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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부산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에서 웹진 <월장>을 발간했다. <월장>이란 "여성의 목소리여! 치마를 걷어 부치고 가부장제의 담을 뛰어넘자"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었다.

당시 발간된 웹진 창간호의 특집 기사는 대학 내 예비역 문화를 다루는 글이었다. '도마 위의 예비역'이라는 주제로 쓴 '예비역이 싫은 몇 가지 이유'라는 글이 논란이 되었다. 이에 부산대 예비역들이 성폭력 댓글을 달았고, 성인 사이트 폰섹스 게시판에 월장 회원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나아가 <안티월장>이라는 월장 웹진을 반대하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고 그들은 월장 회원들을 학교에서 재적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돌렸다. 또 부산대 예비역 남성들이 피해자라며 고소장을 만들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흐른 2016년, 부산대학교 커뮤니티 '마이피누'에 '페미니즘 독서 토론 스터디 모집' 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단지 페미니즘을 함께 공부하는 여학생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을 뿐인데 월장 사건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사이버 성폭력 행사하며 페미니즘에 반감 표시

페미니즘 독서 토론 스터디 모집글. 아래 <-여자 남자 포함하는 "진중하고", "발전적인"...> 부분은 이후 원 작성자가 추가한 것
 페미니즘 독서 토론 스터디 모집글. 아래 <-여자 남자 포함하는 "진중하고", "발전적인"...> 부분은 이후 원 작성자가 추가한 것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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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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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고 나발이고 ***나 **라"
"병신년(2016)에 걸 맞는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에도 부산대 일부 학생들은 페미니즘 스터디 모집 글 아래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15년이 지났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부산대 학생들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페미니스트들이 예비역 문화를 비판했을 때처럼 성폭력을 행사하는 댓글을 달며 반감을 표시했다.

"모임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남성이 역차별 당하는 경우는 생각해 보셨나요?"

댓글 중에서는 왜 유독 페미니즘을 공부하는지 명확한 의도를 밝히라는 의견이 많았다. 현대에는 여권이 많이 신장되었는데 꼭 여성들만 모집해서 공부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표시했으며, 남성들 또한 역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여자가 사람이 아니라고 인식되어있나요? 페미니즘적인 생각을 가지고 스터디하고 추구해야할 부분들이 남아있나요? 저도 여기에 관심이 많던 사람으로 어떤 것 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 눈엔 남성이 차별 당하는 경우도 많아 보이는 군요."

"그럼 여성 전용 주차장으로 인해서 남자들이 주차를 못하게 하는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여성전용 독서실은? 페미니즘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이지 여자가 우대받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여성이 주차를 더 못하니까 여성 전용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건 페미니즘적인 시각인가요? 개인적으로 그런 것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낳는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모집 광고 글을 올린 부산대 재학생 Y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통해 성차별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현실에서는 논쟁이 일어나지 않아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이 현실에, 페미니즘이라는 작은 돌멩이를 던져 보고 싶어 함께 공부할 사람을 모집 했다."

그는 이어 "여성으로 살면서 쌓여왔던 감정들과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나누고 싶은 자리를 마련하고자 여성들만 모집하게 됐다"라며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렇게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반감이 심한데 남성들까지 모집했으면 솔직한 얘기들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남성들의 피해의식은 죄의 투사

또한 Y씨는 남성들의 역차별이라는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역차별 얘기를 꺼내며 고작 들고 오는 예가 군대나 여성전용시설이라는 것을 보면 남성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보려 하지 않고 볼 필요성도 못 느끼는 것 같아 보인다"라며 남성들의 협소한 시각을 비판했다.

덧붙여 Y씨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에 나온 문장을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남성의 피해의식은 가해자의 정신 분열,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죄의 투사이다. 피해의 의미와 내용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 관계의 유동에 따라 구성된다고 하였다. 지금 여성들이 수천 년 동안 '여자라서' 당연히 해 왔던 것을 거부하고 있으니 '권리를 침해당한' 남성들의 '피해의식'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Y씨가 모집한 페미니즘 스터디 모임은 6명으로 구성되었으며, 2번의 만남을 가졌고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공부 중이다.


태그:#페미니즘, #여성주의, #부산대 페미니즘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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