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텍스트(Text)에는 맥락(Context)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정치적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순수한 예술도 없습니다. 문화 공연을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때로는 사회과학적으로 읽어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신랄하게 태클도 걸어보고, 재미있으면 '우쭈쭈' 칭찬도 합니다. 공연을 철학적으로 혹은 정치·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가 비록 재미(Fun)는 없더라도, 최소한 '뻔'한 리뷰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편집자말]

여자와 키스하는 꿈보다 양념치킨을 먹는 꿈이 더 달콤한 아이들. 담배는 훔쳐서 피워야 하고, 샤워하는 건 정말 어쩌다 있는 특별한 일이다. 대부분은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끼니는 수녀들의 무료 급식에 의존해야 하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아이들의 생계는 신문 판매다. 선금을 내고 매일 아침 신문을 떼어 와 이를 길거리 손님들에게 되판다. 한 부에 1페니씩 팔아서 몇 푼 정도 주머니에 남기는 게 전부인 아이들. 다 팔지 못한다고 신문사에서 회수해 가지는 않는다. 아이들 각자가 감당해야 할 손해이자 족쇄다. 그래도 신문팔이 덕분에 "먹고살 만해"라고 위안하며 내일을 꿈꾸던 이들.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진다.

신문값 인상. 조지프 퓰리처는 다른 신문사의 사장들과의 카르텔을 통해 신문팔이 소년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는 원가를 일제히 인상한다. 신문팔이들이 손님에게 신문을 판매하는 소비자가는 그대로 둔 채 말이다. 손에 쥔 몇 안 되는 동전마저 빼앗길 처지에 부글부글 끓던 아이들은 일제히 폭발한다.

1899년 뉴욕, 미국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뉴스 보이 파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토록 유쾌한 파업이라니!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파업! 매일 아침 신문의 헤드라인을 쓰는 칠판에, 이날은 파업이라는 말이 대신 쓰여졌다. "지금부터 신문 1면에 새길 말, 오직 자유!"라는 가사에서처럼, 이들에게는 파업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자 자유 그 자체이기도 했다. 1899년 뉴욕, 세상에 다시는 없을 유쾌한 파업이 시작된다. ⓒ 곽우신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계속되는 파업 뮤지컬 <뉴시즈>에서는 몇 차례 위기가 찾아온다. 경찰과 깡패에게 진압당한 후 무기력해 있던 이들을 일깨운 건 캐서린의 보도였고, 다른 지역 동지들의 소식이 없을 때 이들에게 힘을 준 건 장애를 가진 크러치가 자신의 목발에 '파업'이라는 깃발을 만들어 온 것이었다. 파업의 위기 때마다 이를 돌파하는 건 잭 켈리 개인의 유능함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도움이었다. 주인공에게 지나치게 방점을 찍지 않는 게 <뉴시즈> 또 하나의 매력이다. ⓒ 곽우신


지난 4월 12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뉴시즈>는 여러 장점을 뽐낸다. 특별한 스타 캐스팅이 없어도, 주·조연의 균형이 훌륭해서 극을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주인공은 파업을 주도하는 잭 켈리이지만, 주연 혼자서 스토리를 이끄는 대신 앙상블인 뉴스 보이들 각자의 사연과 성격들이 중심을 잡는다. 아크로바틱 안무와 탭댄스로 흥을 돋우던 뉴스 보이들이 신문을 들고 자유를 외칠 때는 결기가 느껴진다.

잭 켈리와 캐서린의 러브라인이 다소 뜬금없고 오글거리지만, 디즈니니까 괜찮다. 손발을 어쩔 줄 모르면서도 웃으면서 보고 있게 된다. 비슷한 멜로디의 반복은 다소 아쉽지만, <뉴시즈>의 넘버들은 경쾌하면서도 웅장하다. 이 모순적인 매력이, 가사에 담긴 무거운 메시지를 관객이 체하지 않고 부드럽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번안도 맛깔나게 잘 됐다.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세상을 멈춰! "신문에 나오지 않는 일은, 없는 일"이라고 퓰리처는 말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세상을 멈추는 데 성공한다. 노동을 하지 않는 것, 세상을 멈춤으로서 아주 조금씩 좋아지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 그들이 한 일은 단순히 몇 푼 돈을 더 받기 위한 게 아니었다. ⓒ 곽우신


