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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코드(Cape Cod)
 케이프 코드(Cape Cod)
ⓒ Google 지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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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남동부에는 케이프 코드(Cape Cod)라는 갈고리 모양의 반도가 있습니다. 낚싯바늘 같기도 하고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가 팔뚝을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지형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보낸 것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독특한 지형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해변도 많아서 여름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입니다. 반도의 끝은 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상륙한 지점으로 현재의 프로빈스타운(Province town)입니다.

날씨가 좋았던 9월 어느 날, 우리 가족은 프로빈스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케이프 코드의 입구에 해당하는 샌드위치(Sandwich)에서 프로빈스타운까지 거리는 약 100km로 자동차로 1시간 30분가량이 걸립니다.

중요한 목적이 있어 떠난 길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뽀빠이의 팔꿈치에 해당하는 반도의 중간, 채텀(Chatham)에서 '채텀 등대'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 등대는 1923년 전까지 쌍둥이 등대로 불렸다고 합니다.

쌍둥이 등대와 등대지기의 집

채텀 등대(Chatham Light)
 채텀 등대(Chatham Light)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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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년 4월, 케이프 코드의 노스투로(North Truro)에 최초의 등대를 세운 지 9년쯤 되던 해에 의회는 채텀에 두 번째 등대를 세우기로 합니다. 이 등대는 약 12m 높이로, 두 개를 지어 쌍둥이 등대라고 불리게 됩니다.

등대 관리인을 위한 집도 지었습니다. 하나의 침실로만 이뤄진 작은 집이었다고 합니다. 첫 등대지기는 사무엘 나이(Samuel Nye)로,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 대통령이 그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1900년대 초, 등대위원회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자 쌍둥이 등대를 단계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쌍둥이 등대 중 하나는 1923년, 115년 역사를 끝내고 약 20km 떨어진 이스텀(Eastham)의 해안으로 이동합니다. 현재 등대지기의 집은 미국 해안경비대로 사용되고 있어 아쉽게도 출입은 불가능했습니다.

채텀 등대에서 바라본 해변.
 채텀 등대에서 바라본 해변.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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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바라보고 있는 바다는 그림 같았습니다. 모래언덕으로 이뤄진 백사장은 꽤 이국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모래 위의 식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식물은 백묘국(dusty miller)으로, 사람이 밟으면 견디지 못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왜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 식물이 자라나 싶었는데 원래가 혹독한 환경에서 잘 견디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이나 자전거 등에 짓눌리면 견디질 못한다고 하니 척박한 환경은 극복해도 사람은 극복할 수 없는 식물의 한계를 보여준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의 주차는 30분만 허용됩니다. 해변에 내려가서 긴 시간을 보내려면 주차를 다른 곳에 한 후에 셔틀을 타고 와야 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므로 잠깐만 해변을 감상한 후 프로빈스타운으로 향했습니다.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는 '상업 거리'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의 중심가.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의 중심가.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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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빈스타운은 주차장 대부분이 '만차'였습니다. 이러다 주차 못 해서 그냥 돌아가야 하나 싶을 만큼 주차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주차장 몇 곳을 돌다가 알게 된 사실은 이 타운에서 오늘 누군가의 결혼식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차공간이 있음에도 '만차' 표시해둔 곳도 있었던 것입니다.

어렵게 주차를 마치고 타운의 중심가인 '상업 거리(Commercial st.)'로 갔습니다. 만차 상태인 주차장이 증명하듯 정말 많은 관광객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거리 곳곳에 펄럭이는 무지개 깃발이었습니다.

무지개 깃발은 이곳이 성소수자와 예술가의 마을로도 유명하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갤러리도 참 많았습니다. 그림 볼 줄은 모르지만, 이곳의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서 그림을 모르는 사람도 한참을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들이었습니다.

거리에는 식당도 많았습니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 야외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옷가게도 많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옷이 아닌 가게의 간판이었습니다. 어느 화가가 그렸을 법한 그 간판이 예뻐서 정작 옷보다는 간판만 신나게 구경하고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상업거리의 옷가게
 상업거리의 옷가게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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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금방 구경할 줄 알았는데 걷다 보니 2시간이 훌쩍 갔습니다. 거리 공연하는 사람,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 아이와 산책하는 부모, 데이트하는 커플 등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북적거리는 '상업 거리'를 보면서 과연 이곳에 주거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중심가를 거의 벗어나니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을 사람들의 주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술가의 동네답게 똑같은 형태의 집들이 거의 없어서 집 구경만 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란 문이 인상적이었던 집
 노란 문이 인상적이었던 집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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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빈스타운의 해변
 프로빈스타운의 해변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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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가기는 아쉬워서 해변에 잠시 들르기로 했습니다. 거리 곳곳마다 해변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어 1~2분이면 바다를 볼 수가 있습니다. 바다에는 배들이 가득했습니다. 배들을 보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눈이 즐거워지는 곳. 사람들이 이곳을 여러 번 방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타운을 나섰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태그:#케이프코드, #프로빈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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