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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사용자위원 요구안 0원

오늘 이른 오후에 열린 최임위 2차 전원회의는 2014년 최저임금액을 시간급으로 고시하도록 하고,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의결할 때까진 순조로웠으나 노동계 요구안 발표 직후 이어진 사용자측 안 제시로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진 채 끝났다.

6월 7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노동자)으로 참여한 최만정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노동계의 2014년 최저임금 요구안 5910원에 대해 경영계는 '동결'로 화답했다. 경영자총연합(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상근간부들로 구성된 사용자위원들의 '단일안'이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 측의 최저임금 동결 주장에 항의의 뜻으로 퇴장했다. 최 본부장은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이 우리 위원회에 거는 바람을 일거에 차버리는 행태"라며 사용자위원들을 비판했다.

4년 연속 최초제시안 빵! 빵! 빵!

사용자위원들은 4년 연속으로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동결로 제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4년 연속으로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동결로 제시했다.
ⓒ 최저임금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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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을 비롯한 사용자위원들이 4년 연속 최저임금의 동결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2014년 최저임금 결정도 파행이 예상된다. 사실 경영계의 '최저임금 동결'주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임위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최저임금 심의 의결경위'라는 자료에 따르면 1988년 최임위가 가동된 이래 사용자위원들이 최초 최저임금요구안으로 동결을 제시한 것은 총 9회에 달한다. -5.8%를 제시한 2010년을 제외하더라도 4년연속 동결안이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동결의 근거는 '중소영세자영업자의 임금부담'이다. 달리 해석하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취약계층의 일자리 유지와 임금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배상근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6월 8일 통화에서 2014년 최저임금 동결의 주장근거를 묻는 질문에 '1%에 불과한 물가상승률'과 '소상공인의 매출감소', 그리고 '인건비 인상'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배본부장은 또한 "실질적인 수요압력이 없는 경제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최저임금 현실화 방안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배 본부장은 "최저임금 현실화라는 말은 좋지만 최저임금 근로자를 사용하는 업체는 대부분 5인 미만으 가족경영업체"라며 "이들 영세업체는 임금부담 능력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연평균 8%가량을 인상시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는 생각이 다르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구성한 최저임금연대는 지난 5월 8일 노동계의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경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전 세계 여러 국가의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그저 비용이며, 고용을 감소시키리라는 주장은 근거 없다"고 경영계의 주장을 비판했다.

오바마도 최저임금 인상

실제 이러한 주장은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꾀하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리셋 코리아>라는 책을 통해 소개되었다.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은 임금인상과 복지지출 확대, 공정한 과세 등을 통한 소득 분배의 개선하고 이를 통해 내수를 자극해 경제성장을 꾀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필수적이다.

미국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월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9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은 당의 주도로 상하이를 비롯하여 13개의 주요도시에서 20%가 넘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해 '소득분배 개혁'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역시 기업의 임금인상이 주요 전략으로 아소다로 재무상이 나서서 기업의 임금인상을 촉구하는 웃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사업자 매출감소? 대기업 단가후려치와 불공정 거래가 문제!

알바연대와 청년유니온은 경총 등 사용자단체가 최저임금 동결의 근거로 제시하는 영세자영업의 매출감소는 "대기업의 단가후려치기나 불공정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이들은 경총이나 전경련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기 보다는 대기업의 불공정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알바연대와 청년유니온의 주장에 대해 "김밥전문점이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최저시급에 미달했던 예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최저임금을 다루면서 이를 논의하자는 것은 좀 과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양대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측의 동결안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최저임금 동결안 규탄 양대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측의 동결안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민주노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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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사용자위원들의 최저임금 동결안 제시 이후 이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대 노총은 '새 정부는 출범부터 물가와 경제성장률 및 소득분배 상황의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며 사용자위원들의 동결주장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노동계는 2014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으로 시급 5910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근로자 월평균 정액급여액 246만9814원(5인 이상 상시고용) 의 절반인 월 123만4907원을 1시간 시급으로 산정한 액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MB정부, 유독 최저임금 인상률 낮아

노동계와 경영계의 커다란 견해차이로 파행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부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그리고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탓에 정부의 국정방향에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파란색)와 이명박 정부(붉은색) 최저임금 인상액 및 인상률. 노무현 정부는 5년간 평균 10.64%.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안나온 2013년까지 평균 5.8%가 인상되었다.
▲ MB정부 최저임금 인상률 노무현 정부(파란색)와 이명박 정부(붉은색) 최저임금 인상액 및 인상률. 노무현 정부는 5년간 평균 10.64%.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안나온 2013년까지 평균 5.8%가 인상되었다.
ⓒ 최저임금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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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정부의 최저임금인상률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1988년 최저임금법이 도입된 이래 김영삼 정부 약 8.1%, 김대중 정부 약 9.2%, 노무현 정부 10.64%, 이명박 정부 약 5.8%로 소위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 대표되는 MB정부 때는 인상폭이 유독 낮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당시 "최저임금을 연평균 8%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바연대가 지난 5월 1일 '알바데이'에서 행진하고 있다.
▲ 최저임금 1만원 알바연대가 지난 5월 1일 '알바데이'에서 행진하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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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인권단체 '알바연대'는 사용자위원들의 '최저임금 동결'주장에 규탄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알바연대는 6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일감몰아주기·조세피난처를 통해 천문학적 수준의 돈을 빼돌리며 국가경제를 뒤흔든 장본인이 바로 그들(경총)"이라며 '소상공인의 매출감소'와 '인건비 인상'을 근거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 사용자단체에 대해 비판했다. 알바연대는 이날 오후 2시, 회원 100여명이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대회'를 개최하고 "2014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태그:#최저임금, #경총, #알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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