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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직장 다닐 때 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지면서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이 늘어났다. 나는 어머니가 마흔이 넘어 낳은 늦둥이 막내 아들이라 다른 형제들에 비해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이, 그리도 보낼 시간이 훨씬 더 짧다. 그걸 잘 알면서도 그동안은 '먹고 살기 바빠서'라는 핑계를 대며 나중으로 미루고만 살아왔다.

이제라도 어머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지난 5월 꽃게철을 맞아 서해안 여행을 계획하고 태안해안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6개월여 만에 단풍철을 맞아 내장산 단풍놀이를 떠났다. 2년 만에 함양에 있는 외할머니 산소 방문 일정을 잡으면서 단풍구경까지 하고 오기로 했다.

지난 8월에 오픈한 곳으로 가격대비 시설이 아주 좋은 캠핑장이었다.
▲ 정읍 국민여가캠핑장 지난 8월에 오픈한 곳으로 가격대비 시설이 아주 좋은 캠핑장이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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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숙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낸 정읍 '국민여가캠핑장'이다. 지난 8월에 정읍시에서 새로 만든 캠핑장인데 가격대비 시설이 아주 훌륭했다. 내장산 국립공원 야영장을 예약하려다가 여기를 발견하고는 이곳으로 숙소를 변경했다.

국민여가캠핑장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모든 사이트에 '데크' 시설이 되어 있다. 캠핑을 자주 다니다보면 바닥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사이트가 좋고 나쁨으로 구분을 짓는데 그 중에 데크는 가장 최고급 바닥으로 친다. 거기에다가 데크 사이즈도 다른 캠핑장의 2~3배 크기라 아주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각 사이트마다 전기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 아니라 전기사용료를 별도로 내야 하는 국립공원 야영장과 달리 전기 사용료가 없었다. 그리도 또 하나는 샤워시설이다. 이용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는 국립공원 야영장들과 달리 밤이든 낮이든 시간 제약없이 온수가 콸콸 나오는 샤워장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샤워장을 이용하는 비용도 받지 않았다.

입장시 관리사무소에 들러 체크인을 하게 되면 화재 예방을 위해 소화기를 준다. 그리고 커다란 종량제 봉투도 함께 준다. 종량제 봉투 비용도 따로 없었다. 이렇게 일체의 추가 비용없이 시설 좋은 캠핑장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일 1만5000원, 주말 2만 원으로 아주 저렴했다.

캠핑장 근처 마트에서 소개받은 정육점에서 산 돼지고기. 가격도 저렴하고 아주 맛이 좋은 고기였다.
▲ 숯불구이 캠핑장 근처 마트에서 소개받은 정육점에서 산 돼지고기. 가격도 저렴하고 아주 맛이 좋은 고기였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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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서 정읍으로 오는 길에 마트가 있으면 들러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순창IC에서 내려 국도를 타고 정읍 국민여가캠핑장까지 오는 길에 갈 만한 마트가 없었다. 결국 캠핑장에 사이트를 먼저 구축하고 관리사무소에 근처에 마트가 없냐고 물었더니 도로 건너편에 있는 마트를 알려 주었다.

알려준 곳으로 가보니 도시에 있는 커다란 마트가 아닌 '동네 슈퍼' 수준의 마트가 있었다. 그런데 돼지고기는 판매를 하지 않았다. 마트 사장님께 여쭤보니 아는 정육점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고기가 있는지 물어봐 주시고 길까지 자세히 안내해 주셨다.

마트 사장님이 안내해 준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샀는데 아주 질좋은 목살과 삼겹살이었다. 가격도 한근(600g)에 1만3000원으로 저렴했다. 사온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으면서 어머니와 나는 연신 '맛있다'를 연발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좀 더 사갈까 고민했지만 여행지의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사오지는 않았다. 다음번 정읍으로 캠핑을 오면 꼭 다시 여기에 들러 고기를 구매할 생각이다.

정읍 시립박물관에서는 2016년 2월까지 동진강 STORY 100이라는 테마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
▲ 동진강 STORY 100 정읍 시립박물관에서는 2016년 2월까지 동진강 STORY 100이라는 테마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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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국민여가캠핑장 옆에는 '정읍시립박물관'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둘째날 일정의 첫 코스로 정읍시립박물관을 방문했다. 현재 정읍시립박물관에는 '동진강스토리100'이라는 테마로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동진강의 정읍의 역사와 함께한 강으로 강과 함께한 정읍 시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동진강스토리100은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또한 정읍시립박물관은 경로우대로 인해 어머니는 입장료가 면제 되었다.

내장산 단풍구경... 케이블카 기다리다 시간 다 보냈다

내장산 입구 길가에 떨어진 단풍낙엽
▲ 단풍낙엽 내장산 입구 길가에 떨어진 단풍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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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립박물관을 나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내장산으로 갔다. 평일이라 한산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내장산의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 들었다. 아마도 주말에 방문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할 것 같았다.

입구에 가까운 1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2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올라갔다. 평일의 여유로움이 좋아 평일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여기에 오니 평일의 여유로움 따위는 찾아볼수 없었다.

내장산 단풍은 내가 방문했던 지난 11월 6일경에는 아직 완연하지 않았다. 단풍잎은 아직 빨갛게 물들기 전 노란 상태인 나무들이 많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갈 때 산을 바라보니 아직은 푸른 잎을 가진 나무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단풍구경인지 사람구경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은 내장산. 내장산의 명물인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표를 끊고 1시간이 넘도록 줄을 서서 기다렸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고작 4분인데 겨우 겨우 기다려서 탑승한 케이블카는 사람이 너무 많아 창밖의 경치를 바라볼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다행히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는 탑승하는 순서가 잘 맞아 떨어져 창가 쪽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내장산의 경치를 4분간 만끽할 수 있었다. 내장산에 단풍구경을 와서 제일 오랜시간을 케이블카 기다리는데 사용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와 게장을 좋아하는 어머니가 모두 만족한 전라도 밥상.
▲ 떡갈비 백반 고기를 좋아하는 나와 게장을 좋아하는 어머니가 모두 만족한 전라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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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아침은 집에서 싸온 나물 반찬과 즉석밥, 그리고 김치찌개로 간단하게 먹고 내장산 구경을 왔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수십년 전통' 간판을 내건 산채비빔밥 집들이 많았는데 왠지 관광지에서 밥을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정읍의 다른 맛집을 검색해서 식사를 하러 갔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와 게장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태인'에 있는 떡갈비 전문점을 찾아갔다. 밥상을 그대로 가져다 주는 전라도식 밥상에 아주 만족하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고객 상담을 해야 했고 스케줄 조정을 통해 미뤄둔 업무를 밤에 텐트 안에서 처리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클래임 고객이 발생해서 전화로 업무를 처리해야 했지만 순전히 내 일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다.

이렇게 어머니와의 두 번째 여행이 끝났다. 무뚝뚝한 성격에 집에서는 대화가 많지 않은 모자관계인데 바깥에 나와 하루종일 붙어 다니며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곳 구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어나고 좀 더 가까운 관계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여행의 기운으로 어머니와 나는 다음 번 따뜻한 봄날의 여행을 기약했다.

덧붙이는 글 | 자세한 여행 후기는 블로그에서 확인하세요.
http://cafe.naver.com/daddytt



태그:#정읍, #전라도여행, #내장산, #단풍,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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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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