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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답이 안나오는 경우를 만난다.
 가끔 답이 안나오는 경우를 만난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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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①]

남자직원 A : "자주 가지도 않고, 가끔 가는데, 우리 와이프는 왜 '시댁' 하면 싫어하고 어려워하는지 모르겠어요."
: "차장님, 차장님은 상무님이랑 밥 먹는 거 편하고 좋으세요?"
남자직원 A : "…."

[에피소드②]

남자직원 A : "우리는 차례도 지내지 않고, 명절에 음식도 별로 안 하는데, 왜 와이프는 명절증후군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 "옆 파트 모 과장이 팽팽 노는 게 보이는데 팀장님이 그 모 과장은 친척뻘이라는 이유로 일 안 시키고 예뻐하고 고생 많이 한다고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과장님한테는 계속 일 시키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면 좋겠어요? 일의 많고 적음은 상관없어요. 일의 어려움도 상관없어요. 그동안 쌓여있던 것이 터질 뿐이죠."

남자직원 A : "우리 어머님은 절대 그러신 분이 아니에요."
: "그건 모든 남자들의 착각이죠."
남자직원 A : "…."

여자에게 시댁은 '직장'과 다를 바 없다. 수십 년 동안 다르게 자라온 문화를 버리고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 그 직장만의 문화를 배우는 과정과 같다. 지켜야 할 규칙과 예의범절이 있으며, 거기에 가족애까지 얹어지는 것은 덤이다.

특히 처음이 가장 어렵다. 직장 선배 한마디를 가슴에 새겨야 하고, 팀장의 지시를 분석하고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쓰던 날들…. 그나마 직장은 그럼으로 인해서 월급이라는 것도 준다. 하지만 시댁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 그냥 여자의 인생에 덤으로 얹어지는 '책임감'이다. 그러니 왜 불편하냐고 묻지 말자. 직장이 편하게 쉬었다 가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시키면 한다'는 그대에게

일어나라. 힘든 건 너나 나나 매한가지다.
 일어나라. 힘든 건 너나 나나 매한가지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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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면 한다'는 것은 주인의식이 없다는 말과 같다. 주인의식이 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 회사에서 본인의 업무가 지연되고 있는데 가만히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지 않는가? 시키지 않은 일도 척척 잘하지 않는가? 왜 집안일은 남자들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혹 여전히 어머니의 아들로서 특권을 버리고 싶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누가 그 특권을 버리고 싶겠는가? 밥 먹고 누워서 쉬면 되는 것을…. '원래 남자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해'라는 핑계로 포장하면서….

우리는 자라면서 누군가의 아빠로 키워지지 않듯이, 누군가의 엄마로 키워지지도 않았다. 공부라는 것을 같은 교실에서 같이 했고, 남존여비사상은 역사책 속에서나 배웠다. 현대사회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가르친다. 어른이 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일하는 것과 승진하는 속도도 비슷했다. 그러다가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아이를 낳고나서부터 이 평등의 개념은 와장창 무너졌다.

사회에 진출해서 직장에 적응하는 속도는 남과 여,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에 익숙해지는 속도는 남과 여자의 속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인류학적으로 남자는 원래 그렇다는 것은 핑계일 뿐, 결국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핑계를 댈 뿐이다. 왜냐하면 직장생활에서 지치고, 사람에게 치이고, 결국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은 남자나 여자나 모두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집안일이 익숙해지기까지 여전히 여자들이 투쟁을 해서 얻어내야 하고 시켜야만 한다.

직장생활을 해보면 알 것이다. 시키는 것도 일이라는 것을…. 결국 '시키면 한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또 하나의 일을 만들어줄 뿐이다. 주인의식으로 아내의 일을 하나 줄여주는 것은 어떨까?

'힘들면 그만두라'고 말하는 그대에게

[에피소드①]

모 부장님 : "(아내가) 일 시작했다고 피곤하다면서 아침밥을 안 차려주기 시작하네."
: "밥을 꼭 차려줘야 드세요?"
모 부장님 : "아침밥을 차리는 건 아내의 일이니까. 여자가 해야 할 의무니까. 둘 다 하기 힘들면 일을 그만둬야지."
: "그럼 부장님도 남자의 의무를 하지 않으면 되겠네요. 회사에 출근하지 마세요."

겁 없던 대리 시절, 직장 상사에게 감히 출근하지 말라고 조언을 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하지도 않았고, 아내의 일을 지지해주지도 않았다. 요즘 세대들은 모 부장님처럼 극단적으로 '여자의 일'이라고 대놓고 못을 박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많이 변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집안일 대부분이 여자한테 떠넘겨지는 것은 다반사다.

맞벌이를 하면서 집안일과 육아에 대해서 싸움을 하면 종종 남자들은 "힘들면 그만두라"고 말한다. 그 말이 정말 힘든 아내를 위한 배려의 말이라면 좋겠지만, 집안일로 싸움 끝에 이겨보자고 내뱉는 말은 상대방에게도 본인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맞벌이를 하지 않고 살기에는 매달 돌아오는 대출 이자와 아이들 학원비도 대기에도 빠듯하다는 것을 남자들도 잘 알지 않는가?

집안일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둘 만큼, 남자만큼 여자의 인생에 있어서 직장은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만두는 것을 남자들보다 두 배로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한 번 경력단절이 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이 여자의 직장이다.

아내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 집안일 좀 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자신의 일이 넘치고 벅차서 호소를 하는 것이다. 오늘 퇴근해서 아내의 신발을 한번 보시길…. 온종일 종종걸음으로 일하고 아이들 챙기러 또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 걸었을 고단함을 봐주길….

엄마가 되고나서부터 하이힐보다는 뛰기 좋은 굽낮은 신발을 즐겨신기 시작했다. 아이들 챙기고 집을 나서서 뛰고, 퇴근하고 나서는 아이들 챙기기 위해서 뛰어가는 일상의 반복. 신발이 말해주고 있다.
▲ 낡은 부츠 엄마가 되고나서부터 하이힐보다는 뛰기 좋은 굽낮은 신발을 즐겨신기 시작했다. 아이들 챙기고 집을 나서서 뛰고, 퇴근하고 나서는 아이들 챙기기 위해서 뛰어가는 일상의 반복. 신발이 말해주고 있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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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아 담아내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워킹맘에세이, #맞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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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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