠' 해보는 거 어때요?"

미미 시스터즈(큰 미미, 작은 미미)와 바버렛츠(안신애, 김은혜, 박소희)의 만남은 김은혜가 농담처럼 던진 이야기로부터 시작됐다. 그간 크고 작은 무대에서 만났던 두 팀은 평소 "재밌는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고.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50년대부터 활약했던 '한국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였다.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본명 이민자)의 방한 소식을 들은 다섯 사람은 "그래. 우리 한 번 뭉쳐보자"고 입을 모았다. 

미미 시스터즈와 바버렛츠를 최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조합을 두고 작은 미미는 "김민자 선생님이 결합시켜주신 거다. 덕분에 유닛을 형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시스터즈'로 활동했던 여성 뮤지션에 관심이 많았던 미미 시스터즈에 2010년대판 김시스터즈가 되는 것이 목표인 바버렛츠가 더해져 '드림팀'이 꾸려졌다. 그리고 16일 오후 7시 서울 홍대 곱창전골에서 <미미 시스터즈&바버렛츠 헌정 콘서트-기쁘다, 민자 언니 오셨네>를 열게 됐다.

까마득한 선배지만 "민자 언니"...헌정 콘서트 선보이기까지

  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김민자는 김시스터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다방의 푸른 꿈>이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됨에 따라 한국을 찾게 됐다. 큰 미미는 "선생님들의 음악과 활동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후배 시스터즈로서 뭔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지난 2013년에 음악극 <시스터즈를 찾아서>를 할 당시, 시스터즈의 계보를 훑으면서 메들리를 만들었다. 이번에 합동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 메들리를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조 걸그룹'인 김시스터즈는 1950년대 미8군과 극장 무대에서 활동했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과 김해송의 두 딸 김숙자, 김애자와 이난영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의 딸 김민자로 구성된 3인조 그룹. 1939년 이난영이 속한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가 결성됐지만 앨범을 내고 활동한 것은 김시스터즈가 처음이다. 김시스터즈는 이후 미국에 진출, '찰리 브라운'으로 빌보드 차트에도 오른 바 있다. 후배 뮤지션들의 공연 소식을 접한 김민자는 이날 헌정 콘서트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번 공연에는 두 팀뿐만 아니라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 하세가와 요헤이, 정원용도 함께한다. 이들은 이번 공연을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여성 뮤지션과 연주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미 많은 여성 뮤지션들을 초대한 상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는 참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시스터즈에 대한) 자료가 너무 없어서 탐구열을 자극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미미 시스터즈와 바버렛츠는 인터뷰 내내 김민자를 "민자 언니"라고 불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까마득한 선배이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그 누구보다 가까웠다.

미미시스터즈, 바버렛츠에게 김시스터즈란?..."뿌리를 찾는 일"

  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그렇다면 이들에게 김민자, 그리고 김시스터즈는 어떤 의미일까. 미미 시스터즈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떠나) 1집을 내고 힘든 시기에 <시스터즈를 찾아서>를 준비했다"면서 "'다시 음악할 수 있을까' 고민할 무렵 김시스터즈의 일화를 많이 접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60년 가까이 흘렀지만, 김시스터즈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 하는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짚게 됐다고.

바버렛츠는 팀을 결성하고 나서 김시스터즈를 알게 됐다. 이들의 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한 바버렛츠는 "해외에 공연갔을 때 김시스터즈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1950년대에, 음악을 하는 어린 여자들이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인종차별 등을 극복해야 했을 거다. 유튜브에 있는 영상 등을 통해 편견을 깨고 활동했던 모습을 보면서 감명받았다"고 전했다. 서로의 활동을 보며 위안을 삼았던 두 그룹은 그렇게 "전설인 선배의 계보를 잇고 싶은 시스터즈들"이 되었다.

  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씨의 방한에 맞춰 헌정콘서트를 준비 중인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미미 시스터즈와 바버렛츠의 색깔은 뚜렷하게 다르다. 미미 시스터즈가 한국의 정통 록을 추구한다면, 바버렛츠는 1950~1960년대의 사운드를 구현한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뿌리를 찾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돌 걸그룹이 사랑받지만 여성 뮤지션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은 "20~30대 여성이 원하는 좋은 친구, 언니의 역할을 하는 뮤지션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재밌게,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다. 이것이 2010년대를 사는 이들이 풀어나갈 숙제다.

▲ '찰리 브라운~' 세계최초 걸그룹 '김시스터즈' 헌정 공연 세계 최초 걸그룹 '김시스터즈' 멤버 김민자 씨가 8월 중순 방한하는 역사적인 날, '시스터즈' 계보를 잇는 후배 걸그룹 '미미 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헌정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촬영: 이정민 기자)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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