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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대화의 형태를 빌려 보다 알기 쉽게 암 예방 및 통계에 대한 지식과 갑상선·유방·대장·간 등 각각의 암 종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입니다. 한 신문사의 의학·건강기자이자 암 환자 보호자이기도 한 K기자와 한 종합병원 의사 Q의 대화로 구성해봤습니다. - 기자 말

K : "선생님 안녕하세요!"
Q : "안녕하세요."
K : "지난 번 대화("일단 항암치료 한 후에 대체의학 고려하세요")는 아주 유익했어요! 그래서 또 한 번 말씀을 부탁드리러 왔어요."
Q : "그래요, 좋았다니 다행이네요. 오늘은 무엇에 관해 이야기 해볼까요?"

K : "조금 막연한 주제일 수도 있는데,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에요. '암의 원인' 에 대해 알고 싶어요."
Q : "'암의 원인' 이라…. 정말 넓은 폭의 주제군요. 제가 그동안 배우고 공부했던 것을 전부 말씀드리려면, 며칠이 걸려도 모자라겠어요."
K : "암의 원인이 그렇게 복잡한가요?"
Q : "음…. 글쎄요. 암이 생기는 장기에 따라, 그리고 암세포의 종류에 따라 암의 성질이 다른 만큼, 암의 원인도 종류마다 다르지요. 하지만, 비교적 여러 암에 공통적으로 해당하고 사람들이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원인들을 위주로 이야기해봅시다."

일반적인 암의 원인

암 유발 최대요소... 바로 흡연이다.
 암 유발 최대요소... 바로 흡연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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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네, 그게 좋겠네요. 그러면,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암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Q : "무엇보다 흡연입니다. 제가 읽었던 종양학 교과서 서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흡연은 인간이 조절할 수 있는 발암 요인 중 가장 큰 요인이다'라고요. 흡연자는 폐암 발병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30배, 성대암의 경우 100배 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간접흡연도 암 발병률을 증가시키고요. 미국 암협회에서는 흡연이 전체 암 원인의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요."

K : "30배, 100배라니 정말 무서운 숫자네요. 금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어요. 선생님, 그러면 흡연 말고 또 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Q : "국제암연구소와 미국 암협회의 보고를 참조하면, 암 원인의 약 3분의 1은 식생활과 관계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환경오염, 방사능, 음주, 유전 및 기타 요인들을 합쳐서 흡연과 음식을 제외한 나머지 3분의 1을 이루고 있고요."

K :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네요. 그렇다면 암을 유발하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Q : "암과 관계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연구가 워낙 다양해서 간단히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현재까지 나와있는 정보원 중에서 비교적 신뢰할 만한 것으로는 미국암협회와 세계암연구재단(AICR & WCRF) 이 발간한 전문가 보고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상당부분 이 보고서를 참조하고 있지요.

이 보고서에서는 각종 음식이나 식재료, 그리고 운동 등 여러 생활습관들과 암 발생과의 관계를 기술해놨는데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으로 분류된 것은 붉은 육류, 가공육(햄이나 베이컨 등), 염장 생선 혹은 짠 음식, 술 등이 있고요. 생선이나 붉은 육류를 직화에 구울 때 발암물질이 발생한다는 것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비만도 암의 원인으로 분류하고 있고요."

보조제는 도움이 될까?
 보조제는 도움이 될까?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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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그러면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Q :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이나 여러 채소들이 언급됩니다. 전곡류(도정되지 않은 곡식), 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배추과 채소나 파, 마늘등의 파속식물 그리고 토마토나 당근, 파프리카 등의 채소가 언급됐지요. 다양한 과일의 섭취도 도움이 된다고 돼 있고요. 두유나 두부 등의 콩으로 만든 음식도 암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음식 이외에, 활동적인 생활습관이나 운동 그리고 모유수유도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요소로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K : "그렇군요. 혹시 특별히 암에 좋은 과일이나 야채 혹은 다른 식재료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Q : "특별히 몇몇 종류의 채소나 과일을 골라 먹기보다는, 위에 언급한 채소를 포함해서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먹는 게 좋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의 '건강한 식생활 지침'을 참조하면, 신선한 제철의 채소나 과일을, 다양한 색상이 포함되도록 섭취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색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여러 가지 종류의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 : 식물 속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로,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는 물질이 많다)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K : "그렇다면 그런 파이토케미컬 같은, 암 예방에 유익한 것으로 보이는 영양물질을 추출해서 만든 보조제를 먹으면 어떨까요?"
Q : "보조제와 관련된 연구들은 그 결과들이 일관되지 않고,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채소나 과일 등의 성분으로 만든 보조제를 섭취한 경우, 기대했던 항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아직 알아내지 못한 음식물의 다양한 성분들이 밝혀져 있는 종류의 성분들과 함께 작용해야만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고 추정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와 한국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암 예방을 위해서는 보조제 섭취보다 골고루 음식을 먹어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담배와 음식 이외의 암의 원인, 그리고 예방법

