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민환경단체들이 영주댐이 바라다보이는 진입로에서 'SOS 내성천 영주댐 철거' 문구와 대형 흰수마자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담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이 영주댐이 바라다보이는 진입로에서 'SOS 내성천 영주댐 철거' 문구와 대형 흰수마자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담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의 목적으로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멸종위기 1급 종인 '흰수마자'가 사라지고 내성천 일원의 넓은 모래톱이 잡풀로 뒤덮여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시민·환경단체들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내성천보존회, 천주교 대구정의평화위원회,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박용훈 작가 등 40여 명이 영주댐 인근에서 담수화 반대 규탄 퍼포먼스를 했다.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는 지난 2009년 1조838억 원을 투입해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 일대에 높이 55.5m, 길이 400m, 총저수량 1억8천100만t 규모의 다목적댐 공사에 착공하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수공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95%에 이르고 있다.

"4대강 부작용 덮으려고 급조한 영주댐"


행사 진행을 맡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영주댐 공사가 진행되고 상류에서 더 이상 모래 공급이 끊어지면서 강바닥은 낮아지고 모래톱에 풀들이 뒤덮였다. 내성천은 멸종위기 1급 종인 흰수마자의 고향이자 중요한 서식처인데 댐 안에서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하류에서도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댐 건설로 내성천의 환경 변화가 심각할 정도"라며 "그런데도 수공은 담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내성천 변화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까지는 담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수 방지와 수자원확보, 수력발전 등의 용도로 만드는 일반 댐에 비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덮으려고 급조한 댐으로 목적부터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내성천을 살려내라, 살려내라, 살려내라"
"영주댐을 철거하라, 철거하라, 철거하라"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영주댐이 바라다보이는 진입로 입구와 금광교, 수몰지 안 얼음판, 예천군 우래교 등에서 'SOS 내성천 영주댐 철거' 문구와 대형 흰수마자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담수 중단을 요구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수공 직원들이 뒤따랐다. 이들은 장소를 옮기고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핸드폰을 이용하여 채증했다. 수공의 생각을 듣고 싶었지만, 말할 처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후 담당 팀장이 전화를 주기로 했으나 연락은 없었다. 

영주댐 하류 10km 이상을 돌아보았다. 이들의 주장처럼 강변 모래톱 위에는 각종 식물로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하류 13km 인근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0호 국가적색목록 위기(EN) 먹황새가 관찰되었다. 날개를 펼치고 껑충껑충 뛰면서 먹이활동 중인 먹황새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희귀종이다.

낮은 수심에 맑은 모래강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햇살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내성천 모래톱.
 낮은 수심에 맑은 모래강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햇살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내성천 모래톱.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내성천은 엄마이자 가족"
[인터뷰] '내성천 보존회' 황선종 사무국장
"세계 어느 강을 보고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내 고향에는 보석 같은, 보물이 있다.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수영하고 물고기 잡던 내성천은 엄마이자 가족이다. 그런 금빛 모래강이 빛을 잃어가고 잡초밭으로 변해간다."

내성천 얘기에 눈빛이 빛났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뜨거운 가슴에선 추억을 끄집어냈다. 지난 4년간 영주댐과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성천 보존회' 황선종 사무국장, 그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면서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카메라를 메고 모래톱을 걷고 강변을 달린다.

- 예전의 내성천은 어떤 모습이었나?
"실제로 느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강이다. 모래톱을 걷다 보면 발에 느껴지는 평화로움과 눈으로 느껴지는 평화로움, 새소리, 물소리, 물고기 소리까지 사람과 자연이 친숙하게 어울리는 강이다.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천천히 느리게 흐르던 모래강 낮은 여울이라 언제나 어디서나 가족처럼 엄마처럼 포근하게 안아주던 곳이다. 예전엔 열 걸음 걸으면 흰수마자가 발에 밟힐 정도로 흔한 고기였다. 그만큼 먹이인 물고기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물고기 피를 빨아먹고 산다는 칠성장어까지 집단 서식하는 곳이었다.

상류에서 낙동강까지 연결되는 내성천은 100km 가까이 되는데 어디를 들어가도 수심이 낮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곳으로 천연기념물이자 보물로 지정해도 손색없는 곳이다. 선조로부터 지금까지 보존되었다면 후대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내성천의 변화는 언제부터였나?
"영주댐 착공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육상화, 역행침식, 고착화 등 공사 이후에 급속도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모니터링을 한다. 그런데 최근 3년 사이에 급격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100% 영주댐탓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상당 부분 영주댐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 지금의 내성천은 어떤 상태인가?
"예전의 강들은 모래강이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 그런 측면에서 내성천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모래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주댐 공사로 모래강이 상실되고 있다. 낙동강 모래의 60%를 공급하는 내성천의 가치는 값으로 따지기 어렵다. 4대강 사업으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낙동강의 재자연화와 함께 내성천도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

- 영주댐의 목적이 무엇인가?
"댐의 목적이 없다. 수공에서는 낙동강의 수질이 악화했을 때 하류로 흘려보내기 위한 수질 개선용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세계에서 댐의 밀집도가 1위일 정도로 우리나라에 댐이 많이 건설되었다. 선진국은 댐을 철거하고 재자연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우리 정책은 퇴보하고 있다. 영주댐 철거를 시작으로 정책도 바뀌길 바란다. 내성천 보존 운동이 그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내성천 보존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내성천이든 낙동강이든 강의 보존을 위해서는 영주댐이 있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상류의 모래가 흘러내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댐을 철거해야 한다."




태그:#영주댐, #내성천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이 정도면 마약, 한국은 잠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