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PLS(답엘에스)는 방글라데시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했던 두 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으로, 일방적인 후원이나 기부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고 용기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구호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글라데시 다르게 보기 프로젝트와 예술교육으로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방글라데시 예술가들과 함께 2012년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과 2015년 국제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등을 문화예술 교류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방글라데시 최남단 콕스바잘에서 열리는 국제아트비엔날레 콕스바잘 2015에 참석하기 위해 8월 말부터 한 달간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습니다. - 기자 말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 일정이 미뤄지면서 일도 배우고 경비도 보태기 위해 지난여름부터 제주도 축제팀에 합류해 일하고 있었다. 일하면서도 틈틈이 방글라데시 아트 페스티벌 일정과 일들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일을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괜찮겠지 하고 넘겼는데 밤새 좌우로 허리를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아파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정말로 영영 이대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출국을 겨우 40여 일 앞두고 있어 그동안 준비했던 아트 페스티벌은 어떡하나,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떡하나 생각이 많아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내 몸의 적식호를 무시하고 제대로 내 몸을 챙기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결국, 나는 제주 축제의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재활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일주일 넘게 제대로 걷지도 눕지도 못할 만큼 통증이 심했지만,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재활 치료만으로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아트 페스티벌 후원금과 더불어 방글라데시 왕복 항공권 비용은 답엘에스 활동으로 모은 수익금과 지인들이 보태주신 답엘에스 후원금으로 마련했지만, 여전히 자금이 많이 부족했다. 현지 교통비 및 체류비용, 아트페스티벌을 위한 준비물 및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대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했다.

고민을 하다 방글라데시 아트 페스티벌을 위한 부족한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아트 페스티벌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후원자분들께 프로젝트 관련 물품을 선물로 드리는 리워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프로젝트 기간은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 목표 금액을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지 신경을 써야 되는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목표 모금액이 100% 이상 달성되어야 후원 금액을 받을 수 있어서 정해진 기간 동안 금액을 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준비를 하다 보니 프로젝트가 종료되고도 3주 정도의 정산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5년 2월 기준, 이제는 결제 시스템이 교체되어 펀딩 마감 다음 날에 모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출국은 이제 겨우 3주 앞. 성공하더라도 출국 전에는 모금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금액은 귀국 후에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모금 기간을 여유 있게 늘리고 목표 모금액도  리워드 상품과 도록제작 비용을 계산해 최소 비용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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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을 위한 펀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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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30일. 출국 D-25

크라우드 펀딩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을 위한 펀딩을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크라우드 펀딩(소셜 펀딩)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말합니다. 소액으로 후원이 가능하며 그렇게 십시일반 모인 여러분의 후원이 프로젝트를 완성시킵니다. 후원자분에게는 프로젝트 관련 물품을 선물로 드립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목표 모금액이 100%이상 달성되어야 후원금액을 받을 수 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너무 소중합니다. (목표금액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후원자에게 후원금은 환불됩니다.

1월 말 시작한 모금활동은 일주일 만에 목표 금액의 80%를 달할 만큼 생각보다 빠르게 금액이 채워졌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내전을 방불케 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군 간의 충돌이 계속되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사실, 방글라데시에서는 전국적인 폭력시위를 동반한 '하탈(인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권에서 많이 쓰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동맹휴업, 파업,시위 등을 지칭하는 말)', '교통 봉쇄'가 이미 생활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고 금세 잦아 들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시위는 멈출 줄 모르고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집권당(아와미리그)이 부정선거 가능성의 이유로 제1야당 고위인사를 가택 연금시키면서 시작됐다. 이에 야당은 총선 보이콧을 선포했고 이 상태에서 1월 5일 총선은 치러져 여당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총선은 공정성이 없어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져 외교부는 폭력시위로 인한 치안 문제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그리고 방글라데시 치안 상황이 안정되면서 한 달 만에 특별여행주의보를 해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1월 5일, 제1야당(BNP) 총수가 총선 1주년을 맞아 새 총선을 요구하며 지지자들에게는 전국의 도로, 철도, 수로를 마비시키는 시위에 나서도록 했다. 전국적인 '교통 봉쇄' 시위를 시작한 이후 버스, 트럭 등의 무차별 방화로  수십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야당의 주요인사에 대해 사형 등 중형이 선고된 전범 재판 등 다른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져 시위는 더욱더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봉쇄 기간 중 이동하는 차량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되어 장거리 이동이 힘들고 사제폭탄까지 등장하면서 현지 상황이 갑자기 급박해졌다.

우리는 지방에서 육로로 이동하는 예술가 및 참가자의 안전과 작품 이동 등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출국을 일주일 앞두고 아트페스티벌 일정을 미루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시위가 계속되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했다.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고 새로운 날짜를 정하기로 했다.

방글라데시 일정 항공권은 취소 수수료를 물고 취소를 하면 되지만, 2주 전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이 마음에 걸렸다. 크라우드 펀딩을 취소하고 추후 일정이 정해지면 다시 모금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날까지 후원을 해주신 분이 40여 분. 현지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후원자분들께 전화를 드렸다.

첫 후원자분께 현지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일정이 연기가 됐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대뜸 '포기하시는 것은 아니죠?'라고 물었다.

"네, 하지만 원래 약속드린 날짜에 못 하는 거니까요."
"그럼,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취소하지 마세요."

다른 후원자분들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언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친구들의 안부를 물어보시는 분도 있었다. 어떤 분은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별일 아니'라며 안전이 우선이라고 했다.

출국을 열흘 앞두고 오랜 시간 준비해온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은 불안정한 현지정세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 빠르면 그 다음 달에... 하지만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은 시작됐다.

*3월 15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진행했던 DAPLS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을 위한 펀딩은 목표 금액을 채우고 종료됐다. 최종 후원자는 총 49분. 아트페스티벌이 연기되었음에도 취소한 후원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