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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 148명이 5일 오전 11시 50분 광주 북구 전남대 '우리의 교육지표사건' 추모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120여 권의 역사책에 국정화 반대의 뜻을 적은 노란 풍선을 단 뒤, "우리는 역사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이날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들이 현수막을 들고 전남대 용봉탑 인근을 지나고 있다.
▲ 역사가 '권력의 시녀' 되는 것 거부한다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 148명이 5일 오전 11시 50분 광주 북구 전남대 '우리의 교육지표사건' 추모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120여 권의 역사책에 국정화 반대의 뜻을 적은 노란 풍선을 단 뒤, "우리는 역사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이날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들이 현수막을 들고 전남대 용봉탑 인근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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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조선왕조실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우리 한국사>, <국가 권력과 역사 서술>…. 그리고 <한국사> 교과서.

전남대 인문대 인근 '교육지표사건 기념비' 앞에 역사책 120권이 놓였다. 전남대 교육지표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8년 6월 27일 전남대 교수 11명이 국민교육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한 사건이다(발표 직후 교수 11명 모두 해직, 교수·학생·시민 다수 유죄 판결).

전남대 역사학도들은 노란 풍선에 저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적어 들고 바닥에 놓인 역사책 앞에 섰다. 이어 노란 풍선에 달린 끈을 역사책에 동여맸다. "자유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는 억압을 원치 않습니다", "역사가 국가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습니다" 등의 글귀가 직힌 노란 풍선이 '여러' 역사교과서를 비롯한 역사책 120권에 매여 하늘하늘 흔들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적은 노란 풍선에 끈을 매달아 역사책과 연결하고 있다.
▲ 역사책-노란 풍선 연결하는 학생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적은 노란 풍선에 끈을 매달아 역사책과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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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 148명이 5일 오전 11시 50분 광주 북구 전남대 교육지표사건 기념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120권의 역사책에 국정화 반대 뜻을 적은 노란 풍선을 단 뒤, "우리는 역사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이들은 "오늘 이곳, 우리의 교육지표 기념비 앞에서 37년 전 유신체제의 비민주적 교육정책에 저항했던 선배들의 투쟁을 상기하며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사를 천명한다"며 "정부가 끝내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 국민적 경고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굽힘없이 저항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전남대 역사 계열 학과 교수 19명(사학과 및 역사교육과 15명, 문화인류고고학과 3명, 문화전문대학원 역사 전공 1명)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권력자들이 역사를 정치의 도구로 악용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집필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서울 4개 대학, 전남대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국정화, 역사학 정체성 위협하는 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원생 김예슬(박사과정)씨는 "역사학의 본질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고와 자유로운 비판"이라며 "현 정부는 우리 역사학의 본질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근혜 정부, 역사학 정체성 위협"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원생 김예슬(박사과정)씨는 "역사학의 본질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고와 자유로운 비판"이라며 "현 정부는 우리 역사학의 본질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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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언문 발표는 전남대 사학과 관계자뿐만 아니라, 현장을 지나는 타과 교수, 학생 등의 관심을 이끌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이 "우리는 역사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어떤 경우든 역사를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2005년 1월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신년연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자 곳곳에서 박수가 쏟아졌고, 일부 교수와 학생은 함께 노란 풍선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한 신의철 전남대 사학과 학생회장은 "역사학계의 장기간에 걸친 연구 성과를 편향된 시각이라 매도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특정 역사상을 강요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올바른 역사교육인가"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정부가 주장한 '99.9% 좌편향'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역사가 해야할 일은 권력의 부름에 응답하는 게 아니라 다문화, 사회적 소수자, 환경문제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의제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라며 "(그러므로) 국정화로의 퇴행이 아니라 기존 검인정제를 넘어 미래의 역사학과 역사교육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원생 김예슬(박사과정)씨는 "역사학의 본질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고와 자유로운 비판"이라며 "현 정부는 우리 역사학의 본질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전 세대의 악행을 되풀이하려는 움직임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 작은 움직임이나마 실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대 사학과 강사인 김만호 박사도 "이번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매우 부자연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한국사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선배 선생님들에게 그렇게 배우지 않았고, 지금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완성되지 않은 교과서를 두고 왜 친일·독재 교과서라고 비난하냐'고 말하는데 우리는 배가 물이 아닌 산으로 가는 건 대략의 방향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남대 사학과는 13일 열리는 '사학제전'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래는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 148명이 발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거부 선언문이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 놓여 있던 <국가 권력과 역사 서술>.
▲ '국가 권력의 역사 서술'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 놓여 있던 <국가 권력과 역사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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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들이 현수막을 들고 전남대 용봉탑 인근을 지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이날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들이 현수막을 들고 전남대 용봉탑 인근을 지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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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도로서 정부 행태 좌시할 수 없어"

우리는 역사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지난 10월 12일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역사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우려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하지만 현 정부·여당은 이에 아랑곳없이, 연일 낡은 이념 논쟁을 부추겨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해왔다.

