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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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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최경환 전 부총리가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린 본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진박(진짜 친박) 후보 사무실을 돌며 축사를 하는 이른바 '진박 마케팅'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최경환 전 부총리가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린 본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진박(진짜 친박) 후보 사무실을 돌며 축사를 하는 이른바 '진박 마케팅'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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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7일 오후 1시 30분]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수용 안 된다, 이를 시정하든지 공천관리위원회를 해체하든지 해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격분했다. 그는 17일 오전 비공개로 전환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확대' 방침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위원장은 전날(16일) 브리핑을 통해 전체 지역구의 20%에 달하는 최대 51곳까지 우선추천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추천이란 경선없이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으로, 기존의 전략공천과 같은 개념이다. 아울러 예비후보자 간 경선규칙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당원·비당원 구분 없는 100% 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김 대표가 강조해온 '상향식 공천제'를 흔드는 발언들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10여 분 간 책상을 간간히 내리치면서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특히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내 정치인생을 바칠 것"이라면서 의원총회를 소집할 뜻도 밝혔다.

즉, 이 위원장의 방침을 의원총회를 통해서라도 막겠다는 얘기였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됐던 최고중진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이 위원장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우선, 그는 전날(15일)까지 총 829명이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사실을 거론하며 "많은 정치지망생들이 공천혁명이라 생각할 수 있는 국민공천제(상향식 공천)를 믿고 공천을 많이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국민에게 수백 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최고의 가치다. 그 누구도 국민과의 약속을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다시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위원장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한 것이다.

20대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갈등이 전면화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무성 힘 싣는 이재오 "당내 갈등 일으키는 진박 지원 안 돼"

사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위원장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편 바 있다.

그는 당시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 그리고 다른 공관위원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이 위원장의 방침대로) 합의 본 바 없다고 한다"라면서 "(이 위원장의 발언은) 우리가 오랜 기간 수차례 거친 토론 끝에 만든 공천룰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이 당 최고위에서 자신의 안을 거부해도 공관위 3분의 2 이상 동의로 의결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공관위원들은 공천룰 속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라면서 "(당헌당규를) 벗어난 것이 분명하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당내 친박(친박근혜) 쪽은 같은 날 이 위원장을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특히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당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선수는 룰에 따라 페어플레이를 하고 승리를 위해 뛰면 되는 것"이라며 "공관위가 정한 경선 방법에 대해 후보자(이기도 한 김 대표)가 일일이 가정을 달아 평하는 것은 적절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20대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 힘겨루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비박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천 문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데 지역 유권자들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라면서 "나라 형편도 어려운데 당마저 선거를 앞두고 해야 할 일도 많이 못하면서 이런 일로 갈등과 분열을 일으켜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먼저 정해진 공천룰을 '변경'하려는 이 위원장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김 대표에게 힘을 실은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역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 후보에 대해서도 민감하지만 당이 어떤 형식으로 공천하느냐에 대해서도 아주 민감하다, 그런 것 답하다가 선거운동도 못한다"라면서 "당이 선거를 앞두고 하나의 힘으로 치를 수 있도록 그런 구조적 문제가 정돈돼 전달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논란을 야기한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의 '진박(眞朴, 진실한 친박이란 뜻) 지원'에 대해서도 "당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행동)은 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지역의 예비후보 사무소 개소식 가서 축사하는 것이 정치권에서 흔히 있을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저라고 오라는 곳 없겠고 가고 싶은 곳이 없겠나, 제가 가면 비박계 결집이라고 딱 붙으니(못 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기가 가서 축사하는 것이 계파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사람들은 안 가야 한다"라며 "세과시하고 힘자랑하듯 돌아다니면 본선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그 원인을 당내로 돌리게 된다, 그 분열의 후유증은 총선에서 국민들의 표로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을 흔드는 발언은 곧장 나왔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갑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인재영입'을 재차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인재영입이 곧 전략공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에 부정적으로 임해 왔다.

정 의원은 "사회적으로 덕망 있는 인재를 적극 영입할 필요가 있다"라며 "상향식 공천방식은 일종의 자율적, 시장적 기능에 치중되다 보니 험지논란과 더불어 우리 당내에서 불협화음마저 보여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당의 대국민 이미지와 신뢰를 더 높이고 정책정당 차원의 역량제고를 위해서 우선추천지역을 중심으로 당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영입을 적극 해야 한다"라며 "전략공천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지만 분야별로 저명하고 휼륭한 인재영입을 해서 시대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확충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정 의원에게 "왜 이러시냐"라고 불만을 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각차 뚜렷한 친박-비박, 본격 공천 앞두고 갈등 고조될 듯

이 같은 힘겨루기는 장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르면 20일부터 공천 후보자 면접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공천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신경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상향식 공천이라는 당헌당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상향식 공천이 완벽한 제도라고 볼 순 없지만 오로지 공천권자만 바라보는 왜곡된 정치를 바꾼다면 감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대 51곳까지 우선추천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방침에 대해서도 "그게 왜곡될 수 있다고 본다, 몇 석 이상은 우선추천제로 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라면서 우선추천지역 확대가 곧 현역의원 컷오프로 작동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반면,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 위원장이 말한 것은 모두 당헌당규의 절차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라며 이 위원장을 지지했다. 김 대표의 주장과 달리, 이 위원장의 발언이 당헌당규를 어기거나 공관위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당헌당규상 명백히 우선추천제도, 단수추천제도가 있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잘 활용해서, 승리하는 공천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태그:#김무성, #이한구, #새누리당, #친박, #상향식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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