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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일본 3대 차창 풍경인 기리시마연봉. 이사부로·신페이호에서 바라본 일본 3대 차창 풍경.
 일본 3대 차창 풍경인 기리시마연봉. 이사부로·신페이호에서 바라본 일본 3대 차창 풍경.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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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참 3대를 좋아합니다. 3대 온천, 3대 야경, 3대 정원 등... 열차에도 3대 차창(車窓)이 있습니다. 3대 차창은 열차여행 중 창문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열차는 3대 차창 풍경 중 하나인 히사츠선 야타케역 부근(肥薩線 矢岳駅駅付近)을 운행하는 관광열차 이사부로·신페이호입니다.

나머지 두 군데는 지역만 소개해 드리고 나중에 자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 곳은 홋카이도의 네무로혼센 니이나이역 부근(根室本線 新内駅付近),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간토의 시노노이센 오바스테역(篠ノ井線 姨捨駅)입니다. 어느 곳이 전망이 좋은지는 나중에 다 소개한 뒤 여러분께서 판단해 주세요.

나무로된 히사츠센 관광열차 이사부로호의 히토요시역 승강장.
 나무로된 히사츠센 관광열차 이사부로호의 히토요시역 승강장.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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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요시역 히시츠센 관광안내도. 히사츠센의 열차 관광지를 보여줍니다.
 히토요시역 히시츠센 관광안내도. 히사츠센의 열차 관광지를 보여줍니다.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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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로·신페이호는 히토요시역(人吉駅)에서 탑승, 요시마츠역(吉松駅)까지 약 38km, 표고차 430.3m를 올라가기 위해 스위치백이 2곳 있고 300m의 반경을 자랑하는 루프선이 있습니다. 5개 역을 지나며 1시간 20여 분의 여행이 시작되죠. 2004년부터 운행한 열차는 규슈의 어느 관광열차 보다 멋진 경관을 만나볼 수 있어 많은 기차여행 애호가들이 찾고 있습니다. 열차는 히토요시역에 정차해 출발을 기다립니다.

보통 남규슈 관광열차 3단 콤보는 SL히토요시호(구마모토-히토요시)와 하아토노카제호(요시마츠-가고시마추오)를 묶어서 부르며 하루 코스로 열차 여행이 가능합니다. 남규슈 열차 여행의 백미인 이사부로·신페이호는 하나의 열차이지만 부르는 이름은 두 가지입니다. 요시마츠행은 '이사부로', 히토요시행은 '신페이'호로 불립니다. 열차 이름은 메이지 시대 철도위인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해 운행합니다.

이사부로·신페이호의 내부.
 이사부로·신페이호의 내부.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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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요시역에서는 히사츠선 관광열차 이사부로호 승강장이란 나무로 된 안내 표지판과 관광안내 지도를 보게 되는데 떠나지도 않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여러 개의 터널 그리고 스위치백과 루프선, 일본 3대 차장 등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차량 내부는 여느 규슈의 관광열차와 비슷한 구조를 가집니다. 대형차창으로 전망 라운지를 만들었고 내부는 목재를 이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성수기에는 3량 편성으로 운행하고 비수기에는 2량 편성으로 운행합니다. 규슈레일패스만 있다면 만사형통으로 탑승 가능하죠.

오코바역 표지판
 오코바역 표지판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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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요시역을 출발한 열차는 오코바역(大畑駅)에 도착합니다. 오래된 나무로 만든 역사(駅舍) 100여 년이 넘는 건물은 가히 문화재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 내부를 잠시 관광할 시간을 줍니다. 대합실에 있는 수많은 명함들은 이곳에 온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하나씩 남기고 간 자취들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붙여놓은 명함 중에 한국인 명함도 꽤 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여러분도 한번 남겨 보세요. 이 역엔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는데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루프선 안에 스위치백이 존재하는 역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열차가 출발하면 다시 진행방향을 거꾸로 해 스위치백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더니 크게 반원을 그리며 다시 루프선을 이용합니다. 차내에서도 이런 모습을 운전선 옆에 있는 모니터로 볼 수 있습니다.

루프선을 지나면 야타케역(矢岳駅)에 도착합니다. 또 잠시 시간을 주죠. 역시 관광열차의 매력은 이렇게 역에서 정차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야타케역 근처에는 SL전시관이 있습니다. 증기기관차인 D51형을 정태보관하고 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열차에 탑승합니다. 열차는 다시 천천히 이동하면서 방송이 나옵니다. 잠시 열차가 멈추더니 창가 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며 일본 3대 차창의 진면목을 바라봅니다.

히사츠센 루프선의 안내도.
 히사츠센 루프선의 안내도.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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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너머로는 저 멀리 가라쿠니다케(韓國岳, 1700m)를 비롯해 기리시마의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아래에 마을들이 보여 마치 스위스를 연상하게 합니다. 주변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끝나갈 때쯤 열차는 서서히 다시 이동하며 두 번째 스위치백을 만나게 됩니다. 이어 미야자키현의 마사키역(真幸駅)에 도착합니다. 한자로 풀이하면 진정한 행복(?)역 정도 될까요.

열차 운행 정보

- 매일 1일 2왕복
http://www.jrkyushu.co.jp/trains/isaburou_shinpei/

이곳 마사키역은 미야자키현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 중 하나로 이름에 걸맞게 "행복의 종"이 있어 이 종을 치기 위해 또 열차는 잠시 정차합니다. 이 종을 치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모두들 행복이 찾아오길 바라며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죠.

나무로 된 역 건물은 개업 당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1911년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지역주민들이 마을의 토산품들도 같이 판매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다시 스위치백을 통과한 이사부로·신페이호는 종착역인 요시마츠에 도착합니다. 바로 옆에는 가고시마추오역(鹿児島中央駅)으로 가는 하야토노카제(はやとの風)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1시간 20여 분의 느리지만 결코 느리지 않고 행복했던 즐거운  열차여행도 마무리가 됩니다. 남규슈의 진정한 풍광을 느끼고 싶으시면 지금 출발하세요.

마사키역에서 잠시 정차중인 이사부로·신페이호.
 마사키역에서 잠시 정차중인 이사부로·신페이호.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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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사부로*신페이호, #이사부로호, #신페이호, #히사츠센관광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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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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