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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면 '격전 지역'이 주목을 받습니다.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누가 당선 될 지 알 수 없는 지역을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가능성만 따지는 건 재미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진 선거구를 '꿀잼지역'으로 골라 생생한 선거 현장을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한 유권자가 1일 서교동 인근에 붙은 20대 총선 서울 마포을 지역구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를 지켜보고 있다.
 한 유권자가 1일 서교동 인근에 붙은 20대 총선 서울 마포을 지역구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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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갈주생중달(死諸葛走生仲達).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사마의)을 내쫓았다"는 <삼국지연의> 속 유명한 일화다. 중달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갈량(사실은 나무 조각상)을 보고, 혼비백산 달아나다 결국 승리를 놓쳤다.

서울 마포을엔 공천에 탈락한 현역 의원이 다시 나타나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경쟁 후보들로선 '죽은 줄 알았던 정청래가 살아 돌아다니는' 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천 탈락 6일 만에 "당에 남겠다, 승리를 위해 제물이 되겠다"라고 선언했고, 이틀 후 당이 자신의 지역구에 전략공천한 손혜원 후보(당 홍보위원장)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삼국지연의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결과까지 삼국지연의와 같을까?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략은 "손혜원이 곧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곧 손혜원"으로 요약된다. 정 의원은 지난달 31일 망원역 앞에서 열린 손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정청래 때문에 상처받은 마포구민의 눈물을 닦으려 제가 이 자리에 섰다"며 "손혜원의 승리가 정청래의 당선이요, 구민의 승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 의원과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올린 손 후보도 "바보 같은 정청래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더 바보 같은 제가 비례대표 1번을 마다하고 이곳에 왔다"라며 "저를 뽑아주면 마포을은 두 명의 국회의원을 갖게 된다, 정청래와 함께 두 배 더 업그레이드 된 마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일 오전에 찾은 손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선 전략회의가 한창이었다. 정 의원은 이날 회의를 직접 주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손 후보를 돕는 중이다. 정 의원 뿐 아니라 정 의원과 함께 일하던 보좌진 모두 손 후보의 캠프에 들어와 선거운동을 이끌고 있다.

지역구를 누비는 정 의원의 모습에 나머지 후보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망원시장에서 연 출정식에서 "오죽하면 (정 의원의) 당내 공천이 거절됐겠나,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바타 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한 번 잘못 뽑아서 무너진 우리의 자존심을 이번 총선에서 마포구민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보좌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후보(서울 마포을, 오른쪽)와 정청래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역앞에서 열린 총선출정식에서 율동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지지호소하는 정청래-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후보(서울 마포을, 오른쪽)와 정청래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역앞에서 열린 총선출정식에서 율동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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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을은 기본적으로 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지난 4년간의 큰 선거, 즉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6회 지방선거에서 모두 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세 선거에서 지역구 9개 동(서강, 서교, 합정, 망원1·2, 연남, 성산1·2, 상암) 유권자들은 모두 여당보다 야당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하지만 정 의원에게 향했던 표가 오롯이 손 후보에게 향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의원의 컷오프는 당 홈페이지를 마비시킬 정도로 파급력이 컸고, 당시 당 지지율도 하락했다. 성미산마을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똑부러지게 목소리를 내온 정 의원이 컷오프되는 걸 보며 투표할 마음이 사라졌다"며 "더민주에 많이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홍익대 교수라는 이력이 있긴 하지만, 손 후보의 마포을 지역 연고가 약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백남환 사무장(김성동 후보 측)은 "지역에서 최소 2년 정도는 살아야 그 지역을 이끌 자격이 있다"며 "(손 후보는) 박힌 돌이 아닌 외지로부터 굴러들어온 돌이다, 그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동수 지역보좌관(손혜원 후보 측)은 "정 의원의 지지자 중 손 후보가 싫다는 분들이 있었으나 정 의원이 적극 도우면서 지금은 서서히 그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라며 "상대 후보 측에서 손 후보와 함께 정 의원을 적극 비난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정 의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일여다야... 야권 후보가 무려 5명

