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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 하구, 안목과 남항진을 잇는 다리로 차는 건널 수 없는 인도교이다.
▲ 솔바람 다리 남대천 하구, 안목과 남항진을 잇는 다리로 차는 건널 수 없는 인도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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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남대천 하구는 새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 솔바람 다리에서 바라본 남대천 하구 풍경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남대천 하구는 새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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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순두부로 든든하게 뱃속을 채우고 바우길 5구간, 바다호숫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위해
출발점인 남항진을 찾았다. 강릉 남쪽에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인 남항진은 예전에 강릉 공항이 있던 곳이다. 공항이 있을 때는 비행기로 서울을 오가던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지만, 공항이 없어진 후 남항진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한동안 줄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맛으로 소문난 음식점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요즘엔 강릉 사람 누구나 즐겨 찾는 맛집 거리로 거듭나게 되었다.

게다가 남항진과 안목을 잇는 인도교인 솔바람 다리가 놓이고부터는 남항진이 한결 가까워졌다. 솔바람 다리는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인도교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강릉시민들은 이 다리위로 피서를 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더위를 쫓곤 한다.

남항진과 안목을 가는 또 다른 방법은 바다 위에서 '짚라인'을 타고 이동하는 '아라나비'다. 줄 하나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는 체험,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이 아찔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남항진 아라나비 탑승소 바로 앞에 강릉을 대표하는 맛집이 하나 있다. 이름도 소박한 남항진 어촌식당. 강릉 사람들이 즐겨 찾는 남항진의 숨은 맛집으로 주 메뉴는 가자미 회무침과 망치 매운탕이다.

살짝 얼은 상태로 나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 가자미회 살짝 얼은 상태로 나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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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항진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하다 4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이정숙 사장은 가자미 회를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하던 끝에 얼린 가자미회무침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얼린 상태 그대로 채소 무침을 따로 곁들여 먹으면 되고, 추운 계절에는 채소무침과 버무려 살짝 녹여 먹으면 좋다. 강릉에서는 주로 배가 노란 참가자미를 뼈째로 썰어 회로 먹는데 이 집에서는 냉동된 가자미를 주로 취급해서인지 물이 많은 물가자미를 쓰고 있다. 물가자미는 회로 먹어도 되지만 말려서 조림을 해먹으면 맛이 좋다.

할리스 커피에서 바라본 안목커피거리
▲ 안목 커피 거리 할리스 커피에서 바라본 안목커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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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서 강릉 커피의 원조를 만나다

솔바람 다리를 건너면 바로 안목 강릉항이 나온다. 작은 항구였던 안목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피거리로 유명해졌다. 커피거리 초입에는 커피잔과 커피콩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이름표를 달고 들어서 있다. '바다를 닮은 커피 강릉'이라는 표지를 달고 바다와 커피의 향을 동시에 담고자 하는 것 같다.

지금처럼 내로라하는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기 전부터도 강릉 사람들에겐 커피 하면 안목이었다. 거리를 따라 커피 자판기가 늘어서 있었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즐겨찾는 자판기의 커피를 뽑아들고 바다를 마주하곤 했다. 강릉 사람들의 낙과 낭만, 여유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지금도 안목 거리 곳곳엔 구식 커피 자판기가 세월을 버티며 서 있고 사람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자판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곤 한다.

커피콩을 주제로 한 안목 커피거리 조형물
▲ 바다를 닮은 커피강릉 커피콩을 주제로 한 안목 커피거리 조형물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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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커피 전문점 사이에 당당히 버티고 선 안목 커피의 원조
▲ 커피자판기 수많은 커피 전문점 사이에 당당히 버티고 선 안목 커피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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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백미터 남짓한 안목 거리에는 커피숍만 서른 곳에 가깝게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커피전문점에서부터 커피보다는 케이크가 맛있다고 소문난 집, 샌드위치와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집까지 구색도 다양하다. 덕분에 주말에는 관광객이 만 명 이상씩 몰리며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혼잡하다.

커피 거리를 지나며 커피 한 잔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커피숍 가운데 찾은 곳은 커피 거리를 조금 지나 자리한 커피숍 '코지'다. 아버지와 두 아들이 모두 커피를 업으로 삼고 있어서 커피가족, '심스 패밀리'라 불리고 있는데, 아버지 심권섭씨는 경포에서 오랫동안 커피 트럭을 운영하다가 경포 즈므마을에 카페 에티오피아를 운영하고 있다.

코지는 아버지의 길을 이어받아 일본에서 커피공부를 한 아들 재후씨와 승수씨가 같이 운영하고 있다. 코지 커피의 특징은 숯불로스터로 이름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로스팅에 숯불을 쓴다는 점이다. 숯불로 로스팅한 커피는 신맛이 적고 구수한 맛과 쓴맛이 조화를 이룬다. 또, 숯불향이 배어 있어 그 향에 반해 이곳을 찾는 단골도 많다. 코지는 원두를 강하게 로스팅하기 때문에 나처럼 묵직하고 쓴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경포에서 중국의 맛을 만나다

해안가의 건물들이 정비되어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 경포해변 해안가의 건물들이 정비되어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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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동안 경포해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해안가를 따라 무질서하게 들어선 불법건축물들이 사라지고 소나무숲과 나무 데크가 놓여 걷기 좋은 길로 바뀌었다. 바뀐 건 거리 풍경만이 아니다. 도로 중간까지 나와 오가는 차량과 지나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위험하게 호객행위를 하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횟집들은 요즘 다 대게집으로 바뀐 모양이다. 큰 대게 조형물이 곳곳에 있고 거리에 가마솥을 설치한 집도 보인다. 그 가운데 붉은 등을 내건 중국요리집이 하나 눈에 띈다.
특이하게 도삭면 전문을 내걸었다. 도삭면은 이름 그대로 칼로 깎아 만든 국수로 칼국수 면과 수제비의 중간 정도다.

주문진이 고향인 손정호씨는 서울에서도 주문진 오징어만을 이용해 제법 큰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연히 중국 산서지방에서 도삭면을 맛보고 반해 지난해 경포에 도삭면 전문점을 냈다. 중국 현지에서 요리사 두 명을 영입해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데 우리 입맛에 맞게 메뉴를 새로이 개발했다고 한다.

또 직접 말린 태양초를 사용하고, 면의 탄력을 인위적으로 더해주는 화학첨가물을 쓰지 않아 건강식이라고 자부한다. 삼선짜장을 먹어보니 칼로 빚어낸 면이 탱글탱글해 씹는 맛이 좋았고 짜장도 짜지 않아 입에 딱 맞는다. 인기 메뉴인 소고기 칼면은 양지로 육수를 내 맑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또 찹쌀가루를 입혀 튀긴 중국식 탕수육 꿔바로우 역시 이곳의 대표 메뉴인데 좋은 부위의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튀겨내어 가위로 잘라 먹는다.

일반 탕수육과 소스는 비슷하지만 훨씬 부드러워 어르신들이 먹기 편하다. 산서도삭면은 이제 어느새 경포의 이색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식사시간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넓고 얇은 면이 도삭면의 특징이다.
▲ 도삭소고기면 넓고 얇은 면이 도삭면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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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기획하고 파랑달협동조합이 제작한 여행 책자 <다섯가지 테마로 즐기는 강릉여행, 2015>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강릉, #파랑달 협동조합, #바우길,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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