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포스터.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2016년 상반기 화제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잭 스나이더 감독 연출)이 개봉과 동시에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 자정부터 잠을 설치며 본 관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리는, 호불호의 모양새다. 각종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아쉽게도 불호의 의견이 많은 분위기.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을 앞세운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의 인기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DC코믹스는 잘 알려진 대로 2013년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자사 보유 슈퍼 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영화들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특히 마블의 올스타팀 <어벤져스>에 맞서기 위해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으로 구성된 <저스티스 리그>를 영화화, DC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번 신작 <배트맨 대 슈퍼맨> 아니던가.

누구나 그 존재를 잘 알고 있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이라는 슈퍼 영웅들의 총집합으로 인해 관객들의 기대치는 한껏 높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물은 너무도 달랐다.

모든 대결에 꼭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다음 편인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다음 편인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전작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과 크립톤 행성의 악당 조드 장군의 대혈투가 그려진 메트로폴리스 전투는 수많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이 되고 말았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 사건 이후 슈퍼맨, 배트맨이라는 양대 영웅이 바라보는 '정의'의 각기 다른 모습과 갈등, 이를 악용한 새로운 악당 렉스 루터의 음모, 그리고 새로운 영웅들의 등장을 그려내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기울였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욕심 때문일까? 향후 개봉할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의 의미를 너무 강조하려다보니 마치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다 담으려다가 정작 중요한 물건은 놓고 내린 모양새다.

극 전반부의 이야기 전개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마냥 (마치 최근의 IS 무차별 테러를 연상케 하는) 정치적인 상황을 건드리면서 진행되지만 단편적인 에피소드로만 활용하는 데 그쳤다. 차라리 이러한 흐름을 후반부까지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드는 대목 중 하나다.

각 장면 하나하나 떼어내서 본다면 나름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데, 막상 이를 한데 모으면 정돈이 안되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다. "모든 대결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영화 포스터 홍보 문구를 배반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슈퍼맨, 배트맨이라는 양대 영웅이 바라보는 '정의'의 각기 다른 모습과 갈등을 그린다.

영화는 슈퍼맨, 배트맨이라는 양대 영웅이 바라보는 '정의'의 각기 다른 모습과 갈등을 그린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전작 <맨 오브 스틸>의 액션 장면이 대부분 낮에 이뤄진 반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반대로 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에서 누구의 비중이 더 큰지 대충 짐작 갈 것이다.

특히 배트맨이 용병 테러리스트들과 펼치는 각종 일당백 격투, 배트카 질주 등의 장면은 보는 이의 눈을 끌어당길 만하다. 이전 <배트맨> 영화들과 달리, 40대 중반 이후의 다소 나이 든 배트맨을 연기하기 위해 새치 분장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격을 키운 벤 애플렉은 코믹스 속의 배트맨을 상당 부분 잘 살려냈다.

덕분에 마치 배트맨 신작의 분위기가 영화 속 곳곳을 지배한다. 여전히 <다크 나이트> 크리스찬 베일 버전의 배트맨이 관객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부분 만큼은 성공적인 출발을 보인 셈이다.

애초 우려했던 캐릭터 중 하나였던 원더우먼(갤 가돗 분)은 나름 흥미로웠다. 물론 중장년층들에겐 1970년대 국내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린다 카터 주연의 TV 시리즈를 떠올리겠지만, 요즘의 20~30대 관객들에겐 그저 먼 나라 이야기다. 따라서 미스터리 가득한 원더우먼의 등장은 마블의 블랙위도우에 맞설 새로운 여성 히어로 캐릭터로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누구의 비중이 더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누구의 비중이 더 큰지 짐작할 수 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한 렉스 루터는 이전 그가 연기했던 <소셜 네트워크>의 실존 인물 마크 주커버그의 악인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직까지 '슈퍼 악당=조커'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통용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 악당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배우로선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런 점을 감안하면 몇몇 아쉬운 점도 있지만 선전했다.

이런 캐릭터들의 고군분투는 <배트맨 대 슈퍼맨>이 지난 약점을 보완하는, 나름 볼 만한 구석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반면 핵심인물인 슈퍼맨(헨리 카빌 분) 캐릭터는 보는 이들에게 아쉬움, 원망의 소리를 들어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인다. 핵심 양념 다 빠진 찌개처럼 관객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의 문제점을 과연 향후 <저스티스 리그>에선 어떻게 해결할 건지 궁금해진다.

[간단 총평]
- 잭 감독님, <저스티스 리그>도 이렇게 만들면 곤란합니다.
- 벤 애플렉의 <배트맨> 단독 영화, 빨리 만들어다오.
- 아! 슈퍼맨

[후하게 드리는 평점]
★★☆  (5개 만점)

[추천]

- "남들이 뭐라 해도 슈퍼맨, 배트맨은 나만의 영웅!"이라는 관객
- 특히 벤 애플렉이 연기하는 새로운 배트맨이 궁금한 분

[비추]
- 통통 튀는 마블 스타일에 익숙한 분
- 어느 정도 완벽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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