20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진 김철 국민의당 후보(오른족)와 정명수 무소속 후보.
 20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진 김철 국민의당 후보(오른족)와 정명수 무소속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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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역시 손 후보에겐 악재다. 마포을 지역엔 총 6명이 입후보했고, 그 중 5명이 야권 후보다. 국민의당에선 당 전략기획특별위원장인 김철 후보가 출마했고, 당초 더민주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정명수 후보는 손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배준호 정의당 후보, 하윤정 노동당 후보도 이 지역에서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달 31일 망원역 출정식에서 만난 김철 국민의당 후보는 "마포을 주민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국민들에게 막말 정치인으로 낙인 찍힌 정 의원 같은 국회의원이 되지 않겠다"며 "품격있는 정치토론과 상대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실속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규 사무장(김철 후보 측)은 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더민주 원로 분들이나 이 지역 호남출신 유권자들이 국민의당 후보를 주로 지지하고 있다"며 "선거 초창기에 비해 점점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정명수 무소속 후보는 지난달 31일 망원역 출정식에 '더민주 탈당계 3600장'을 들고 나와 "지난해 정명수 추천인으로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한 분들이 4100명인데, 제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니 일주일 동안 3600명이 탈당원서를 보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후보는 "이 분들이 왜 탈당했겠나, 더민주의 마포을 공천, 낙하산 공천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이 탈당원서는 정당개혁 제대로 하라는, (대선에서) 권력을 되찾아오려면 야당정치 제대로 하라는 충고의 목소리"라고 덧붙였다.

여당 지지자의 한탄 "진박이니 친박이니 X랄하다 몇 천표 날려"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마포을)와 김무성 대표가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 전통시장 방문한 김성동-김무성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마포을)와 김무성 대표가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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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후보에겐 야권의 분열이 호재지만, 여권의 악재도 있다. 마포을은 기본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데다, 이른바 '진박 마케팅'이 먹히는 지역도 아니다. 따라서 여당 지지자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느냐가 관건인데, '비박계 공천학살'로 촉발된 '김무성 당인 파동' 등 새누리당 분열상이 지지자 결집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자신을 "만년 1번 지지자"라고 밝힌 망원시장 상인(40대 남성)은 "당 내에서 조금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유승민 의원을) 그렇게 만드는 거 보고 이젠 (기호) 1번도 싫고, (기호) 2번도 싫고, 정치는 다 싫다"라며 "비례대표 투표는 하더라도 지역구 선거는 기권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 후보의 출정식을 지켜보던 70대 남성도 "이 지역에서 꼭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데 진박이니 친박이니 X랄하다가 몇 천 표를 다 날려먹어버렸다"라고 한탄했다.

한편 정의당과 노동당은 이 지역에 '쳥년 후보'를 내세웠다. 최근 한 언론사에서 자신의 사진에 "신고한 재산이 한 푼도 없는 배준호 정의당 후보"라는 설명을 달아 이슈 아닌 이슈가 되기도 한 배 후보는 ▲ 39세 미만 국회의원 청년할당 도입 ▲ 만 16세 선거권, 18세 피선거권 보장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윤정 노동당 후보는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상암동 CGV 본사 앞에서 'CGV 아르파이트 노동자 외모규정 철폐' 기자회견을 열어 ▲ 벌점제도 없애기 ▲ 신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 없애기 ▲ 면접 단계 외모차별 중단 ▲ 물품사용 임금 지급 ▲ 준비시간 임금 지급 ▲ 이른바 '꺾기' 중단 ▲ 과도한 감시 금지 ▲ 휴식시간 보장 ▲ 부당해고 중단 등 9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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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20대 총선, #서울 마포을, #손혜원, #정청래, #김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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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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