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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 유성구에 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인 A씨가 해당 지역에서 출마한 같은 당 모 예비후보에게 SNS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신을 청각장애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해당 예비후보에게 "국민공천선거인단으로 당신을 지지한다"며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싶은데 청각장애인이라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하고 혼자 사는 70대 독거인이라 주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선 여론조사 기간 동안 선거사무실에 휴대전화를 맡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예비후보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대리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안 된다"며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청각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는 경선 방식으로 참여가 봉쇄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후 더민주의 유성구 경선 첫날인 16일 A씨는 자신이 지지하는 예비후보에게 메시지를 보내 "경선 조사 전화가 왔는데 들리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 A씨의 사연을 들은 해당 예비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우리는 작은 배려도 못하는가 하는 자책의 마음과 함께 A씨가 느꼈을 상황에 가슴이 아팠다"고 소회를 밝혔다.

더민주의 후보경선은 안심번호(유권자 휴대전화 조사)에 의한 국민공천선거인단 자동응답 전화(ARS)투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후보경선도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당도 4가지 후보 경선 방식 중 하나로 여론조사를 포함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 A씨와 같은 청각 장애인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곳은 없다. 각 정당은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정치 신인 후보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등 배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A씨와 같은 청각장재인의 경선 참여 방안을 고민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ARS' 기술이 상용화돼 있다"며 "각 정당이 이미 실용화된 기술조차 경선 과정에 적용하지 않은 것은 관심과 배려 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민의 참정권은 인권기본권 중에서도 기본권에 속한다"며 "정당 후보를 정하는 중요한 과정에서 소수라는 이유로 청각장애인들의 참여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늦었다고 외면해서는 안 되고 지금이라도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인권침해, #후보자 경선, #청각장애인, #참정권,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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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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