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검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 ⓒ 성하훈


지난 7일 개최된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 후보로 올라있던 <불안한 외출> 김철민 감독은 행사장에서 경찰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이경숙 위원장)가 고발한 건에 대해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보이스 피싱인줄 알았다"며 "고발 내용에 대해 문의하니 '이미 영등위에서 연락하지 않았냐'고 하더라, 영등위에 전화를 해 물어보니 경찰서 가면 알게 될 거라며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등위가 독립영화의 상영과 관련해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조치를 단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했던 <불안한 외출>은 등급분류 전 상영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영등위에 의해 고발됐다. 저예산 독립영화였던 이 영화는 지난해 정식 개봉이 불투명했던 시기에 서울과 부산, 광주 등에서 몇차례 일명 '공동체 상영'을 했다. 공동체 상영은 특정 단체 등에서 극장이나 강당 등을 대관해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으로, 수천만원에 달하는 정식 개봉 절차 비용을 감당할 수 없거나, 개봉하더라도 상영조건이 열악해 관객과 쉽게 만나기 힘든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영등위는 행정기관으로서 위반 사항에 대한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독립영화계는 평소에 없던 갑작스런 고발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개봉됐던 <불안한 외출>

지난해 12월 개봉됐던 <불안한 외출> ⓒ 다큐창작소


영등위 측은 "<불안한 외출>은 위원회가 사후관리 업무를 위해 운영하는 통상적인 모니터링 과정을 통해 발견된 사안으로, 이 영화는 모니터링 당시에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약 7개월 동안 다수의 영화상영관에서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영화가 상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관객을 모집하고 홍보하는 등 관련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게 됐다"며 "영비법상 영화 등급분류 대상과 등급분류 예외대상이 법률로 세부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불안한 외출>은 등급분류 예외대상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등위가 계도조치 등을 먼저 하지 않고 평소에 잘 하지 않던 고발을 감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극단적 조치를 한 대상이 상영환경이 열악한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과, 영화가 현 정권이 좋아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독립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등위가 검열기관으로 기능을 하고 싶은 모양"이라며 "평소에 없던 고발이 이뤄진 것에서 다른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불안한 외출>은 한총련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10년의 수배생활과 5년의 감옥 생활을 했던 윤기진씨를 중심으로 부인인 황선씨와 그 가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특히 황선씨의 경우 지난 2014년 12월에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함께 통일콘서트를 개최하다 사제폭발물에 의한 테러를 당했다. 당시 종편 등 보수언론은 종북 콘서트로 몰아붙이며 마녀사냥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시선에 대해 영등위는 "다른 고려는 없었다"면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상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고발했다"고 강조했다. 이경숙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최근 300건 정도로 크게 늘어나 영등위가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영화계는 "영등위의 행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우려되는 부분이 많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독립영화협회의 한 관계자는 "영등위는 자신들이 등급을 분류시켜주는 서비스기관이라고 홍보하면서 고발을 자행하고 있다"며 "영비법 위반을 이야기하는데 다툴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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