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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8월 현재, 9월 말 고시를 목표로 2015 개정교육과정시안 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볼수록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제7차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국가수준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국가수준교육과정의 연구와 개정과정, 내용을 지켜본 현장교사로서 2015 개정교육과정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 기자 말

지난 6일 목요일 오후 2시,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에서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소문으로만 듣던 2015 개정교육과정 내용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번이 1차 공청회인데, 이날 자료집에 밝혀놓은 '추진 및 적용 일정'을 보면 9월에 확정·고시해서 2017년 3월부터 현장에 적용한다고 한다. 9월 말이라고 해도 고시까지 남은 기간이 이제 한 달여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급하게 바꾸는 '정권 교육과정'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장인 이화여대 김경자 교수가 총론 시안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공청회장에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현장교사들의 피켓시위가 있었다.
▲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 모습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장인 이화여대 김경자 교수가 총론 시안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공청회장에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현장교사들의 피켓시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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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과정 개정 중 이명박 정부의 2009 개정교육과정 역시 단기간 개정과정을 거쳤다. 일각에서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치고는 당시 개정안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2009 개정교육과정의 경우 당시 1차 공청회부터 고시까지 3개월이 걸렸다. 예정대로라면, 2015 개정교육과정이 2009 개정교육과정을 뛰어 넘어, 개정과정 최단기간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울 판이다.

초고속 단기간의 개정과정을 거치다 보니 개정 내용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있어서 교육과정 개정에 가장 영향을 받을 학교는 그때마다 당황스럽다. 오죽하면 '정권 교육과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이 전 학년이 적용된 것이 바로 올해 처음이다. 해마다 학년이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적용하다가 올해 5, 6학년이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바뀐 새 교과서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또 교육과정을 개정한다고 하니, 현장교사들은 "또 개정이야?"하는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잦은 교육과정 개정에 무관심한 나머지 아무리 교육과정을 개정해 본들 학교 교육은 '무차 교육과정(옛날 배운 대로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총론과 각론을 동시에 진행하는 문제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 자료집 9쪽에 있는 개정 추진 및 적용 일정
▲ 2015개정교육과정 개정 추진 및 적용일정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 자료집 9쪽에 있는 개정 추진 및 적용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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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교육과정 개정과정을 보면 총론이 확정 고시되지 않은 상태로 각론인 각 교과교육과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각론 교육과정 공청회 자리에 가 보면, 각 연구 책임자들이 하나같이 "아직 총론이 확정되지 않아서 변화될 가능성이 큽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부실하다는 2009 개정교육과정도 2009년 12월에 총론을 고시한 뒤, 2년 뒤인 2011년에 가서야 각론이 고시되었는데, 이번에는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7월 30일부터 8월 14일 보름 동안 25개의 공청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루에 네다섯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니 '공청회'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서 듣고 의견을 내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2015개정교육과정 공청회는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과정과 달리 총론과 각론 교육과정 공청회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 2015개정 교과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 일정 2015개정교육과정 공청회는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과정과 달리 총론과 각론 교육과정 공청회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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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국가 수준 2015 개정교육과정 내용을 보니 문제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급히 연구한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공청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대 목소리가 무척 크다. 그러나 주최 측인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에서 내세운 토론자 면면을 보니, 모두 교육부 정책에 그리고 이번 2015 개정교육과정에 동의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뿐이다. 그러니 토론자의 다른 의견도 시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기보다는 형식적으로 지엽적인 것만을 형식적으로 건드릴 뿐이다.

한 토론자는 토론문에 '세월호 참사가 학생들의 경직된 사고가 한몫했다'는 다음과 같은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교육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것은 희생된 학생들의 경직된 사고였다.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의 말이라면 의문이 생기더라도 따라야 한다는 경직되고 복종적인 사고(자기 생각이 없는 사고)가 이러한 참사를 키우는데 한몫하였기 때문이다." -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 자료집 67, 68쪽 중에서

2015 개정교육과정이 갖고 있는 문제 여덟 가지

지난 6일에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를 통해 나타난 2015 개정교육과정이 가진 문제를 크게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핵심역량중심', '역량중심' 교육과정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핵심역량'과 '역량'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관심이 점점 깊어가는 '생태' 관련한 역량이 빠져있다. 각론 공청회에서는 연구자들이 '역량중심 교육과정'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쓰고 있는데도, 책임연구자인 김경자 교수는 그렇게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둘째, '미래'를 전체로 한 교육과정이면서, 어떤 '미래'를 위한 것인지 미래상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셋째, 문과와 이과의 분리로 문제점이 많다면서 '문이과 융합'을 강조하면서 중등에서 '통합 사회'와 '통합 과학'을 제시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넷째, 2015 개정교육과정이 애초에 문이과 융합을 위해 연구된 것인데, 이와 반대로 초등 1, 2학년에서는 각 교과에서 통합해서 교육하던 '안전 내용'을 다시 분리해서 '안전생활'교과를 신설한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인다. 1, 2학년 '안전생활' 교과 신설 이유도 '선진국보다 1, 2학년의 수업시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수업시수가 더 많은 중등의 경우는 수업시수를 왜 줄이지 않는지 설명이 안 된다.

다섯째, '창의융합'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 말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말도 모호하다.

여섯째, 교육과정 개정이 국가사회의 요구만 강조하고 있어서, 교육과정에서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라고 밝히면서 어디에도 학생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일곱째, 이번 교육과정에서 느닷없이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적는다고 한다.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한 것은 14일 2시, 교원대에서 공청회가 진행될 예정인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총론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여덟 번째,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정보통신교육이 어떻게 변질하여 왔는지 잘 아는 현장교사들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교육과정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여덟 가지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여전히 주6일 수업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제대로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이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해 보겠다.


태그:#2015개정교육과정, #2015개정교육과정총론시안1차공청회, #2015개정교육과정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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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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