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력범죄를 성적판타지로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성인 잡지 <맥심>의 9월호 표지 사진.
 강력범죄를 성적판타지로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성인 잡지 <맥심>의 9월호 표지 사진.
ⓒ 맥심

관련사진보기


유명 성인남성잡지 <맥심>이 여성을 납치·살해한 상황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해 화보를 찍고 이를 표지로 삼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가해자 역을 맡은 모델에게 '카리스마 있는 표정' 따위 설명을 덧붙이는 등 강력 범죄를 성적판타지로 미화하고, 상품화했다는 지적이다.

납치·살해 연출한 뒤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

논란이 된 사진은 오는 24일 발간 예정인 9월호 표지사진이다. 사진에는 영화 <신세계>,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에서 악역을 연기한 배우 김병옥이 미간을 찌푸린 채 검은색 구형 그랜저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바로 옆에는 트렁크 문이 반쯤 열려 있고, 그 사이로 청테이프에 발목을 결박당한 여성의 다리가 절반쯤 나와 있다. 표지 상단에는 "여자들이 '나쁜 남자'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좋아 죽겠지?"라며 조롱하는 듯한 문구도 실렸다.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표지 설명 글에도 '무신경함'이 그대로 나타났다. <맥심> 편집부는 "9월호의 표지 화보는 배우 김병옥을 주인공으로 하고, 화보 사진마다 각각 납치, 살해, 사체유기, 출소 등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며 "표지 사진으로는 배우 김병옥이 청테이프로 칭칭 감은 여성 모델의 하얀 다리와 구형 그랜저 트렁크를 배경으로 서있는 사진이 낙점되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는 "납치를 연상시키는 표지 사진 속에서 김병옥은 허공을 응시하며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맥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청테이프를 감은 하얀 발목의 주인공은 사실 맥심 여자 에디터"라고 밝혔다.

사진이 공개된 직후 트위터를 중심으로 거센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이영비 편집장은 직접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다. 이 편집장은 "지독한 악역의 최고봉에 오른 배우 김병옥씨를 범죄 느와르 영화 속 한 장면에 등장한 악인으로 설정하고자 의도하여 편집부에서 연출한 화보"라며 "살인, 사체유기의 흉악범죄를 느와르 영화적으로 연출한 것은 맞으나 성범죄적 요소는 화보 어디에도 없으며 일부에서 우려하시듯 성범죄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이 편집장은 성범죄적 요소가 화보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현실 속 여성을 상대로 한 납치·살해가 대부분 성범죄까지 동반하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면 보는 사람에 따라 이러한 상상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연상시키지 않더라도, 많은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강력범죄 가해자를 '나쁜 남자'로 표현해 그 심각성을 축소시킨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에 지난해 '맥심걸 컨테스트'에서 우승한 정두리씨는 표지사진 촬영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씨는 자신의 트위터(@durimimi)에서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 강간 살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맥심은 이번 이슈(여자들은 나쁜남자를 좋아한다?)와 커버를 통해 폭력을 미화시켰다"며 "저는 이를 매우 우려하는 바이고, 여성에 대해 폭력적인 시선을 가진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썼다.

트위터 이용자 '@pri******'는 "내 친구의 아는 언니가 그렇게 수원에서 살해당했는데 저 맥심만 보면 손발이 와들와들 떨린다"고 남겼고, '@i_d***********'는 "니들이 친구가 살해당했다는 소식 듣고 장례식장으로 걸어가는 그 기분을 아냐?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맥심, #김병옥, #정두리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