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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가 세상에 나온 지 9년째입니다. 최근 몇 년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사용자가 줄어들면서 '트위터 위기론'이 자주 거론되는데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트위터를 계속하겠다'고 말합니다. 트위터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2015년의 끝에서 트위터를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2006년 만들어진 이후 9년간 SNS의 대표 명사가 된 트위터.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큰 인기를 얻은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많은 이들이 즐기는 SNS가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트위터를 즐기고, 진중권과 이외수 등의 유명인사도 트위터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기도 한다.

트위터를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즐기며, 하루에도 많은 수의 트윗을 쓰고, 트위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코어 유저'(몰입해서 즐기는 사용자)들이 있다. 이들은 트위터 안에서 트위터와 '잉여'의 합성어인 '트잉여'라고 불린다. 지난 2012년에는 대검찰청 대변인 트위터 담당자와 한국민속촌 트위터 담당자를 캐릭터화하여 누리꾼들이 <한복이 너무해>를 만들어내는 등, SNS 자체를 통해 시작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낸 적도 있었다.

이렇듯 트위터의 코어 유저들은 구심점이 없이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그런 가운데 어느새 하나의 자유롭고 기발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브레인스토밍 문화를, 그리고 하나의 집단지성 문화를 국내에 정착시켰다.

코어 유저들에게도 고민이 있을까. 뜻밖에도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아래 '앱')이 트위터의 코어 유저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트위터 앱 자체의 잠금 기능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른 사람과 트윗으로 대화할 때 무조건 뜨는 이전 대화, '자동으로 새로 고침' 때문에 빠른 '트윗 캐치'가 어렵다는 점도 있다. 이 밖에도 '배경색이나 글자색 등을 정할 수 없다' 등의 많은 불편사항이 나왔지만 트위터 공식 애플리케이션은 큰 변화 없이 광고 추가 등의 소극적인 업데이트만 계속해왔다.

팔레트 for 트위터의 로고
 팔레트 for 트위터의 로고
ⓒ 팔레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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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코어 트위터리안 다섯 명이 모여 새로운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최근까지 110만 원의 목표액을 훌쩍 넘어 600여 명이 603만 원을 후원했다. 원래의 트위터 공식 앱보다 빠른 속도,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는 세부 디자인, 데이터 요금을 아끼기 위한 '사진과 동영상 숨기기' 등 많은 사람이 원하는 기능에 트위터가 후끈 달아올랐음은 물론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결심으로 모이게 되었고, 자신의 '팔레트' 안에는 어떤 생각을 채우고 있을까. 또 이들에게 아직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코어 트위터리안 다섯 명이 모여 만들어진 팔레트 팀의 팀원 중, 서울에 거주하는 팀장 류황원(20)씨와, 팀원 서동길(19)씨를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과 '트잉여가 바라던 트위터 앱'인 '팔레트 for 트위터'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동길씨(왼쪽)와 류황원씨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동길씨(왼쪽)와 류황원씨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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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류황원 : "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류황원이다. 트위터상에서는 '류황별'(@hwangwon_juliet)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팀장을 맡고 있으며, 이 트위터 앱을 처음 설계한 사람이기도 하다. 애플리케이션 기획을 총괄하고, 마케팅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서동길 : "한남대학교 글로벌IT경영과에 재학 중인 서동길이다. 트위터상에서는 '윈드'(@windsekirun)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팔레트 for 트위터' 앱의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 '팔레트'는 미술에서 쓰는 도구 아닌가. 팀 이름을 '팔레트'로 지은 이유가 있나.
류황원 : "앱의 이름은 트위터 공모를 통해 정했다. '장군님 트위터 하신다', '트잉여즈' 등의 다른 후보를 물리치고 정해진 이름이다. 메인 테마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든 이름인데, 실제로 다양한 색깔과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해서 '최애캐'('가장 선호하는 캐릭터'를 의미하는 신조어)의 얼굴을 타임라인 배경에 올릴 수도 있다."

- 인터넷상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팀을 결성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팀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알려 달라.
서동길 : "나와 류황원 팀장은 이 앱을 만들기 전부터,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 알던 사이였다. 팀장이 트위터 공식 앱의 문제점을 해결한 새로운 앱을 같이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서 같이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류황원 : "트위터 코어 유저분들 중에 프로그래밍 실력이 출중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런 분들도 찾아다니면서 설득을 했다. 그래서 중간에 팀원이 몇 번 바뀌기는 했지만 지금의 다섯 명으로 남아 있다.