조기검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조기검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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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혹시 담배와 음식 이외에 다른 발암 요인이나 예방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Q : "앞서 이야기한 것 중에, 유전적 요인이나 자연 방사선, 환경오염에 의한 공해물질 노출 등은 우리가 노력한다고 쉽게 바꿀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지요. 우리가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이야기해야 할텐데, 그런 것 중에서는 먼저 조기검진의 필요성을 들고 싶습니다."

K : "조기검진이요."
Q : "그렇죠.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듯, 최근 20여 년간 암 생존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조기검진이죠.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위암 같은 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80~90% 이상의 5년 생존률을 보입니다. 그러나 말기에 발견하게 되면 5년 생존률이 20%도 채 되지 않는 무서운 병이 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암검진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최소한 이 프로그램에 따라서 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K : "알겠습니다. 그 외에 또 말씀해주시고 싶은 것이 있나요?"
Q :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것이 있겠네요. 자궁경부암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70% 정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맞는 것이 가장 좋고(성경험이 있더라도 효과가 있습니다), 9세에서 26세 사이에 맞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B형 간염보균자가 많은 나라입니다. B형 간염은 간암의 발병률을 크게 높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간암의 유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지요. 보균자의 경우 반드시 병원에서 권유하는 대로 6~12개월마다 진찰을 받는 것이 위험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또…, 진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고, 뚱뚱해지지 않게 몸 관리를 해주시면 금상첨화겠네요."

K :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정말 많은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어휴, 말씀해주신 걸 다 지켜서 살려면 보통 일이 아니겠어요."
Q : "일전에 암 예방에 관한 유사한 내용의 글을 언론사에 기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달린 답변글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이, '그런거 다 지키면서 살면서 마치 수도승처럼 백세를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라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위에 얘기한 내용들을 지키며 사는 것이 오히려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삶을 건강하고 활력있게 만듭니다. 너무 신경쓰고 살면 어찌보면 답답할 것 같지만, 조금만 몸에 익히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뿐더러 훨씬 기운도 나고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도 줄 수 있습니다. K씨도 제가 이야기한 것 잘 지키며 살아보세요. 훨씬 삶에 활기가 넘칠 거라고 확신합니다."

K :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선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Q : "감사합니다."

(* 다음 편에 계속)

하루 30분 이상 속보, 이거부터 시작하자.
 하루 30분 이상 속보, 이거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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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기] 세계암연구재단·미국암협회가 제시한 생활습관 가이드라인

▲ 속보 이상의 운동을, 최소 30분 이상 매일 할 것
▲ TV를 보는 등 움직이지 않는 습관을 자제할 것
▲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피할 것
▲ 패스트푸드를 피할 것
▲ 400g 이상의 비전분성 채소나 과일을 매일 섭취할 것(다양한 색의 채소로 이루어져 있으면 더욱 좋다)
▲ 붉은 육류를 주 500g 이하로 섭취하고, 가공육류는 최소로 섭취할 것
▲ 술은 마시지 않거나,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한 잔 이하로 마실 것(한 잔은 맥주 한 캔, 소주 1/4병 정도)
▲ 염장류 음식, 짠 음식을 줄일 것
▲ 출산 후 6개월까지 모유 수유만으로 영양공급을 시행하고, 이후 모유 수유와 함께 이유식을 먹일 것
▲ 영양보조제를 섭취하기 보다는, 골고루 음식을 먹을 것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임채홍님은 현재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입니다.



태그:#암, #예방, #종양학전문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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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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