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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의 <뉴사이언티스트> 기고문 갈무리.
 전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의 <뉴사이언티스트> 기고문 갈무리.
ⓒ 뉴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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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결은 처음이 아니다.

최초로 인간을 꺾은 인공지능은 IBM이 개발한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Deep Blue)다. 1989년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러시아)에게 첫 도전장을 던졌다가 패한 딥블루는 알고리즘을 향상시켜 1997년 재도전, 마침내 승리했다.

22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체스 챔피언에 오른 카스파로프는 2005년 은퇴할 때까지 21년 동안 세계 정상을 지키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체스 선수"로 손꼽힌다. 현재는 작가, 정치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맞붙은 구글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며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알고리즘으로, 모든 정보를 검색하는 딥블루보다 훨씬 진화한 인공지능이다. 이미 20년 전 인공지능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낀 카스파로프는 알파고와 대결하는 이세돌 9단의 부담을 잘 알 것이다.

카스파로프는 8일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충격적인 불계패를 당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이세돌에게 위로를 보낸다. 그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지만, 불길한 느낌이다"라고 적었다.

"기계는 방심도, 걱정도 없고 지치지도 않는다"

9일 카스파로프의 트윗 "이세돌에게 위로를 보낸다. 그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지만, 불길한 느낌이다"라고 적었다.
 9일 카스파로프의 트윗 "이세돌에게 위로를 보낸다. 그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지만, 불길한 느낌이다"라고 적었다.
ⓒ 카스파로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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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로프는 지난 2일 글로벌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기고문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조심스레 예측했다. 그는 딥블루와의 대결을 떠올리며 "초창기의 체스 인공지능은 사각지대와 그것을 파고들 수 있는 약점이 있었다"라며 "이는 인간과 다른 기계만의 약점을 공략하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딥 블루와의 대결에서 이런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고, 체스나 바둑처럼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두뇌 대결'(Mind Sports)에서는 결국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스스로 자기 꾀에 넘어가서 엉뚱한 수를 두게 되고, 이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스파로프는 무엇보다 인간과 기계가 서로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흔들림 없는 일관성'(relentless consistency)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소한 체스 대결에서 기계는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반면에 인간은 한 번의 실수만으로 재앙에 빠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계는 안주하지도 않고, 걱정하거나 지치지도 않는다"라며 "나는 1997년 딥 블루와 대결했을 때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결국 내 경력에서 최악의 경기를 하며 패하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보다 훨씬 강해서 아직 인간의 결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바둑이 체스보다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는 점이 인간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writing on the wall)"라며 "오늘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스 프로그램도 딥 블루나 인간 고수를 꺾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라고 지적했다.

카스파로프는 "예측 가능하고,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체스 프로그램(딥블루)이 누구도 도저히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는 데 불과 십여 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불길함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10일 오후,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2연패를 당했다.  


태그:#게리 카스파로프, #이세돌,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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