디자인이나 기획은 할 수 있지만 앱 개발은 실력이 부족해서 나 혼자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끼리 힘을 합치고 싶어서 작년 12월에 팀을 만들게 되었다. 크라우드 펀딩도 12월 말부터 시작했다."

어플리케이션의 디자인부터 기능, 형태까지 모든 내용이 정의되어있는 수첩이다.
▲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생각이 실린 아이디어 수첩 어플리케이션의 디자인부터 기능, 형태까지 모든 내용이 정의되어있는 수첩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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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애플리케이션은 개발이 완료된 후에 '인앱' 결제기능이나 광고 배너를 통해 '선 제작 후 수익'을 얻는 것이 보통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처음 개발비를 충당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류황원 : "처음에는 이것으로 돈을 벌자는 계획이 아니었고, 개발이 좋아서 모이게 된 팀이었다. 하지만 각자의 거주지가 다르고, 만나는 비용·만나는 데 드는 시간만 해도 돈이 매우 많이 든다. 초기에는 그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되었다."

서동길 : "당황스러운 점이 있는 게, 예상 충당비용이 110만 원이었는데 처음에는 그 정도도 어려울 줄로 알았다. 디자인만 개략적으로 있고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그 많은 돈을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는데, 110만 원이 모이지 않더라도 개발을 하려고 했었다. 펀딩 시작한 지 30분 만에 110만 원을 모두 채웠다. 반응이 엄청나게 뜨거웠다. 600만 원이 모이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렸다. 펀딩 첫날에 한 개의 트윗만으로 11만8천 리트윗의 반응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다."

류황원 : "원래는 팀으로 개발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4개월 만에 만들어지리라고 예상했고, 그마저도 내가 팀장으로 섰던 것은 처음이었다. 일정 조절에 실패해서 이제 95% 정도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 '팔레트 for 트위터'가 기존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에 비해서 더 편리하거나 더 최적화된 면이 있다면?
서동길 : "아까도 말했듯이 테마 기능과 배경화면 기능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하면 보통 인형처럼 고정된 하나의 색상과 레이아웃(외형)을 갖는 것이 보통인데, '팔레트 for 트위터'는 블록처럼 배경 화면의 색과 이미지를 설정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우선으로 배치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처럼 자기 앱에 비밀번호를 입력한다거나, 팔레트 애널리시스 기능을 통해 누구와 많이 대화하는지, 언제 얼마나 자주 트윗을 입력하는지도 알 수 있다. 트위터 코어 유저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기능도 여럿 있는데, 특정 키워드가 들어간 트윗을 보이지 않게 한다거나, 필요할 때만 보이는 버튼, 자동으로 타임라인이 업데이트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팔레트 for 트위터의 대략적인 기능소개. 팔레트 팀의 돋보이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팔레트 for 트위터의 대략적인 기능소개. 팔레트 팀의 돋보이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 팔레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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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자들을 위해서 주요 소스와 디자인 자료는 앱이 시장에 나온 후에 '카피 레프트'로 공개하기로 약속했고, 일부 주요 소스는 공개된 상태다. 1년여의 시간을 공들인 만큼 팀에게는 소중한 자료인데, 어떻게 공개를 결심하게 된 것인가?
류황원 : "소스코드와 디자인 자료는 디지털 자료이다. 누가 쓴다고 닳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소중한 만큼 누군가가 써주고, 앞으로의 상황에 맞게 개량하고 발전하며, 디자인을 개량해서 더 나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사용하는 등, 애플리케이션의 더 오랜 생존을 위해서 이런 결심을 했다."

서동길 :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을 때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 블로그 등에 다른 분들이 올렸던 소스 코드를 토대로 공부했는데, 이제는 내가 새롭게 개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보답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우리 팀의 소스 코드를 토대로 세상에 더욱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공개한 것이다."

