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완연한 봄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벚꽃 사이로 노란 개나리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온 나라가 4월 총선으로 시끄럽지만 이는 안중에도 없는 듯 봄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내어 살 맛 나게 한다. 자연의 신비 앞에서 인간은 숙연해 질 뿐이다.

올해 나이 쉰둘. 수명이 길어져 청년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중년의 무게를 짊어진 한없이 약한 아저씨일 뿐이다. 여태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와 있다. 언제 쫒겨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버틴 것이 다행이고 "굵고 짧게"가 아닌 "가늘고 길게"는 희망사항이다. 직장인의 비애요, 가장이 짊어진 엄청난 무게다. 숨이 막혀온다. 그러나 어찌 할 수가 없다.

현실의 고통,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그런데 더욱 힘든 일은 자녀마저도 삼포세대를 넘어 칠포세대로 까지 일컬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를 이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꼴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들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어디 하소연 할 때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쏟아내고 있는 공약들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관심을 끊은 지 오래다.

이런 저런 생각에 부쩍 귀농, 귀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TV도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게 되는 걸 보면, 친구들이나 동년배 들 사이에서 자꾸 회자되는 걸 보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중년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하다. 넘을 수 없는 장벽들이 있어 도저히 활로를 찾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이걸 순수함으로 받아들여 지지하고 응원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 진실인데, 실패자들이 찾는 피난처쯤으로 생각해 버리기 쉽다. 도시 빈민의 삶은 더욱 가혹할진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가 없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장벽은 가족들의 동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아침에, 그것도 젊은 나이에, 한참 커 가고 있는 자녀를 둔 가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귀농은 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기에 경험없이 준비없이 덤벼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농사짓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시골출신이기에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경제적 자립은 어렵고도 요원한 일이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실패를 가져 올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농을 꿈꾸는 것은 지금의 삶이 주는 고통보단 나아지리라는 기대감때문이리라. 과감한 결정으로 귀농에 성공한 일부 사람들의 용기와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귀촌은 모두가 꿈꾸는 삶이다. 경치 좋은 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제 철 음식 먹어가면서, 심심하지 않에 소일거리 하면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유유자적한 삶은 그 자체가 로망이다. 그런데, 이게 경제적인 뒷받침 없이 가능한 것일까? 과연 이런 삶이 가능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몇 %나 될까? 내겐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청소년의 사춘기적 방황처럼 고민만 깊어질 뿐이다. 현실적인 답을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선 뜻 포기해 버리고 싶지도 않다. 아니 포기 할 수가 없다.

인생 백세시대, 이대로는 도시에서 살아 낼 자신이 없다. 스무 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30여년을 쉼 없이 달려왔건만 남아있는 것이 없다. 앞으로의 삶도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겨우 집 한 채 건지면 다행 일 뿐이고 다람쥐 챗바퀴 도는 일상만이 있을 뿐이다.

귀농, 귀촌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날이길 기대해 본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더라도, 설사 또 다른 실패를 하더라도 한번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 더 멋진 삶은 아닐까? 우울하지만 마음속엔 희망을 담는다.

덧붙이는 글 | 사회가 어려워질 수록 귀농, 귀촌은 누구나 꿈꾸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태그:#봉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보는 즐거움도 좋지만 보여주는 즐거움도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합니다. 재주가 없으니 그냥 느낀대로 생각나는대로 쓸 겁니다. 언제까지 써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무모하지만 덤벼들기로 했습니다. 첫글을 기다리는 설레임. 쓰릴있어 좋군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