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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경선이 되면 지지 않는다."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 오마이뉴스 이병한
지난 12월 11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18일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다면 경선을 치를 필요 자체가 없다, 무의미하다"며 한나라당의 경직된 1인 지배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부총재는 18일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3분의 1이 총재의 영향권 안에 있고, 공천권이 총재에게 있고, 지구당 위원장도 총재가 선정하는, 이런 상태에서는 경선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공정한 경선이 안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 나는 경선에 출마한 이후 그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다. 왜 묻냐고 했더니, 한나라당은 그런 공정한 경선을 못할 것이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이것은 더 큰 일이다. 외부에 그렇게 경직된 이미지로 보이고 있다면 내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은 더 크게 변해야 한다.

정당개혁은 시대의 요청이고 국민이 바라는 바다. 국민들이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들이 바라는 것을 절대 안된다고 하면서 누구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가."


그는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진다면 (이회창 총재에게)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는 '공정한 경선'의 구체적인 상에 대해 "1인 지배체제 아래서 당의 공식기구는 그야말로 1인 아래에 놓여있고 그 속에서 (경선에 대한) 활발하고 공정한 논의가 될지 의문"이라며 경선 참여자들과 당 안팎의 중립적인 인사가 참여하는 '한나라당개혁 추진협의회'(한개추)를 거듭 주장했다. 그는 한개추는 협의제가 아닌 합의제로 운영돼야 하고 "그 안에 따른 경선에는 누구나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 80여 명의 외신기자들이 참석한 이 기자간담회에서 박 부총재는 이회창 총재를 겨냥해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공정한 경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큰 타격"이라며 "나는 우리 당의 총재가 그런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그렇게(공정한 경선) 하리라고 본다"고 말해 공정한 경선을 위한 한개추의 구성을 압박했다.

박 부총재는 간담회 처음 5분 연설에서 "제 이름인 'Geun Hye'의 이니셜이 GH인데 저는 이것을 'Great Harmony'라는 뜻으로 마음 속에 새기고 있다"며 "저에게 'Great Harmony'는 지역 간·계층 간 갈등의 해소,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동아시아의 지역협력 증진 등을 포함하는 정치적 신념이요 비전"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다음은 이날 나온 일문일답 요약이다.

- 이회창 총재가 있는 상황에서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텐데 나름대로 전략이 있는가.
"경선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그것을 실천해나갈 수 있는 의지와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시대가 열망하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실천할 수 있으므로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진다면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정치를 하는데 전반적으로 가족들로부터 받은 영향은 무엇인가. 특히 아버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청와대 생활을 하다보니 자연히 나라의 일이 중심이 됐고 그 속에서 여러 영향을 받았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어머님의 대역까지 했다. 아마도 그래서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고 부정적인 평가도 많은데, 아버지의 은덕을 많이 입고 있으므로 그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부담을 진 채 정치에 임하고 있다."

- 한국의 민주주의는 현재 어떤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고 그 바탕에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고 많은 국민들 또한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민주화가 좀더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을 가로막는 것이 정당의 구조다. 다시 말하면 1인 지배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1인 지배체제 아래서는 공천권·재정권·인사권이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된다. 따라서 그 사람의 성품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독단으로 흐를 수밖에 없으며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부추긴다. 결국 당 사이에는 정책대결이 아닌 당리당략으로 흐르고 극한의 대립이 일어나게 된다. 생산적 정치라기보다는 소비적이다. 우리나라가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당구조가 개혁돼야 한다."

- 대통령이 되면 내각제 개헌을 할 생각도 있는가.
ⓒ 오마이뉴스 이병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볼 때 휴전선을 중심에 두고 200만 화력이 대치한 상황에서 내각제는 나라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당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내각제가 되면 계파정치나 부정부패, 지역독식 등의 심화가 더욱 우려된다. 아직 내각제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나는 그 동안 줄곧 4년 중임제를 주장해왔다. 5년 단임제는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처음에 준비, 나중에 레임덕을 빼면 소신껏 일하는 것은 기껏 2∼3년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다 바뀌어버린다. 지금의 대통령제보다는 4년 중임제 개헌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대통령이 된다면 북쪽과 악수를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북쪽으로 인해 아픔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북이 더 화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나는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또 그 외에는 다른 방안도 없다. 그 외에는 전쟁인데 그럴 수는 없다.

