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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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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한준혜씨에게 대전지방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몇 가지 자료를 토대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타당한지 묻고 싶다(관련기사: 법원, '코리아연대' 한준혜씨에 구속영장 발부).

사실관계를 간명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한준혜씨는 충남 공주에서 살고 있다. 코리아연대의 회원으로 충남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작년 7월 이전 3차례에 걸쳐 소환장이 발부되었고, 한준혜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코리아연대가 공안탄압에 맞서 회원들 다수가 서울기독교 회관에서 집단농성하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7월 15일 기독교회관에서의 농성을 해제하고 코리아연대 회원 대부분이 수배생활을 하다가 이 중 8명이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하여 체포되었다(현재 8명에 대하여 형사재판 진행 중). 그런데 수사가 서울지방경찰청과 충남지방경찰청으로 이원화되어 있었는데, 서울 쪽은 수사가 한창 진행되어 지금 거의 종결된 상태인데, 충남 쪽은 작년 7월 이후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준혜씨는 이제 자신도 서둘러 형사 절차를 마무리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경찰이 소환장을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기다렸다. 때가 되면 출석요구서가 오겠지 싶었다.

오지 않은 소환장, 체포 이유는 '소환 불응'

그러다가 12월 1일 한준혜씨가 같은 코리아연대 회원인 최민씨와 서울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다가 서울 용산경찰서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일이 있었다. 두 사람은 용산서 경찰에게 자신들이 코리아연대 이적단체 건으로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하여 수사를 받고 있음을 알리고 그쪽으로 사건을 이관해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용산서에서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로 전화 연락을 한다. 인계해 가라고 말이다. 그 장면을 한준혜씨, 최민씨가 바로 앞에서 지켜보았다. 그러나 인계는 없었다.

용산서에서 석방되고 난 한준혜씨는 12월 7일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로 전화를 건다. 그 대화의 주요 내용이 아래의 사진 1부터 4까지다. 이때 전화통화를 한준혜씨가 녹음해 둔 것을 녹취록으로 푼 것인데, 전문은 12월 13일 영장실질심사 시 법원에 당연히 제출되었다. 사진 1~4에 나와 있다시피 한준혜씨는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담당 경찰에게 전화를 해서 "12월 1일 용산서에 체포된 사실을 아는지?"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7월 이후 소환장은 보냈는지?" "자신이 이사를 했는데, 그 이사한 주소지로 보낸 것인지"를 묻는다. 4·5차 소환장을 보냈다면 사본이라도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녹취록 사진 1
 녹취록 사진 1
ⓒ 이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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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사진 2
 녹취록 사진 2
ⓒ 이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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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사진 3
 녹취록 사진 3
ⓒ 이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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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사진 4
 녹취록 사진 4
ⓒ 이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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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경찰의 답변은 사진에 나오는 바와 같다. "용산서 체포 사실은 안다. 4·5차 소환장은 보냈다. 새로운 주소지도 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수사 중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

그런데 나중에 한준혜씨 남편이 공주우체국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4·5차 소환장은 구 주소지든 신 주소지든 일체 보낸 사실이 없었다. 그러다가 12월 20일경 코리아연대 회원으로 같이 충남에서 활동하는 최민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한준혜씨는 다른 어떤 곳도 아닌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이를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런 1인 시위를 한준혜씨는 올해 초까지 계속했고,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1월 11일 한준혜씨에게 소환 불응을 이유로 체포영장이 발부·집행되었고, 지난 13일 구속영장 청구가 되어, 실질심사 끝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충남지방경찰철 보안수사대 앞 시위
 충남지방경찰철 보안수사대 앞 시위
ⓒ 한준혜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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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사진 2
 페이스북 사진 2
ⓒ 한준혜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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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는데...

나는 이런 식의 체포영장 발부, 집행, 구속영장 발부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부합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 이게 우리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체포 사유, 구속 사유에 해당하기는 한 것인가?

일단 범죄혐의의 소명은 논외로 한다. 다만, 서울지역에서 불구속 기소된 코리아연대 회원의 활동 가담 정도에 비하여 한준혜씨의 가담 정도는 결코 중하지 않다. 서울에서 불구속 기소된 코리아연대 회원 역시 모두 수배생활을 하다가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뒤 불구속 기소되었다.

일단 이상의 경과에 도주의 우려를 의심할만한 어떤 사유가 있는가? 피의자가 서울 경찰에게 자신들을 관할청으로 이관해 달라고 요구한다. 충남의 담당 경찰에 전화해서 왜 소환장을 안 보내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다. 경찰은 서울 쪽 상황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4·5차 소환장을 보낸 사실도 없다는 것이 공주우체국의 확인이다. 자신들의 코앞에서 한준혜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실도 뻔히 알고 있었다. 물론 이 때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내지도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4·5차 소환장에 한준혜씨가 응하지 않았다고 갑자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한준혜씨를 체포하고,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사범이라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4·5차 소환장을 보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이를 설령 보냈다고 하더라도 12월 7일 전화통화에서 소환장을 못 받았고, 사본이라도 받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면 정식 소환장을 다시 보내 임의출석을 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절차도 밟지 않고 4·5차 소환장을 한준혜씨가 받았다고 전제하고 불응하니 체포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신청한 것은 명백하게 법원을 기망한 것이다.

그리고 증거인멸의 우려! 이미 서울 쪽에서 8명이 기소되어 코리아연대의 수사기록만 변호인이 입수한 것이 6~7만쪽을 상회한다. 그 안에는 한준혜씨 자료가 무수히도 들어 있다. 더 인멸할 증거가 어디 있다는 건가? 더구나 서울 코리아연대 회원들 중 3명에 관하여는 이미 결심까지 되어 1월 29일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증거조사까지 모두 끝난 것이다. 그런데 무슨 증거를 인멸한단 말인가?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에 서 있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나는 코리아연대의 지향과 활동에 이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코리아연대 회원들의 변호인으로서 이러한 방식의 체포영장 발부, 집행과 구속영장 발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검사는 한준혜씨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그런 중대한 안보 사범을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건물 앞에서 보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정초까지는 중대한 안보 사범이 아니었다가 2016년 1월 11일에 갑자기 한준혜씨가 중대한 안보 사범이 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가?

경찰은 그렇다 치고, 이러한 사실이 대화 녹취록에 생생하게 드러나는 것을 뻔히 알고도 구속영장을 발부해 준 법원은 이 상황이 도주의 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는지 묻고 싶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의 원칙을 천명하고 구속은 예외적인 경우에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역시 '쎄다'. 역시 '헌법 위의 법률'이라고 불리는 국가보안법은 원칙을 전복시키나 보다.

종북이면 헌법, 형사소송법 이런 것도 다 소용이 없나? 종북이라면 경찰이 법원을 기망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런 사례에서 더 구속사유를 엄밀하게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국가보안법이 부르짓는 국가안보를 지키는 첩경이다. 그게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요, 그 가치야말로 전체주의 등의 공격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이 사안은 갈수록 민주주의 소중한 가치들이 위협받고 허물어지고 있는 요즈음 수사기관과 검찰, 법원의 현실을 단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스스로를 '국민의 기본권의 최후의 보루'라 규정짓는 법원은 스스로의 구호가 그저 장식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광철 변호사(법무법인 동안)입니다. 한준혜씨의 영장실질심사 법정의 변호인으로 참가했습니다



태그:#국가보안법, #도주의 우려, #증거 인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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