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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만17세에 입사해 7년간 근무하다 난소암 진단을 받고, 12년간 투병 끝에 서른여섯 짧은 생을 마감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故 이은주씨가 지난 1월28일 첫 산재인정을 받았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만17세에 입사해 7년간 근무하다 난소암 진단을 받고, 12년간 투병 끝에 서른여섯 짧은 생을 마감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故 이은주씨가 지난 1월28일 첫 산재인정을 받았다.
ⓒ 고 이은주씨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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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17세에 입사해 7년간 근무하다 24세에 난소암 진단, 12년간 투병 끝에 2012년 1월 3일 서른여섯 짧은 생을 마감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故 이은주 님의 영전에 이 판결을 바칩니다."-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7년간 일하다 난소암에 걸려 투병 중 사망한 이은주씨가 사망 3년여 만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제2행정부, 재판장 박연욱)은 지난 28일, 고 이은주씨의 유족이 지난 2013년 5월 14일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난소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반도체 산업에서 첫 사례다.

재판부는 "망인(이은주)에게 난소암이 발병한 원인 및 발생기전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작업장 금선연결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한 기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했으며, 그 기간 동안 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인에게 좌측 난소의 경계성 종양이 발병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 질병(난소암)이 재발, 악화돼 악성 종양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망인의 질병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이은주씨는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올림측은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부당한 항소로 유족들의 고통을 연장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를 향해 "삼성전자는 작업장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을 병들고 죽게한 책임을 통감하고 그러한 내용의 사과와 배제 없이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목적은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삼성 온양사업장에서 7년간 근무하다 난소암에 걸려 사망한 고 이은주씨의 부친 이해철(79)씨가 2013년 4월26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삼성 온양사업장에서 7년간 근무하다 난소암에 걸려 사망한 고 이은주씨의 부친 이해철(79)씨가 2013년 4월26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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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에 삼성전자 입사, 24세에 난소암 진단

이은주씨는 1993년 4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19살(만17세)의 나이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입사해 1999년 6월까지 2~3교대 생산직으로 근무했다. 이은주씨는 6년 2개월간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 고온의 반도체 조립작업 과정에서 열분해산물로 발생하는 2라인 본딩작업공정에서 에폭시를 취급했다.

그녀는 건강 이상으로 퇴직한 이후 난소 낭종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이후에도 난소암이 진단됐고, 뼈를 비롯한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되는 등 증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그녀는 재발과 수술을 반복하는 12년간 긴 투병생활 막바지에 "산재신청을 하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지난 1월 4일 세상을 떠났다.

반올림에 따르면 고 이은주씨는 삼성반도체 근무기간에 난소암을 유발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벤젠, 방사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에 매일 8~12시간씩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은주씨의 '난소암으로 인한 사망'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의 업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충분하므로, 이를 업무상 사망인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은주씨가 매우 건강한 만17세의 젊은 나이에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입사 이전에는 생식기질환에 대한 치료경력이 없고, 발병이 드문 20대에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김민호 노무사는 "이은주씨가 사망한 뒤 이은주씨와 같은 기간에 같은 작업공정에서 근무하다 난소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는 제보자가 나타났고, 이에 앞서 기흥사업장에서도 난소암 피해 제보가 있었다"며 "작업환경으로 인한 인과관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반올림에는 생리불순과 기형아 출산 등 생식독성과 관련한 피해제보는 수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백혈병, #아산시, #산업재해, #이은주, #난소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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