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생활의 거처를 떠나 낯선 도시를 경험한다는 건 인간에게 비교대상이 흔치 않은 설렘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돌아올 기약 없는 긴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정주가 아닌 유랑의 삶이 주는 두근거림. 절제의 언어인 '시'와 백 마디 말보다 명징한 '사진'으로 세계의 도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설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기자 말
큰사진보기
|
▲ 폐허가 된 함피의 풍광. 힌두제국과 이슬람제국의 전쟁 탓이다. 결국 세상 불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종교다. |
ⓒ 홍성식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1400년 전 왕이 탔다는 석조마차. 실제로 보면 그 섬세함과 느껴지는 무게감에 기가 질린다. 함피 비탈라사원 내부에 있다. |
ⓒ 홍성식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비루팍샤사원 안에서 코로 여행객의 머리를 쓰다듬는 잔재주를 보이며 푼돈을 구걸하는 코끼리. 측은했다. |
ⓒ 홍성식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명멸했던 왕조의 역사와는 무관하게 함피에서 만난 인도 아이들의 눈동자는 맑았고, 웃음은 더없이 선했다. |
ⓒ 홍성식 |
관련사진보기 |
소리가 되지 못한 노래
제국은 제국을 배척했다비자야나가르 왕조의 하누만무슬림 영주의 혀를 자르고모하메드를 욕보였다일어선 무슬림연합국복수는 가혹했다힌두의 신들은 목이 잘렸고개도 금덩이를 물고 다니던 도시는 폐허가 됐다1400년 전 왕들은300마리 백마가 끄는 석조 마차를 탔다한다비탈라사원의 돌기둥에 귀를 대면부침과 명멸을 거듭했던 함피의 비명이 들려신성한 도시에선 술도 숨어 마셔야한다거대한 바위 위로 비산하는 햇살눈은 부시고, 밤은 오지 않을 것 같아제3제국을 경험한 할아비의 피 탓일까스물한 살 독일 소녀는낯선 동양인 사내에게 거침이 없다일찍 죽은 제 오빠를 닮았다나아리안의 피가 섞이지 않은 난 과장된 제스처로 웃을밖에 도리가 없고비루팍샤사원 거대한 첨탑 너머로핏빛 태양이 떨어진다덩치에 맞지 않게 잔재주로 푼돈 구걸하던 코끼리도 지쳐 제 집으로 돌아가는이국의 밤은 언제나 두렵거나 설레는 법인도산 맥주는 이름조차 철학적이라 '물총새'다게으른 사내들은낯짝에 묻은 흙도 털어내지 않고비밀스런 술집을 향하는데제 사는 곳을 도읍으로 정했던왕들의 이름은 이미 그들의 관심 바깥에 있다그 밤, 독일 소녀는 사탕수수 럼에 취해쓰러진 바람벽 위 빛나는 별을당신이 노래해 달라 칭얼댔다그 탓이었을 게다제국의 폐허에서 갈증 참으며 잠든 밤까무룩 추락하는 꿈을 꾸었다당연한 이야기지만 비극의 재료만으론 어떤 노래도 소리가 되지 못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