급기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던 11월 3일 국정화 행정고시를 강행했다. 가히 '역사쿠데타'라 할 만한 작금의 사태 앞에서 우리 전남대학교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들은 역사를 배우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역사학도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근간을 부정하며 오직 자기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정화 고시를 강행한 집권 세력의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무릇 역사란 한 사회의 거울이다. 과거 그 자체가 곧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기록된 과거'로서 역사는 그 자체 인위적 선택과 해석이 필연적으로 가미된 지적 활동의 결과이다. 그리하여 역사는 기실 '과거'에 고착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자, 그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도 결부돼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 사회의 건강한 역사는 권력에 의해 독점된 역사가 아닌, 그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합의하는 민주적 과정을 통해 서술된 것이어야 한다. 민주화 이후 역사학계가 발전시켜 온 다양한 연구와 비판적 토론 문화가 바로 민주적 역사쓰기의 과정이었으며, 이에 기초한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화는 이 같은 학문과 교육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자,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온 민주주의 가치와 질서를 훼손하는 시대착오적인 폭력행위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써가는 역사는 원래가 복수다. 그래서 만인만색의 역사가 함께 공존하며 서로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닌,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비판과 성찰의 밑거름이 될 건강한 역사를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집권세력은 국가라는 '신화'를 전제로, 역사와 역사교육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권력이 역사를 길들여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기억과 획일화된 세계관을 강요하는 폭력이자, 어떠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도 필요치 않는 오직 권력을 미화하는 역사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과거 유신체제의 망령을 불러오고자 하는 것인가. 과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유신체제 존립의 이념적 장치였던 <국민교육헌장>과 본질에 있어서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에드워드 카(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담은 노란 풍선을 연결하고 있다.
▲ <역사란 무엇인가>와 연결된 노란 풍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에드워드 카(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담은 노란 풍선을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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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노란 풍선에 적고 있다.
▲ 노란 풍선에 적은 "국정화 반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노란 풍선에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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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개발독재 세력의 인정투쟁"

현 집권세력의 국정화 논리는 이 같은 사회적 우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개탄스러울 뿐이다. 그들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신화'를 말한다. 이는 자파의 정치적 지향과 의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수립·개발독재 세력에 대한 역사적 복권과 인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거기에 분단질서가 배태한 낡은 반공 논리를 가져와 자파를 제외한 역사학계 대부분을 '좌편향'과 '자학사관'에 빠져있다고 비난하는 데 여념이 없다.

과연 역사학계의 장기간에 걸친 연구 성과를 편향된 시각이라 매도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되는 특정 역사상을 강요하는 것이 '정상화'인가.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올바른 역사교육'인가. 이러한 작금의 사태 앞에서 우리는 현 정부에 역사학도로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역사가 해야할 일은 권력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다문화, 사회적 수사자, 환경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의제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국정화로의 퇴행이 아니라 기존 검인정제를 넘어 미래의 역사학과 역사교육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무시한 채 기어코 행정고시를 강행했다.

이에 우리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권력의 시녀'로 악용하려는 정부·여당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끝가지 저항할 것임을 결의한다. 오늘 이곳 <우리의 교육지표> 기념비 앞에서 37년 전 유신체제의 비민주적 교육정책에 저항했던 선배들의 투쟁을 상기하며,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우리의 반대 의사를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1. 우리는 정부의 국정화 고시를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반민주적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1. 우리는 정부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미래의 역사교육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보장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1. 정부가 끝내 국정화를 반대하는 전 국민적 경고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굽힘없이 저항할 것임을 결의한다.

2015년 11월 5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거부하는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 148명 일동.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적은 노란 풍선에 끈을 매달아 역사책과 연결하고 있다.
▲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적은 노란 풍선에 끈을 매달아 역사책과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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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들이 현수막을 들고 전남대 경영대 인근을 지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하라!" 이날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들이 현수막을 들고 전남대 경영대 인근을 지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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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전남대, #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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