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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밴쿠버, 가을 바람이 부는 베를린, 런던, 뉴욕, 시카고, 30도가 넘는 미국 북가주 등 날씨와 사는 곳은 다르지만 매월 셋째 주 주말이면 도심 어딘가에 노란색이 출렁인다. 노란 리본을 달거나 몸 자보를 입거나, 배너를 든 해외 동포의 세월호 집회와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동시 집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해 온 해외 동포들은 자발적으로 지역 모임을 만들어 매월 또는 비정기적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행동을 온·오프라인에서 해오고 있다.

이름들도 다양하다. 세계 각 지역에서 페이스북 등 사회 관계망을 통해 세월호 소식을 공유하며 모인 이들은 스스로를 '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세사모)',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세기토, 세기밴)', '리멤버링 세월 영국', '베를린 행동', '가만히 있으라 in 호주' 등으로 명명했다. 이들은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풀뿌리 모임을 꾸려가고 있으며, 참사 이후 1년 반 동안 꾸준히 세월호 진상 규명 촉구 집회와 행사를 열고 그 후기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비가 오는 9월의 셋째 주말에도 해외동포들의 집회는 계속된다
▲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월호 집회 비가 오는 9월의 셋째 주말에도 해외동포들의 집회는 계속된다
ⓒ 세월호를 기억하는 밴쿠버사람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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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하는 밴쿠버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19일(토요일), 비가 오는 중에도 세월호 집회를 진행했고, 페이스북에 그 후기를 남겼다.

"9월 찬비가 내린다. 대부분 어린 학생을 포함 300여 명을 수장한 세월호 참살은 해방 70년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세상을 이룩하는 데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사고 1년 반이 가까워 와도 밝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정권은 계속 투명한 진상규명을 방해, 지연하고 유족과 시민을 감시 탄압하고 있다."

35도가 넘는 더위에도 3시간 동안 세월호 집회를 연 북가주 '세사모'도 사진과 함께 후기를 알렸다. 유가족 간담회며 집회 때마다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김낙경씨는 "이날은 정말 더운 날이었다. 거의 (화씨)100도. 그런데도 북가주 회원분들이 오셔서 노란 리본, 밴드, 스티커, 세월호 소식지 인쇄해서 나눠 드렸다"며, "세월호 소식 업데이트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는 집회가 지치지 않게 쭉 활동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한국 정부에 진상 규명, 세월호 보존 인양, 실종자 완전 수습, 책임자 처벌, 재난 방지를 요구하는 정기 침묵 시위가 열렸다.

지난 20일 일요일 오후, 뉴욕타임스 빌딩앞에서 뉴욕 세사모는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유인물을 나눠주는 집회를 열었다. 페이스북의 각 모임 페이지에서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김지영 감독이 제기한 의혹을 나누며 "승객의 생명보다 선원과 해경이 그토록 구했던 것이 무엇인지?"하는 등의 글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 단체가 모인 '4.16연대'의 '세월호 일일뉴스'도 많이 공유됐다.

페이스북 단식 관련 페이지에는 캐나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매일 한 끼 단식 중인 동포들의 글이 올라온다.

아래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해외동포 릴레이 단식 397일, 무기한 한끼 단식 89일째'로 시작한 글의 일부다.

'17차 세월호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에는 한옥을 사랑하는 David Kilburn씨도 참여했다.
▲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월호 집회 '17차 세월호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에는 한옥을 사랑하는 David Kilburn씨도 참여했다.
ⓒ Remembering Sewol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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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빌딩앞에서 매달 셋째주말에 열린다
▲ 뉴욕에서 열린 세월호집회 뉴욕타임즈 빌딩앞에서 매달 셋째주말에 열린다
ⓒ 뉴욕 세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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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다 해도 자연 질서에 따르지않고 더군다나 스스로 결정하지도 않고 원인도 모르고 죽음으로 내몰렸을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더럽고 사악한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가족과 친구들과 하루 아침에 생이별을 한 아이들...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지요. 더구나 그들은 이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한 생명이라도 구하려고 달려와서 고되게 작업한 잠수사들까지 고소를 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어떻게 이토록 염치없는 세상이 되었는지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언젠간 진실이 선명히 드러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바른 방향을 가르쳐줄 거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고단한 삶의 노동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행동할 수 있도록 우리의 선택을 믿고 서로 행동합시다. (토론토, Jackie Choi)"

"많은 국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무엇이 밝혀졌고 달라졌는지 물어본다면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세사모)"

매달 예술가의 퍼포먼스와 서명운동이 함께 진행된다
▲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월호집회 매달 예술가의 퍼포먼스와 서명운동이 함께 진행된다
ⓒ 세월호를 기억하는 베를린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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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2시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유가족 지지를 위한 세월호 베를린 행동의 서명집회가 진행됐다. 바닥에 펼쳐진 대형 그림이 많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행사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이곳을 지나던 수십여 명의 외국인들은 세월호 문제에 가슴 아파하며 서명에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연화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겪은 경험을 영어로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어렸을 때 한국에서 입양된 사진작가, 베를린에 여행중이던 학생 등 많은 이들이 그동안 매달 열린 베를린 세월호 모임을 알고 참여했단다.

매일 해외 동포들의 릴레이 단식 내용을 올리는 오동성 목사는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 소식, 기운들이 전해질 수 있어 참 고맙습니다. 작은 마음, 촛불 하나 밝히는 마음으로 이어가는 것"이라며, 해외 동포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달에도 세월호 집회나 행사가 여러 지역에서 예정돼 있다. 오는 10월 3일 캐나다 애드먼튼에서는 <다이빙벨> 무료 상영회가 열린다. 추석 명절 행사나 한인 축제 등이 열리는 지역에서는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만든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나누거나 피케팅을 할 계획이다.


태그:#세월호집회, #해외동포, #다이빙벨, #파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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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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