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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박근혜 정부 임기의 반환점이었던 올해, 크게 유행한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지옥처럼 절망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유행어 '금수저', '흙수저' 역시 절망을 이야기합니다.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교육·소득불평등이 악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박탈감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우리네 삶이 각박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럼에도 희망을 보여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때 농민 백남기씨는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서울광장에 모인 많은 시민들은 백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그가 누워있는 서울대병원으로 행진했습니다.

백씨의 막내 딸 백민주화씨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 오실 거라고 생각을 못해 원망의 목소리를 담고 나왔는데, 앞에, 옆에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여러분들을 보니 희망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학로는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당신에게 올해는 어떤 해로 기억될까요? 올해를 상징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지난 5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촛불문화제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병원에 입원 중인 백남기 농민의 딸인 백도라지씨와 백민주화씨가 집회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겠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 2차 민중총궐기, '백남기 농민 가족, 웃음 잃지 않을게요' 지난 5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촛불문화제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병원에 입원 중인 백남기 농민의 딸인 백도라지씨와 백민주화씨가 집회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겠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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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능을 보여준 '메르스 사태',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월 20일 4장짜리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우리나라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고, 질병관리본부는 일반 국민에게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환자는 여러 병원을 거쳐 간 뒤였습니다.

이후 메르스가 확산됐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2주 이상 이를 숨겼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1만6693명이 격리조치를 당했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86명 중에서 3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자는 지난 11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디플로마 '신종 감염병과 한국사회' 해외과정의 일환으로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의사 출신으로 기자생활을 한 톰 린덴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비밀은 패닉을 부른다"면서 "보건 당국의 가장 큰 실수는 위기 상황에서 정보를 감추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최악의 위기를 넘긴 것은 많은 의료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메르스 환자의 상당수가 의료인일 정도로 병원 내 감염이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메르스 전사'들은 목숨을 걸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가족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던 6월 12일 메르스 치료 병원의 한 간호사가 보건의료노조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간호사의 글처럼, 의료인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없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지금이지만 우리의 땀방울이 모여 반드시 결실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희망의 눈빛을 꼭 현실로 만들어 냅시다.'

중·고등학생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외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입니다.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검정이었던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이후, 42년 만에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했습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국정화 반대·집필거부 목소리가 퍼졌습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국정화 반대 목소리는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오후 4시 경기도 김포시 통진고등학교 3학년생인 전혜린(18)양은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앞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소년 2차 거리행동'에 참여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지하철에서 '나는 그저 역사다운 역사를 원한다'라고 손수 쓴 손팻말을 꺼냈습니다. 집에 들어간 오후 10시까지 6시간 동안 지하철과 버스 안,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 팻말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이 작은 팻말은 많은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제게 다가와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데,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면서 저를 안아줬고, 저도 하염없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물을 건네주는 분도 계셨고, 외국인도 응원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혜린양뿐만 아니라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곳곳에서 국정화 반대를 외쳤고, 이는 국정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5년 올해의 인물을 뽑아주세요

2015 올해의 인물은?
 2015 올해의 인물은?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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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15년 올해의 인물을 뽑아주세요. '올해의 인물' 추천은 오는 12월 27일까지 받은 뒤 내부 논의를 거쳐 12월 31일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추천하는 인물의 이름과 간단한 사유를 적어 댓글, <오마이뉴스> 메일(edit@ohmynews.com), 공식 페이스북, 공식 트위터로 알려주세요. 또한 카카오톡에서 오마이뉴스 공식 옐로아이디를 검색해, 의견을 보내주세요.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부모들이 '올해의 인물'로 뽑혔습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 조사에 소극적인 정부와 싸우고 있고, 지난 14~16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에서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2000년 <오마이뉴스> 창간 이후 '올해의 인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0년 문정현 신부(매향리 공대위 활동)
2001년 화덕헌(이문열 도서 반환운동)·박경석(장애인이동권연대 상임공동대표)·덕성여대 총학생회 및 교수협의회
2002년 행동하는 누리꾼
2003년 문규현 신부(새만금 및 부안핵폐기장 투쟁)
2004년 국보법 폐지 여의도 천막농성단 1000명
2005년 노충국 부자
2006년 평택 대추리 사람들
2007년 참언론실천 시사기자단(전 <시사저널> 기자들)
2008년 촛불소녀
2009년 용산참사 유가족
2010년 천안함 북풍 이겨낸 6·2 지방선거 유권자들
2011년 송경동 시인
2012년 김효원(왕복 40시간 버스 타고 투표 참여)
2013년 권은희
2014년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부모들


태그:#올해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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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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