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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기표소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
 기표소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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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붉은 옷으로 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이네." (@fi******) 42
"외교를 패션으로 하시는 분께서 옷이 많지 않다니... 이런 헛소리를 자신있게 할 수 있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no*******)
"박근혜 대통령. 집에 안 들어간 거여? 며칠째 똑같은 옷이네." (@ge*******)

4.13 총선 당일, 몇몇 트위터 사용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접한 뒤 내뱉은 촌철살인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색 옷을 입었을까? 이미 뉴스를 접한 분도 있겠지만, 대통령의 선택은 당연히도 붉은색이었다. 오전 9시가 되기 직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의 투표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붉은색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고 투표에 임했다.

왜 우리는 이다지도 대통령의 의상 색깔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우리가 원래 '패션의 민족'이었나. 그럴 리가. 우리는 한반도에서 나고 자란 '백의민족'이지 않나. 이게 다 '패션외교'를 주창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은공 덕분이다.

빨주노초파남보, 형형색색의 의상을 자랑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정국에선 유독 붉은색을 자주 입었으니, 대통령이 옷이 많은지 적은지 국민들이 나서서 걱정을 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심지어, 총선 당일까지도 여당인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재킷을 걸칠 줄이야.

박근혜 대통령은 옷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의 정상회담에서 입었던 옷.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의 정상회담에서 입었던 옷.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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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로 보면 그렇게 많은 색깔의 옷을 갖고 있지는 않거든요. 저는 붉은색 재킷 입고 나온 사진 여러 번 봤습니다. 이전에는 수십 차례 보고 이랬었는데. 그걸 가지고 연결시켜서 대통령이 중립을 해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태도를 보면 정말 어이가 없고요."

이럴 때 적반하장이란 말을 써야 하지 않겠나. 총선 하루 전인 12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한 권성동 새누리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정 앵커의 선거 개입설을 두고 한 대답이었다.

김현정 앵커는 이날 제기된 북풍 의혹 제기와 더불어 "대통령 옷 많지 않으세요? 굉장히 재킷 많으신 것 같은데"라며 거듭 붉은색 옷을 거론했다. 지난 3월부터 지속되어온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센터 방문이 청와대의 설명처럼 '경제행보'가 아닌 선거개입설이 제기된 것에 대해 붉은색 옷을 빗대 질문한 것이다. 권성동 본부장의 이어진 설명은 이러했다.

"아니 대통령님께서 본인의 취향에 따라서 이런 색깔, 저런 색깔 옷을 입을 수 있고. 또 여성분들은 한 옷을 계속 입지 않지 않습니까? 계속 돌아가면서 입는 건데, 요즘 또 봄 같은 좋은 날씨에 붉은색 재킷이 얼마나 잘 어울립니까?"

"여성분들"이 진짜 한 옷을 계속 입나? 영화 <베테랑> 속 배우 유아인의 대사마냥 "어이가 없네"를 연발한 여성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박 대통령 본인은 몰라도 청와대는 무려 '패션외교'를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기교로 내세우지 않았던가. 지난 3년간 그걸 받아쓴 언론들은 뭐가 되겠는가.

패션 외교는 부디 총선 후 접으시길

박근혜式 패션외교..3박4일간 9벌 입었다 <이데일리>
朴대통령, 印서도 한복으로 '패션외교'..세일즈 외교 뒷받침 <뉴시스>
박 대통령 '패션도 외교도 '소통' <TV조선>
박 대통령, 황금색 재킷..돋보인 패션외교 <연합뉴스 TV>

심지어 지난 2014년 <한국일보>는 <빨주노초파남보..박 대통령 '패션외교'> 라는 사진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팔색조(?) 패션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바 있다. 또  <오마이뉴스>의 '모이' 사진을 보라. 박 대통령이 그간 무려 '색상환'에 비교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색상의 의상을 뽐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국민들은 권성동 본부장의 "봄타령"과 같은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다. 지난 총선 국면에서 꾸준하게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을 입고선 지방투어에 나섰던 박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나 총선 당일까지 엄격하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한 선거관리위원회로 인해 유권자들 역시 뿔이 난 상태다. SNS 시대에 맞게 유행하는 '투표 인증샷'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V자 표시'나 '엄지 표시'까지도 선거법 위반 사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버젓이 붉은색 옷을 입고선 '선거개입'을 자행하면서,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불리는 투표 행위를 만끽하고 자유롭게 사진 찍을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제아무리 '역사 회귀'의 시대요, 퇴행의 정권이라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되고, 국민들은 안 되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두고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겠는가 말이다.

박 대통령은 붉은색 옷을 굳이 챙겨 입는 자신의 행위가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지닌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랬다면 오판이다. 지난 19대 총선보다 오른 투표율이 그 증거다. 오히려 '선거개입' 의혹으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절반의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불렀을 가능성이 크다. '패션외교'는 그러니 부디 이제 접으시길.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내일부터는 무슨 색 옷을 입고 국정을 운영할까.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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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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