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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다양한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스마트폰용 '바른말 키패드'를 만든 선린인터넷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 개발 비화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기자 말

먼저 영상 하나를 보자. 이번에 인터뷰한 팀이 만든 애플리케이션 티저(맛보기) 영상이다.


10대 청소년을 위시한 젊은 층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비속어와 줄임말, 그리고 구어적 표현은 '급식 문화'라고 불리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문제는 쓰임이 무차별적이고 가림이 없다는 것.

인기 있는 SNS 페이지나 인터넷사이트에서는 '급식체'의 10대와 '반 급식체'의 20대 이상이 매일같이 보이지 않는 서로 '디스(diss, 상대방을 폄하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더욱이 인터넷에 익숙한 20대 이상의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급식체', 더 나아가 '한글과 컴퓨터' 프로그램의 글씨체 '휴먼체'에 빗대어 '휴먼급식체'라 비웃기도 한다. 이 '급식체'를 따라 하여 인기를 얻는 SNS 스타도 있고, 댓글에는 '극혐('극렬하게 혐오한다'는 말의 준말)'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이 중 '비속어'와 '알아들을 수 없는 준말'만이라도 사라진다면, 많은 이들이 10대의 문화에 '극혐'이라는 반응 대신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모인 이들이 있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 2학년 4명과 1학년 1명이 모여 청소년이 특히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언어를 인식해 자동으로 순화해주는 '바른말 키패드'를 만들어냈다.

'졸라'와 같은 비속어는 '엄청' 등의 순화된 표현으로, '개새끼'는 '강아지 이모티콘'으로 바뀌는 등 많은 청소년이 쓰는 비속어를 순화해준다. 아직은 비속어만 다른 단어로 바뀌지만 차후에는 '줄임말도 바로잡는 키보드를 만들고 싶다'는 이들을 지난 10일, 서울 용산 갈월동의 카페에서 직접 만나 개발 계기와 포부를 들어보았다.

'욕설, 비속어 걸러주는' 앱 개발한 10대들

왼 쪽부터 김영호 씨, 김진우 씨, 박주현 씨, 안서형 씨, 구창림 씨.
▲ 바른 말 키패드를 설치한 휴대폰을 들고 서 있는 비트바이트 팀. 왼 쪽부터 김영호 씨, 김진우 씨, 박주현 씨, 안서형 씨, 구창림 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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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팀장이 팀에 대한 소개도 덧붙여달라.
김진우 : "선린인터넷고 2학년이다. 팀에서 맨 처음에 팀원들을 모았는데, 결국에는 가장 말단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바른말 키패드'의 데이터베이스와 서버 관리를 맡고 있다."
박주현 : "선린인터넷고등학교 2학년이다. 개발과 기획을 맡고 있다."
김영호 : "선린인터넷고 2학년이다. 다른 팀원들이 안드로이드 개발을 맡는 데 반해, 혼자 iOS 개발을 맡고 있다."
구창림 : "선린인터넷고 1학년이다. 팀 막내이다. 앱 디자인을 맡고 있다."
안서형 : "선린인터넷고 2학년이다. 팀 내에서 안드로이드 개발과 앱 홍보를 맡고 있으며 팀장이다.  팀 '비트바이트'는 선린인터넷고 2학년 프로그래머 4명과 1학년 디자이너 한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컴퓨터의 가장 작은 정보단위인 비트(bit)와 바이트(byte)를 합쳐서, '작은 단위가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

- 바른말 키패드로 인해서 동급생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나?
안서형 : "이전에는 카카오톡이나 SNS 등에서 욕설을 써도 상관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는데, 지금은 누군가 비속어를 자주 쓰는 것이 목격되면 친구들이 "야, 너 '바른 말 키패드' 좀 써야겠다"며 오히려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기분 좋은 변화다."

김영호 : "SNS 같은 곳을 둘러보면 바른말 키패드를 설치하고 '인증샷'을 캡처해서 '오늘부터 비속어 안 쓸 거야'라고 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것을 보면서 뿌듯하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른 말 키패드의 메인 화면.
 바른 말 키패드의 메인 화면.
ⓒ 비트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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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런 앱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개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가.
박주현 : "주변의 친구들을 비롯해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하게 욕설을 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의 습관이나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 이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하게 되었다."

