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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유다정과 양수빈은 인턴으로 평화네트워크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둘은 대표님의 우연한 제안으로 '해방·평화 70년 기념 평화 기행'에 합류하게되었습니다. 2015 평화기행은 참여연대,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재단 사람, 한반도 문제를 걱정하는 학자 모임 ASCK (Alliance of Scholars Concerned about Korea)등의 시민단체, 학술단체가 주최했습니다. 8월 8일 학술행사를 시작으로, 총 3일 간 안산, 서울, 철원, 양주 등지를 돌며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 이후 70년, 질곡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평화기행은 두 새내기 인턴들이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2편의 기사를 통해 다른 시민들과 이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 기자말

8월 8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는, "해방·분단 70년 기념 2015 평화 기행"이 학술 행사로 시작되었다. 이번 기행은 참여연대,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재단사람, 한반도 문제를 걱정하는 학자 모임 ASCK (Alliance of Scholars Concerned about Korea) 공동 주관의 행사로, 약 65명의 참가자가 한국, 일본, 미국, 태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모였다.

첫번째 세션. 왼쪽부터 김정인(춘천교대 교수), 이삼성 (한림대 교수), 사회에 홍승혜(연세대 교수),
 첫번째 세션. 왼쪽부터 김정인(춘천교대 교수), 이삼성 (한림대 교수), 사회에 홍승혜(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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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행사는 총 3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다. 첫 세션에서는, 동아시아 분단과 그로 인한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아시아 대분단 체제에 대해 한림대 이삼성 교수가,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가 역사 교과서와 논쟁과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 그리고 북조선의 분단 체제와 조선(한국) 전쟁에 대해서 럿거스 대학의 김수지 교수가 이야기했다.

한반도의 분단을 넘어 동아시아의 분단 체제에 대해서, 또한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적 사관을 가진 뉴라이트 세력의 연원과 정치적 욕망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신문의 정치면에 실리는 북한 지도부의 모습을 주로 보다가, 1945-50년에 작성된 북한 주민들의 자서전, 찍힌 사진 등을 통해 북한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신기한 일이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해방과 분단 70년 이후 한반도가 처한 군사적, 정치적 상황을 배울 수 있었다. 일본 국제 기독 대학 서재정 교수가 사드 (THAAD, 종말단계고고도 지역 방어)가 한반도의 안보에 기술적, 정치적인 필요성을 고려했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음을,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한국정치의 우경화와 대중적 극우 단체의 등장에 대한 사회, 역사, 정치적 배경을 밝혔다.

참여연대 박정은 협동사무처장은 평화 운동 실무자로서, 한국 평화 운동의 어려움과 한국 사회가 이루어야할 평화, 통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 그리고 역량강화의 필요성을 말했다.

두번째 세션. 왼쪽부터 서재정(일본기독대학 교수), 김동춘(성공회대 교수),  박정은(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두번째 세션. 왼쪽부터 서재정(일본기독대학 교수), 김동춘(성공회대 교수), 박정은(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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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행사 순서를 보고 여러 가지 다른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세션이 진행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보수 정권의 재집권 후, 나랏돈이 보수우익집단에게 집중되면서 진보적인 평화운동은 위축되고 있음을 각계에서 여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춘천교육대학교 김정인 교수는 2004년 등장한 뉴라이트 세력이  국가주의 역사학의 계보를 이어가며, 그들의 역사해석은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인 교수는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주의사관과 반북주의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친시장'을 넘어 '친재벌'의 성향을 가지며,  뉴라이트는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도 자유주의에 기반한 성장제일주의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추구했다.

또한 경제성장에서 시장의 역할을 매우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삼성, 현대 등의 창업 일세대를 과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더불어 김 교수는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사에서 북한의 위협를 강조하여 경제성장의 성과를 내세우거나, 독재·권위주의 체제를 수긍하면서 현재까지도 반공, 반북주의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인 교수는 "뉴라이트에는 역사학자보다 정치학자들이 더 많다"며, 뉴라이트가 정권의 지원하에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평화, 인권, 민주주의 등의 가치는 등한시하는 뉴라이트, 그리고 이를 북돋아주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정치권이 보수단체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에 김동춘(성공회대학교 교수)도 가세했다. 김동춘 교수는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단체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그 단체들은 정부와 긴밀히 연결돼, 촛불시위에 맞불집회들을 열 것을 상의하며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해 8월 경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촛불시위가 시작되자 "청와대 정무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을 만나 촛불집회에 대응하기 위한 자유총연맹의 활동을 상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국정원과 자유총연맹, 일베 및 여러 우익단체들의 유착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정은(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한반도의 현상황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른바 민주정부시기에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군, 국정원, 기무사, 검찰 등 안보권력과 보수 언론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햇볕정책'을 필두로 민중운동을 압도하던 통일운동은 위축되는 반면, 지난 10년 동안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북한 민주화, 북한 인권을 내세우는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 등이 나오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단체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현재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우향화'가 그저 개인차원에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견고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세번째 세션에서는 조금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을 거부하시는 세분과 함께 토크쇼가 시작됐다. 덴마크 국적의 한국 입양인 영화감독 제인 진 카이젠, 통일 한국의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남한도 북한도 아닌 해방 직후의 '조선'이라는 국적을 유지하려는 조선적 재일동포 리정애, 그리고 평화를 위해 고민하다 결국 총을 들지 않기 위해 병역 거부를 선택하신 임재성씨 등과 토크쇼를 가졌다. 세명 모두 각자의 양심과 의견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었다.

세번째 세션. 왼쪽부터 제인 진 카이젠(영화감독), 리정애(조선적 재일동포), 임재성(병역거부자), 이태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세번째 세션. 왼쪽부터 제인 진 카이젠(영화감독), 리정애(조선적 재일동포), 임재성(병역거부자), 이태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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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술행사는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의 연원과 성향, 그리고 최근의 활동들과 배경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큰 자극과 도전이 되었다. 사실 똑똑하고 활동적인 청년 활동가, 정치인들도 많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일베' 및 일부 폭력적 보수 세력의 파급력이나 존재감이 그들 보다 더 강해보일 때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평화 네트워크 새내기 인턴으로서, 평화, 운동, 국가와 같은 단어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평화 운동'은 무엇인가. 분단 이후 70년,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평화'는 무엇이며, 해나가야 할 '운동'은 무엇인가. 버티는 것만이 우리의 최선인가. 이어지는 3일간의 기행에서 좋은 힌트를 얻었으면, 하고 느끼며 2015 평화기행의 막을 올렸다. 

덧붙이는 글 | 양수빈·유다정 시민기자는 평화네트워크의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2015 평화기행, #해방 70주년,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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