- 보통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사실이고, 또 앱 시장이 이런 주도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반기를 들어 성공한 대표사례가 '바운스볼'이라는 인디 게임이고, 대외적으로 인디 애플리케이션이 알려진 간만의 사례가 이번 '팔레트 for 트위터'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인디 앱 개발자가 나아갈 방향을 말해달라.
서동길 : "사실 큰 기업이 인디 개발자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디 개발자들은 대기업에서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빠른 전환력과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것을 찾아내어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이 인디 개발자에게 있어서 나아갈 길이라고 본다."

류황원 : "철없는 소리이지만 좋아해서 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인디인 것이다. 그래서 그대로, 앞으로도 인디인 것이고. 쭉 좋아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류황원씨가 코딩 작업을 하고 있다.
 류황원씨가 코딩 작업을 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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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원하는 앱의 '총 집합'을 만든 셈이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이한 일화가 있었다면?
서동길 : "'팔레트 for 트위터'의 개발이 시작되고 나서 처음에는 코드를 짰다. 그런데 이 코드를 짜서 오류가 나고, 저 코드를 짰는데 오류가 나고. 총 서른세 번이나 다시 코드를 짠 적이 있다. 조금 전에도 트위터 쪽지를 주고받는 기능을 처음부터 다시 엎었다."

류황원 : "팀원들이 집과 회사에서 일만 하는 워커홀릭(일 중독)이라 일을 하는 중에, 다른 사람과 있었던 에피소드는 사실상 없다. 굳이 있다면 내가 살았던 삼척으로 팀원들이 한 명씩 알아서 놀러 왔는데, 경치 좋은 삼척 바닷가를 보면서까지 일을 했다는 것 정도? 대한민국 땅덩어리가 그렇게 큰 줄도 삼척으로 이사 와서 처음 알았다."

- '팔레트 for 트위터'가 출시된 이후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류황원 : "쭉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 우리 팀도 이번 애플리케이션 이후로 구체적인 플랜이 없는 상태이다. 이 앱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탈진 상태에 이른지라 계획은 별다른 것이 없는데, 그다음에는 팔레트 팀과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

서동길 :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를 개량한 것이 '팔레트 for 트위터'인데, 앞으로도 사용자를 더욱 편하게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제작하고 싶다. 물론 이 팀에서 계속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앞으로 더 사람들에게 편의를 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언제까지나 만들고 싶다."

- 마지막으로, IT산업 종사를 향후 진로로 정하려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류황원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당신의 몸을 컴퓨터 안에 갈아 넣어라. 그게 싫다면 하지 마라. 이게 끝이다. 사무실에서 24시간 모니터와 함께 하면서 이틀만 살아보면 알 것이다. 이 일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면, 그리고 그만큼 열심히 한다면 그만큼 빛을 보는 데가 이곳이라고 생각한다."

서동길 : "IT는 흔히 '지식산업'이라고 불린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정의가 있다. IT는 운동 뺨치는 '체력사업'이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IT산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혼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혼신을 다해라.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는 채 현실에 열중해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 결과는 언젠가 커다란 미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인디 개발에는 그 자체로 패기와 뜻밖의 즐거움이 있다. 새로운 도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은 보통 새로운 기술과 생각으로 무장한 벤처 기업이 한다는 걸 생각해 봐도, 벤처기업보다 더욱 톡톡 튀고 독창적인 인디 개발은 뜻밖의 '대박'을 쳐내기도 한다. 인디게임 신화와 열풍을 이끌어낸 '바운스볼'은 물론, 시내버스를 편리하게 타고자 하는 고등학생이 만들어낸 '서울버스' 등의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그 예다.

'팔레트 팀'의 첫 앱이자 많은 이들의 피드백을 받아 트위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팔레트 for 트위터'는 오는 24일에 공개를 앞둔 상태이다. 이미 트위터의 코어 유저들 다수의 큰 호응을 끌어냈기 때문에, 예고했던 기능들이 구현된다면 해당 앱이 커다란 성공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성공 여부만 궁금하지는 않다. 휴식기를 가진 후,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돌아올 것인지가 더욱 궁금하다. 톡톡 튀는 상상력을 갖춘 그들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

[관련 기사 : "트위터야, 제발 망하지마" 그들이 트위터를 못 떠나는 이유]



태그:#트위터, #어플리케이션, #인디 개발, #프로그래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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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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