안서형 : "기존에도 욕설을 막으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강제적으로 막다 보니 표면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 앱은 단순히 욕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비속어를 썼는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얼마나, 어떤 욕을 사용했는지'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사용자가 스스로 심각함을 깨닫고 '자아 성찰'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차후에는 내가 썼던 욕설의 뜻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내가 이런 말을 했구나' 라고 인식할 수 있다.

더욱이 오프라인상에서 말로 꺼내는 욕설에 비해 온라인상의 욕설은 더욱 위험하다. 누군가가 '박제(화면 갈무리)'하면 기록이 남고, 캡처나 링크를 통한 전파도 빠르다. 욕설로 인한 실수 방지를 위해 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되었다."

구창림 : "처음에 외주 형식으로 시작했는데, 앱에 관심을 가졌... 다기 보기보다는 팀원들과 친해진 덕분에 정식으로 끌려오게 되어 팀에 참가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과정이었다(웃음)."

김진우 : "맨 처음에는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이라는 공모전이 아닌 '삼성 프로젝트 멘토링'이라는 곳에 참여하게 되어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에 출전해보라는 권유를 듣고 참가하게 되었는데, 2014년에 '아이디어' 부문 우수상을 받고, 2015년에는 '임팩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어 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았다."
김영호 : "'임팩트' 부문은 사회에 직접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서 그 평가를 받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바른말 사용' 장려 위해 목표·순위 기능도 추가

바른 말 키패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비속어를 줄이는 것이다. 강제로 필터링하는 것이 아닌, 나의 비속어 사용 정도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바른 말 키패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비속어를 줄이는 것이다. 강제로 필터링하는 것이 아닌, 나의 비속어 사용 정도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 비트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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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요소가 포함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어떤 시스템이고, 어떤 내용인가.
박주현 : "많이 즐기는 게임에 '목표'나 '달성 과제'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게임 요소로 작용하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칭호'나 '업적 요소'를 '트로피'라는 개념으로 애플리케이션에 넣었다. 그냥 넣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키패드를 쓰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트로피를 획득하면 SNS 공유를 통해 자랑할 수도 있다."

김영호 : "쉬프트키를 500번 쓰면 '쒸프트끼까 안 빠쪄요'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다. '힝'을 300번 이상 쓰면 '시무룩'이라는 칭호도 받을 수 있다. '좋아요'를 300번 쓰면 '인간 페이스북'이라는 업적을 받을 수 있다."

박주현 : "바른말 점수가 각각 사용자에게 매겨지는데, 등록된 페이스북 친구끼리 순위를 매겨 누가 더 비속어를 적게 썼는지를 알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학교 정보를 통해 학교끼리 얼마나 비속어를 덜 썼는지 경쟁할 수도 있다." 

- 올해가 '병신년(丙申年)'이다 보니 바른말 키보드에 대한 사용자의 불만(?)도 있을 것 같다. 의도치 않은 필터링 때문에 불만사례가 접수되지는 않았나?
안서형 : "'에밀 졸라'나 '병신년', '호롱불'처럼 단어 내에 의도치 않게 비속어와 표기가 같은 말이 있는 경우에는 글씨 쓰는 것이 막힌다. 이전에 인터넷을 보니 "엄마한테 샤브샤브 사달라고 졸랐음"이 필터링 되어서 고생했다는 글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비속어와 동음이의어가 잡히는 경우에는 키패드를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쓰다듬으면 글이 순화되지 않고 그대로 쓰이도록 패치했다."

박주현 : "'어떻게 하면 의도를 파악하면서 잘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게임이나 인터넷방송 채팅의 경우에는 과도하게 비속어를 잡아 하트나 별 등으로 순화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외규정을 만들어 둘 예정이다."