다만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지고 있다. 아주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실패한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너무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서둘렀기 때문이다. 남북문제는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하에 제도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속에 신뢰가 구축되고 평화가 싹틀 수 있다.

나는 남북교류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안보에 대한 신뢰가 있기 전까지는 전면적인 남북교류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안보에 대한 신뢰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북한의 적화에 대한 포기, 대량살상무기 포기, 핵사찰 수용 등이다."

- 경선에서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경선은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다면 치를 필요 자체가 없다. 무의미하다. 3분의 1이 총재의 영향권 안에 있고, 공천권이 총재에게 있고, 지구당 위원장도 총재가 선정하는, 이런 상태에서는 경선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렇지만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진다면 나뿐 아니라 누구나 승복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공정한' 경선이 안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 나는 경선에 출마한 이후 그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다. 왜 묻냐고 했더니, 한나라당은 그런 공정한 경선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더 큰 일이다. 외부에 그렇게 경직된 이미지로 보이고 있다면 내년 대선의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은 더 크게 변해야 한다. 정당개혁은 시대의 요청이고 국민이 바라는 바다. 국민들이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들이 바라는 것을 절대 안된다고 하면서 누구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가.

나는 반드시 공정한 경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어제 총재단 회의에서도 이 총재가 반드시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 '공정한 경선'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대안이 있는가. 이 총재는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1인 지배체제 아래서 당의 공식기구는 그야말로 1인 아래에 놓여 있다. 따라서 그 속에서는 활발하고 공정한 논의가 될지 의문이다. 나 말고도 경선에 참여할 사람들이 더 있을텐데, 경선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당 안팎의 중립적인 인사가 참여하는 '한나라당개혁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그 속에서 논의하고 협의가 아닌 합의제로 안을 만들자고 이미 제안한 상태다. 그 안에 따라 하는 것이 공정한 경선일 것이다.

설득의 문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공정한 경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큰 타격이다. 나는 우리 당의 총재가 그런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그렇게 하리라고 본다."

- 정치철학에 대해 질문하겠다. 한국의 정치는 흔히 '3김의 지배'라고 하는데 그 세 명에 대해 한마디씩 짧게 비평해달라. 또 존경하는 인물은 아버지를 빼고 누구인가.
ⓒ 오마이뉴스 이병한
"정치인으로서 3김의 구체적인 행적은 역사가 판단할 것이고, 나는 대통령을 지난 YS, DJ 두 분은 어떻든 나라를 잘해보고, 자신의 꿈을 펼치려 한 점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YS는 비록 잘 안됐지만 금융실명제 등 개혁을 하려고 노력했고, DJ는 남북의 큰 물꼬를 튼 점 등은 잘한 일로 평가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분들은 무엇인가 많이 고뇌하고 노력했다.

정치인 중에서 존경하는 인물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다. 그는 왕실에서 태어났지만 죽을 고비도 많이 넘기며 성장해 합리성과 중용을 가진 채 극단으로 흐르지 않으며 거의 거덜날 뻔했던 나라를 다시 세웠다."

- 한국 역사상 최초로 대선 경선에 도전하는 여성이라는 사실이 맞는가.
"맞다. 처음 출마하는 여성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대통령이 할 일과 남성 대통령이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여성 권익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한국은 아직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또한 자신이 남자였으면 하는 생각은 없는가.
"여성이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에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크게 문제가 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공정한 경선이란 이회창 총재의 총재직 사퇴도 포함되는가.
"'한나라당개혁 추진협의회'가 구성되면 거기서 총재·부총재직 논의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르겠다."

- 이 총재가 한개추 구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문제는 결국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문제다. 뻔하다고 생각하는 경선은 문제가 있다. 공정한 경선을 거치지 않은 후보가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겠는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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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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