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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농민 백남기씨(69세)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직후 구조에 나선 한 시민(빨간 비옷)이 강한 물대포에 맞아 백남기씨 쪽으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농민 백남기씨(69세)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직후 구조에 나선 한 시민(빨간 비옷)이 강한 물대포에 맞아 백남기씨 쪽으로 쓰러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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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상의를 입은 사람이 쓰러진 농민에게 주먹질하는 것처럼 보인다."(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확 몸으로 덮쳤다."(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은 19일 열린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의 폭력성을 집중 부각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빨간 비옷'을 입은 시위자의 폭력이 백남기씨 중태의 원인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이는 극우성향 사이트 '일베'에서 돌아다니는 주장과 거의 같다.

빨간 비옷 시위자가 물대포 맞고 백씨 몸 위로 쓰러졌다

먼저 김도읍 의원은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에서 "빨간 상의(비옷)를 입은 사람이 쓰러진 농민(백남기씨)에게 주먹질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찍혔다"라며 "그 농민의 상해 부위, 위중한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수사 초기에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백남기씨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캡사이신 물대포를 맞아 중태에 빠졌다.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외부영양제와 약물에 생명을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김 의원의 주장은 '빨간 비옷'을 입은 시위자가 백씨 중태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같은 당의 김진태 의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김 의원은 "관련 동영상을 보면 백 노인을 빨간 우비 입은 사람이 확 몸으로 덮친다"라며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백 노인) 상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여지니 철저히 수사하라"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수남 후보자는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사진팀 이희훈 기자의 사진과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의 동영상(http://newstapa.org/29897)을 확인한 결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도읍·김진태 의원이 문제 삼은 장면은 <뉴스타파>가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촬영한 영상이다. 일베에 돌아다니는 영상도 이와 같다. 해당 영상을 보면, 두 명의 시위자가 계속 쏟아지는 경찰의 물대포를 막아서며 쓰러진 백씨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있다.

'빨간 비옷'을 입은 시위자는 동영상 시작 7초 후 등장한다. 그는 옆으로 걸어가면서 백씨와 이들 곁으로 다가간다. 그와 다른 방향에서도 '흰색 비옷'을 입은 또 다른 이가 이들을 돕기 위해 접근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 '흰색 비옷'을 입은 시위자를 향해 물대포를 쏜 뒤 '빨간 비옷'을 입은 시위자에게도 물대포를 쏜다. '빨간 비옷'을 입은 남성은 상의가 말려 올라가 등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강한 물대포에 직격당하면서 백씨의 몸 위로 쓰러진다. 백씨를 부축하던 다른 이들도 그와 함께 밀려서 쓰러질 정도였다.

김도읍·김진태 의원은 "백씨의 부상은 경찰의 물대포가 아니라 빨간 비옷을 입은 시위자의 가격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빨간 비옷'을 입은 시위자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백씨 몸 위로 쓰러졌을 뿐이다. 게다가 이어지는 동영상을 보면 '빨간 비옷'을 입은 시위자는 그 뒤에도 백씨를 부축하는 이들을 도와 백씨 구조활동에 나선다.

그런데도 일베의 한 회원은 사이트에 "저놈의 가격 솜씨는 보통을 훨씬 넘어선다, 북한의 격술 기법과 일치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회원은 "1) 쓰러진 노인 위에 있던 자를 밀쳐내고  2) 노인의 머리를 가격하고  3) 그와 동시에 무릎으로 복부에 치명타를 입힌다"라며 "광주사태 때에도 북한공작원의 개입 증거가 있듯이 이번 사태에서도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라고 극단적인 주장을 폈다.

그런 극단적인 주장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김도읍, #김진태, #백남기, #일베,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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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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