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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여양고등학교 60여명의 학생들이 어학실의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다.
 전남 여수 여양고등학교 60여명의 학생들이 어학실의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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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교실 한 칸에 빼곡히 들어 앉아있던 남녀 고등학생 60여 명이 함성과 박수를 보낸다. 52세의 남성 강사를 맞이하는 그들의 눈이 반짝인다. 칠판과 창문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내일은 우리들의 오늘이 만들어간다'
'오연호 작가의 400회 강연을 축하합니다'

지난 20일 오후 4시,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여양고등학교에서 열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순회강연 400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오 대표는 "지난해 9월 4일 첫 강연을 시작해 거의 매일 전국순회강연을 이어왔다"면서 "행복한 인생,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꿈틀거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특히 오늘은 400회답게 참여한 학생 여러분이 전원 미리 다 책을 읽고 독후감까지 보내준 상태였기 때문에 저자로서 설레는 가슴을 안고 서울에서 여수까지 왔다"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오 대표는 "우리도 덴마크처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을 볼 자유'를 누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이런 자유를 통해 내 안에 '또 다른 나'가 누가 있는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 '옆을 볼 자유'는 학생 때부터 누려야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을 제대로 누릴 줄 안다"면서 "그래서 내년 2월 22일 강화도에 현재의 중학교 3학년생, 고등학생 1학년생을 대상으로 1년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면서 인생을 설계하는 기숙형 학교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모델로 했다. 덴마크 학생들은 중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전국 240군데에 마련된 에프터스콜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1년간 '옆을 볼 자유'를 누린다.

오 대표가 꿈틀리 인생학교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자 학생들은 "와아~ 나도 가고 싶다"고 합창을 했다. 오 대표가 "여건만 되면 이 학교에 가고 싶은 학생 손 들어봐요"했더니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한 2학년 학생들은 "왜 현재의 중3, 고1만을 대상으로 하나요?"라면서 "현재의 고2학생도 원하면 입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 대표는 "꿈틀리 인생학교의 교장을 맡을 정승관 선생님(전 풀무학교 교장)께 여러분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교실에서의 피자파티: 질의응답 시간 전 학생들과 저자가 함께 피자를 먹고 있다
 교실에서의 피자파티: 질의응답 시간 전 학생들과 저자가 함께 피자를 먹고 있다
ⓒ 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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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간의 저자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되기 전, 뜻밖의 피자 파티가 10여 분간 열렸다. 그동안의 전국순회강연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한 판에 8쪽짜리 피자 30판이 배달됐다. 오 대표는 "학생들이 전원 책을 읽고, 독후감까지 성실하게 쓴 것에 감동해 피자를 쏘기로 했다"고 말했다.

피자 파티에 이어 약 1시간 가량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이미 독후감까지 쓴 상태여서인지 깊이 있는 질문을 쏟아냈다. 핵심은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학생들은 독후감에서 이미 나름대로 답을 제시했다. 김지연 학생(1학년)은 "우리가 사회에 나가서 개인주의적인 이유는 학교에서부터 그것을 배우기 때문"이라면서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부터 무조건 '나의 1등'만 추구하지 않고 서로를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승혜 학생(2학년)은 "300쪽이 넘는 저자의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더불어'였다"면서 "덴마크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은 '나의 행복을 너머 우리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이었다, 내 안에 숨어있는 이기적인 사고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신아라 학생(1학년)은 '스스로'에 주목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다 보면 '스스로'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생각해 보면 나는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고 한 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남이 공부하라고 시키면 하고, 어떤 곳에 가보라고 하면 가고, 이런 꿈을 가져보라고 하면 그렇게 시키는 대로만 했던 것 같다. 덴마크인들의 스스로 선택하는 생활을 이 책을 통해 접하면서 나를 되돌아보며 반성했다."

여양고등학교에서 오연호 대표의 400회째 전국순회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 중이다.
 여양고등학교에서 오연호 대표의 400회째 전국순회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 중이다.
ⓒ 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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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민 학생(2학년)은 "내가 덴마크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활기록부에 다른 아이들보다 하나라도 더 적히기 위해 잘 쓰지도 못하는 독후감을 열심히 쓰겠다며 아등바등하고 있을까?"라고 묻고, "그래도 나는 행복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고 했다. 

"덴마크도 처음엔 이렇게 좋은 사회가 아니었다. 한 사회를 바꾸는 것은 국민이라고 배웠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저자도 이 책에서 적었다. '우리에게도 내일이 온다. 그러나 그 내일은 우리의 오늘이 만들어간다. 오늘 우리가 어떤 씨앗을 뿌리느냐에 달려있다. 출발은 나부터여야 한다'. 이 것이 이 책의 중심인 것 같다. 오늘 우리가 씨앗을 뿌리면, 그 나무가 자라지 않겠는가?"

최보현 학생(1학년)은 "만약 (덴마크 교육을 혁신하여 행복사회 기초를 만든) 그룬트비 같은 혁신적 인물이 대한민국에서 나타난다면 우리도 행복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자본주의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퍼져 있는 사회라 확신은 안서지만 시민들이 협동하는 자세를 가지면 언젠가는 덴마크처럼 될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오연호 대표의 마무리 말은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그룬트비가 되어 우리 안의 덴마크를 만들어가자"였다.

"덴마크가 행복사회가 된 것은 그룬트비 한 명 때문이 아닙니다. 수많은 이름없는 그룬트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안에 이미 그룬트비가 있습니다. 우리 서로 꿈틀거려봅시다."

이날의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주관한 김광호 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매우 행복해했다"면서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1년2개월간 계속된 오연호의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순회특강은 오는 12월 10일 오후 서울 성동광진교육지원청 주최 강연에서 그 막을 내린다. 그동안 4만1488명이 오연호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전남 여수의 여양고등학교에서 오연호의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순회강연 400회를 마치고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400회를 기념하며 손가락으로 모두 4자를 그리고 있다.
 전남 여수의 여양고등학교에서 오연호의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순회강연 400회를 마치고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400회를 기념하며 손가락으로 모두 4자를 그리고 있다.
ⓒ 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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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연호, #전국순회강연, #여양고등학교, #400회강연, #꿈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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