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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생명들을 잡아먹는, 더 나아가 4대강을 죽이고 있는 저 거대한 보를 걷어내고 강을 다시 흐르게 하라!!
 뭇생명들을 잡아먹는, 더 나아가 4대강을 죽이고 있는 저 거대한 보를 걷어내고 강을 다시 흐르게 하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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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칠곡보뿐만 아니라 낙동강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며칠 동안의 낙동강 현상조사에서 칠곡보 아래쪽인 강정고령보와 달성보에서도 강준치의 죽음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칠곡보에서 확인된 강준치 떼죽음의 원인처럼 이들의 죽음도 기생충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 손운목 경상대학교 의대 기생충학교실 주임교수는 "강준치의 몸속에서 기생충이 너무 자라서 장기들이 수축됐고, 그로 인한 영양결핍 등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생충이 달라붙은 채 죽은 강준치도 보이고, 아가미 아래쪽에 기생충이 빠져나간 자국인 큰 구멍이 뚫린 채 죽은 강준치도 목격했다. 강의 부분 조사에서만 확인된 폐사한 강준치가 이 정도이다. 낙동강 전역을 모두 조사해보면 폐사한 강준치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성보 하류에서도 강준치들이 떼죽음 당했다. 50여 미터 구간에서 11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달성보 하류에서도 강준치들이 떼죽음 당했다. 50여 미터 구간에서 11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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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상류에서 만난 '낙동강 기생충'. 물고기 몸에 달라붙은 녀석부터 몸밖으로 완전히 나온 기생충의 모습이다.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만난 '낙동강 기생충'. 물고기 몸에 달라붙은 녀석부터 몸밖으로 완전히 나온 기생충의 모습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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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구미보 상류에서는 강준치 몸속에서 빠져나온 기생충도 목격됐다. 강의 상하류를 가릴 것 없이 낙동강 전역이 기생충으로 오염된 것이 아니냐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생충이 창궐해 강준치가 떼죽음 당하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환경 당국의 진단처럼 수치상 수질의 특이사항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물고기 떼죽음의 의미

한 마리의 강준치에서 저렇게 많은 기생충이 나왔다.
 한 마리의 강준치에서 저렇게 많은 기생충이 나왔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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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말한다.

"옛말에 고인 물에는 기생충 같은 것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의성(醫聖, 명의를 뜻함) 히포크라테스도 고인 물을 먹으면 이자와 아랫배가 부풀어 오른다고 했다. 그것이 지금 생각하면 기생충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떼죽음 당한 강준치도 기생충 때문에 배가 부풀어 올라 죽은 것을 보면 결국 강이 흐르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인 것 같다."  

결국 흐르지 못한 강에서 수생태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예전에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생충 창궐이라는 진단이다.

거대한 보에 막힌 낙동강. 보에 흘러나온 거품이 띠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보에 막힌 낙동강. 보에 흘러나온 거품이 띠를 이루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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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4대강사업이 완료된 지난 2012년 이후 낙동강은 거대한 보로 막혔고, 정확히 그해부터 녹조 현상이 시작됐다. 녹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겨울 녹조까지 등장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종 태형동물도 창궐했다. 그것에 더해 이번에는 기생충이 창궐했고, 그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강 주변에서 기생충이 섞여 있는 배변을 발견하기도 했다. 배변의 크기로 보아 야생동물의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동물이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먹었는지, 배설물에 기생충이 섞여나왔다.
 야생동물이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먹었는지, 배설물에 기생충이 섞여나왔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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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자가 낙동강 기생충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지난해 여름이다. 구미에서 조업을 하던 낙동강 어부를 통해서 처음 접했다. 당시 낙동강 어부는 말했다.

"기생충을 처음 보면 꼭 창자가 늘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잘 보지 않으면 몰라요. 자세히 확인해보니 기생충이었어요. 3년 전부터 봐왔어요. 그래서 이제는 척 보면 알아요. 고기는 말랐는데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으면 십중팔구 기생충이 들어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기생충으로 인한 강준치의 떼죽음도 이미 예견했었다.

"예전에 사람 몸에 기생충이 유행할 때를 떠올려보면 기생충이 있는 사람은 몸이 바짝 마르고 마른버짐이 피고 하잖아요. 딱 그것과 같아요. 기생충이 영양을 다 빼앗아 가버리니 물고기는 마르고 비실비실 힘이 없어지지요. 그래서 이번에도 떼죽음한 것이겠지요."

인간이 살기 위해서도 강은 되살아나야 한다

몸밖으로 기생충이 삐져나온 채로 비실비실대며 돌아다니고 있는 강준치. 죽음이 임박했다.
 몸밖으로 기생충이 삐져나온 채로 비실비실대며 돌아다니고 있는 강준치. 죽음이 임박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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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는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4대강사업 이후 강이 심각하게 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녹조나 큰빗이끼벌레,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되는 기생충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조금씩은 다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것입니다. 지금 낙동강은 기생충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보에 막혀 흐르지 못하는 물이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강을 의지한 채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온 어부의 증언이다. 그는 누구보다 강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부는 "강이 죽어간다"고 했다.

"강을 살리려면 다른 무엇보다 강의 흐름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강이 살고, 그 안의 물고기도 살고, 우리 같은 어민들도 산다."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다. 강이 살아야 결국 인간도 살 수 있다. 하루속히 4대강 보의 수문이 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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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지난 7년 간 낙동강의 모습을 담고 있고,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기생충, #물고기 떼죽음, #칠곡보, #달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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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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