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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들이 "이번 총선에서 전교조 조합원의 선거 활동이 극을 달렸다"면서 교사 72명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전교조 측은 고발된 교사 중 상당수가 선거법 위반 글을 게재하지 않았고, 이들 중에는 조합원이 아닌 이도 포함돼 있다며 "전교조 흠집내기"라고 맞섰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3개 보수단체는 지난 27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전교조 교사 20대 총선 불법선거운동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반정부 투쟁에는 항상 전교조가 앞장서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슬픔을 강요했고, 이들을 좌편향 이념투사로 만들어가는 반시대적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해 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특히 선거철이 되면 그 활동은 절정에 달했다, SNS를 통한 전교조의 선거 활동은 극을 달렸다"면서 "이번 20대 총선에서 반정부투쟁이라는 정치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선거활동을 했다, 단 하나의 선거 개입 글이라도 엄히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고발된 교사들 "황당하다"

보수단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고발장
 보수단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고발장
ⓒ 강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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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발대상이 된 교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저들이 위법행위 증거로 제출했다는 증거를 보고 싶다"며 말문을 연 서울에서 재직 중인 ㄱ 교사는 "내 SNS 글을 읽고 또 읽어봐도 선거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SNS 프로필 사진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고 소개 글에도 재직 학교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ㄴ 교사도 "최근에는 SNS에 글을 쓰지 않았고 선거법 위반으로 짐작되는 내용도 없다"라고 밝혔다.

관심 있는 기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SNS를 활용한 경기도 지역 ㄷ 교사 역시 이번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ㄷ 교사의 SNS에 게시된 선거 관련 내용은 총선 당일 선거 독려 이미지 2개가 유일하다.

그는 "어이가 없다"면서 "보수 단체들이 교사 수십 명의 이름과 학교, 조합원 여부를 적시해 고발한 것을 보면서 이는 개인이나 임의 단체들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넘어선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SNS에서 무작위로 해당 교사의 이름을 검색한 뒤 살펴본 중에는 '전체 공개' 글이 하나도 없거나 공개된 글 중 선거법 위반을 의심케 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는 이들도 상당했다.

72명 가운데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 이도 확인됐다. 보수단체의 고발 대상이 된 경기 지역 ㄹ 교사는 같은 학교 ㅁ 교사가 피고발인 명단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ㅁ 교사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만, 그가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ㄹ 교사는 "ㅁ 교사와 SNS상 '친구' 상태인데 내 SNS에 그가 남긴 댓글을 타고 ㅁ 교사의 SNS를 들여다보고 그의 '친구'인 또 다른 이의 SNS로 이동하는 형태로 들여다보고 마구잡이식 고발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 된다"고 밝혔다. 

고발대상이 된 교사들 중에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거나 유가족 등을 모독한 총선 후보자 리스트를 단순 공유한 이들은 일부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강영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혹은 낙선을 위한 능동적, 계획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기 ㄹ 교사는 "내가 쓴 글을 살펴보니 세월호 관련 막말을 한 정치인과 그의 발언을 캡처 한 이미지를 공유한 내용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인 안산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그 같은 발언을 보고 분노하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되물었다.

보수단체 "추가 고발 하겠다" vs. 전교조 "법적 대응하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
ⓒ 강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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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 관계자는 고발 대상자들이 전교조 소속교사인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SNS에 정치 편향적 글을 쓰는 이들이 글과 댓글을 관찰해 학교를 특정할 수 있었다, 글을 대화까지 읽으며 파악했기 때문에 명확하게 학교와 조합원 여부를 알았다, '나는 전교조 조합원이다'를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교사도 있었다"면서 "또 친구 찾기를 활용하는 등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72명 모두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을 욕한 것은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모욕죄에 해당된다,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중립 위반 사례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단체이다 보니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수합된 자료를 정리해 빠르면 2개월 뒤 2차로 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고발 인원을 묻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전교조는 이 같은 보수단체의 행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병섭 전교조 사무처장은 "아무런 근거 없이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총선에 개입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72명의 교사를 특정해 이들 모두가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몰아간 것 역시 문제가 있다"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http://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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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교육희망>의 강성란 기자입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소식을 기사화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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