-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계속 기업의 청소년 지원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않나. 성인이 되어 기업 지원이 끝나면 '홀로서기'인데, 서비스를 계속 진행할 방안이 혹시 있는가.
안서형 : "정식 서비스를 열 때, 수익 모델을 만들어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할 예정이다. 프로 버전은 따로 없지만, 테마를 예쁘고 사용성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서 유료로 판매할 예정이다. 기업에만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나 교육지원청과 함께 협의하여 홍보를 진행할 생각이다.

'애드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를 넣을 생각도 있다. 다만 유명 키보드 앱이 광고가 키패드 위에 바로 뜨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사용자가 최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광고를 넣으려고 한다. 차후에 '랭킹 서비스' 같은 것을 계속 진행하려면 서버 운영을 위해 광고가 꼭 필요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비속어를 많이 쓰면 강제로 광고가 열리는 등, 광고에도 재미 요소를 넣을 생각이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애플리케이션의 기획 목표도 좋고, 개인 목표도 좋다.
안서형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올해 안에 '실사용자 10만 명, 다운로드 50만 명'을 돌파해보고 싶다. 영어권 사용자들을 위해 영어로 만든 '바른말 키패드'도 출시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이번 개발을 토대 삼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김영호 : "대학 (진학할 때) 컴공과(컴퓨터공학과)에 가고 싶다. 올해는 고3이 되는 해라 단순히 대학 가고 싶다. 그게 전부다."
박주현 : "나도 컴공과 가고 싶다(웃음). 나도 고3이다. 지하철 타고 다닐 수 있는, 가까운데로."
구창림 : "세계를 정복하고 싶다(웃음). 내후년에 꼭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로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

김진우 : "게임회사에 취직하고 싶다. 근데 요즘 대부분 경력직만 뽑는다. 어떻게든 경력을 쌓아서 가고 싶다. SNL에 나온 '경력 없는 신입 유병재'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새는 스타트업 회사나 벤처기업도 경력직만 뽑아서 경력 쌓기가 어렵다. 어떻게든 경력을 쌓고 게임회사로 가고 싶다."

앱 다운로드 5만 건 돌파, 온라인 비속어 문화 바꿀까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이 각자의 휴대폰에 바른 말 키패드 앱을 열어놓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이 각자의 휴대폰에 바른 말 키패드 앱을 열어놓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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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진우 : "지금은 잡히는 비속어들이 많지 않은데, 사용 빈도가 많은 비속어를 DB에 점점 추가해서, 사용성을 좋게 바꾸어나가도록 할 예정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안서형 :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지만, 아직 오픈베타(공개시험) 중이다. 정식으로 올봄에 서비스를 개시하면 다양한 기능들이 제공되고 미숙한 부분도 개선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주시면 좋겠다."

김영호 : "iOS 버전은 2016년 1분기에 정식 서비스와 함께 나올 예정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박주현 : "많은 사용자가 '바른말 키패드'를 단순히 욕설을 필터링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생각한다. '바른말 키패드'는 자신의 비속어 사용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고, 필터 기능을 끄더라도 계속해서 알람으로 본인이 '얼마나 비속어를 사용했나' 알 수 있다. '바른말 키패드'를 단순한 채팅 필터링 앱이 아닌, 사용자의 비속어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시도로 봐 주시면 좋겠다."
구창림 : "정식 발매 때 나올 스타일리시한 테마를 더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인터뷰가 끝나면서 이들은 '기능에 대한 소개를 시간상 충분히 하지 못해 동영상을 첨부한다'며 깔끔하게 정리된 애플리케이션 소개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아래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자.


청소년, 나아가 모든 이의 '품격있는 언어생활'을 위해 제작된 이 앱은 오픈베타 버전이 출시된 후 최근까지 다운로드 5만 건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중이다. 자기들 말마따나 '곧 고3'이 될 학생들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중에서는 '서울버스(서울시 버스 노선 안내 앱)' 다음으로 가장 선방한 셈이다. 더욱이 청소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언어문제의 해결사가 될 만한 애플리케이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

백 장의 포스터와 백 건의 UCC보다 더욱 좋은 효과를 거둔 애플리케이션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 '바른말 키패드' 앱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자신이, 또는 내 옆의 친구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터뷰어 제보를 기다립니다.



태그:#바른 말 키패드, #청소년,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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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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