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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에 설치된 부스. 외국인 관광객들을 무료로 호텔에 데려다 준다.
▲ 홍대입구역의 외국인 관광객 이동 부스. 홍대입구역에 설치된 부스. 외국인 관광객들을 무료로 호텔에 데려다 준다.
ⓒ 임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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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수는 2012년에 1천만 명을 넘었고, 작년에는 1천4백만 명을 넘어 올해 1천5백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게 드문 일이라, 호기심 반 두려움 반에 멀리서 "저기 봐,  외국인이다"라고 속삭이거나 혹여 말이라도 걸까 다가오면 우물쭈물하며 도망치던 시절은 이제 옛날이다.

홍대 주변은 여러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특유의 분위기 등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주택이나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게스트하우스(주로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여행숙소로, 개별실 혹은 다인실을 이용하며 거실이나 부엌 등은 공유하는 형태의 숙소)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야말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메카(mecca)다.

수년 전 외국 여행 중 인연을 맺은 친구가 놀러 와서, 홍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주말 저녁에 약속을 잡고 달려가 친구를 만났다. 그의 갈색 머리와 파란 눈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주말 저녁의 홍대 거리에는 외국인이 많았다.

저녁 시간을 보낼 곳을 찾던 중, 건너편에 제법 분위기가 좋았던 호프집이 있기에 친구에게 그곳에 가자고 가리켰다. 그런데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신호도 없는 차도 위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하여 친구를 붙잡고 '위험하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 친구 대답이 걸작이다.

"한국에선 다들 이렇게 건너던데? 우리나라의 여행 블로그에서도 (한국) 번화가에서는 길을 신호에 상관없이 건넌다고 하더라고."

듣고 보니, 한국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경의선 길 주변에 생긴 공원에서는,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별이 안 되는 도로를 차량과 사람이 뒤섞여서 다니고 있었다.

공공장소에서의 행동, 외국인이 보기엔 어떨까

홍대입구 주변의 길. 원래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인데, 사람 통행이 많고 신호도 없어 혼잡하고 위험하다.
▲ 홍대입구 주변 차도 홍대입구 주변의 길. 원래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인데, 사람 통행이 많고 신호도 없어 혼잡하고 위험하다.
ⓒ 임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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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약속장소에 찾아가, 운 좋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창가 자리의 바깥으로, 인도 바로 옆에 약간 으슥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십여 분마다 멈춰서 담배를 피웠다. 공간의 벽 밑으로는 담배꽁초들이 쌓여 있었고, 벽에는 마포구청에서 붙인 공고가 외롭게 붙어 있었다. 공고의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부끄럽지 않으세요? 당신의 행동을 이웃과 당신의 자녀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본래 유입되는 관광객보다 나가는 관광객이 많은 나라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일본·홍콩·싱가포르 그 외 동남아 등 다양한 나라를 방문하는데, 싱가포르·일본 등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 나라의 청결함과 준법의식에 감탄하고, 중국이나 동남아를 다녀온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분위기를 이야기하며 혀를 차곤 했다.

이러한 관광객들의 인식은 그대로 국가 이미지로 이어졌고, 청결하고 준법의식이 투철하다는 이미지는 국가 브랜드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당연히 지저분하고 질서가 어지러운 이미지는 국가의 브랜드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을 것이다).

쓰레기 투척 시 벌금을 부과한다는 표지 앞에서 흡연 중인 사람들. 바로 앞에 식당이 있어도, 구청의 공고가 있어도 담배를 피운다. 그들의 흡연권은 존중받아야 할까.
▲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쓰레기 투척 시 벌금을 부과한다는 표지 앞에서 흡연 중인 사람들. 바로 앞에 식당이 있어도, 구청의 공고가 있어도 담배를 피운다. 그들의 흡연권은 존중받아야 할까.
ⓒ 임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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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이 천만 명을 훌쩍 넘는 시대.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하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나 식당 앞에서 흡연하는 것이 문화로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는 어떻게 될까. 우리가 '메이드 인 차이나'에 관해 떠올리는 이미지를,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갖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지키는 간단한 질서가 '안 걸려서 벌금 안 냈으니, 앗싸!' 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나라의 얼굴이 되고 한국의 발전과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번화가를 즐겨 방문하는 젊은이로서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야외 공간, 특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도심의 인도나 식당 앞 등은 조속히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하겠다. 흡연은 폐암 발병률을 20배 이상 높이며, 그 외 구강암·식도암·위암·유방암 등 거의 모든 암의 위험률을 대단히 높은 확률로 높인다.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 또한 폐암의 위험률이 높아진다(그리고 특히 흡연하시는 분들, 담배피면서 꼭 가래침을 뱉는데 이거만이라도 진짜 자제해주기 바란다. 같은 국민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많이 둔화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관광을 통한 수입의 창출이나 국가 이미지 향상을 통한 첨단 산업의 수출 증가는 국가 경제의 중·장기적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길거리에서의 금연·무단횡단 자제 등 공공질서의 제고는 한국의 이미지 향상 및 경제력 상승에 있어, 중요한 머릿돌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사진에 촬영된 시민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태그:#무단횡단, #길거리흡연, #외국인, #국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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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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