"우리에게도 권리가 있다. 알아듣나? 예! 종이 땡땡 치면 노예처럼 달려갈까? 노! 수백만의 소리, 광장 가득 채우리라. 울려 퍼져라. 세상을 멈춰! 게임 끝났어. 벌레처럼 벌벌 대지 않을 거니까.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맞서 싸운다. 밑바닥에서 할 만큼 했어.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보여줄 거야. 주사위를 던져. 횃불을 높여. 소리 질러라. 울려 퍼져라. 일어나리라. 높이 더 높이 불꽃처럼 밝게 타올라."- 뮤지컬 <뉴시즈> 1막 No.07 '세상에 알게 될 거야(The world will know)' 중에서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소년들이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현장, 엄숙주의에 빠지기 쉬운 소재를 <뉴시즈>는 상기한 넘버의 매력을 바탕으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뉴시즈>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 바로 여기다. 극 속 뉴스 보이들의 파업은 실제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성공한다. 깡패와 경찰의 진압, 보호소의 위협, 퓰리처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승리하는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그 해피엔딩까지 가는 길에 사용된 무수한 개념과 단어들, 예컨대 파업·노동조합·투쟁·자유·혁명·임금·노예 등이 무섭지 않게 다가온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5년 9월 8일 미국 노동절 기념 보스턴 노동위원회 연설에서 한 이 발언은 국내에서도 크게 회자된 바 있다(관련 기사 : '노조 가입하라' 오바마 vs. '노조 쇠파이프' 김무성). 극 중 데이비는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그의 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노동'이라는 말은 불순하고 '노동조합'은 불온한 것으로 여겨진다. 툭하면 귀족노조 프레임을 덧씌우고, 시민의 불편과 파업의 사회경제적 손실만을 부각한다. 무노조 경영이 경영 '철학'으로 포장되는 나라이다보니 노조 조직률은 10% 내외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노동이라는 말에 60%가 넘는 초등학생이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는 <경향신문>의 지난 4월 28일 보도(관련 기사 : [노동이 부끄러워요?](1) "노동 생각하면 노예 떠올라... 내 꿈은 노동자가 아니에요")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신문팔이들의 기개 신문 헤드라인이 뭐가 뜨느냐가 신문팔이 소년들의 그날 장사를 결정한다. 계속되는 철도 파업에 신문이 잘 팔리지 않아 투덜대면서도, 철도 파업 자체를 폄훼하거나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런 연대 의식이 이후 뉴스 보이들의 파업 결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곽우신


"정의를 위해 일어날 기회, 놓칠 수 없어. 목소리 높여 앞으로, 용감하게 전진하라. 자랑스러운 의지와 패기, 당당한 우리. 다 같이 가면 할 수 있어. 우리의 혁명 시작하자. 스트라이크! 전! 진! 전! 진! 전진! 전진! 오, 스트라이크! 오늘을 힘껏 잡아봐. 무적의 군대 나간다. 항복은 없다. 포기도 없다. 죽어도 간다. 너와 나의 미래, 우리 꿈을 향해, 너와 나 함께 가자."- 뮤지컬 <뉴시즈> 1막 No.10 '오늘을 힘껏 잡아(Seize the day)' 중에서

이런 세상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여되는 대극장 뮤지컬이 당당하게 그리고 신나게 "스트라이크(Strike : 파업)"를 연호하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다. 파업 전야의 흥분부터 승리의 희열까지 이어지는 아이들의 투쟁. 이들의 권리 찾기 과정에서 노조의 필요성, 쟁의의 정당성 등이 별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가히 디즈니의 감성으로 무장한 뮤지컬판 <송곳>이라고 할 만하다.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도록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세상을 바꾸기 전날 궁지에 몰렸던 뉴스 보이들의 파업은 캐서린의 아이디어로 활로를 찾는다. 퓰리처의 신문사 지하에 방치된 낡은 인쇄기를 재작동하여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신문을 인쇄하기로 한 이들. 그 과정에서 캐서린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한다. 웃음 포인트로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개혁적 엘리트가 동참하는 모양새가 그럴 듯 하다. ⓒ 곽우신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추악한 그리고 참혹한 진실 미국 저널리즘의 황금기를 이끌며 추앙받던 퓰리처. 하지만 신문산업의 이득은 우수한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게 아니라 단가를 후려치며 뉴스 보이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식으로 얻어졌다. 루스벨트를 '빨갱이'로 몰며 뉴욕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그의 실체를, 뉴스 보이들이 폭로한다. ⓒ 곽우신


"잉크가 딸리면 피라도 짜줄 테니, 약한 소리 집어치워. 몽둥이로 때려 부숴대도 난 지켜야 할 꿈이 있어. 지금부터 신문 1면에 새길 말 오직 자유. 눈물은 지워버려. 잡초처럼 일어나. 먼지 같은 삶에서 깨어나라. 어디든 널렸지, 상처 난 맨발로 구두를 닦는 아이들. 14시간 미싱만 돌리다 결국 피 토하는 아이들. 더는 못 견디겠어.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다. 들리나? 투쟁의 소리가! 새날이 가까워졌다. 새벽 동트면 어둠은 걷히리라. 심판의 시간이 왔다. 대가를 치러라. 피할 수 없다. 지금이야! 때가 왔어." - 뮤지컬 <뉴시즈> 2막 No.19 '지금부터 영원토록(Once and For all)' 중에서

이 디즈니판 <송곳>은, 뉴스 보이들의 투쟁이 승리로 매조지어진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이 소년들의 파업이 성공한 요인에는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들이 여럿 있다.

우선 퓰리처의 딸인 캐서린의 동참이 크다. 동명의 원작 영화에서는 잭을 돕는 기자가 남성이었으나, 뮤지컬 무대에서는 새로운 설정의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계층적으로는 엘리트 부르주아, 성별은 여성, 직업은 화이트칼라, 나이는 소년들보다 많은 20대 이상이다. 직업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극심했던 당시, 직장 내에서 억압받는 화이트칼라 여성이 가난한 블루칼라 남성의 손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아는 걸 써 같은 오디컴퍼니의 라이선스 작품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명대사, "아는 걸 써"가 <뉴시즈> 넘버 '보여주겠어(Watch What Happens)' 가사에도 등장한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남성주의적 권위에 대한 저항, 그리고 잭에 대한 애정까지 한 넘버에 잘 녹였다. 가사 번안이 상당히 재치있다. ⓒ 곽우신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뉴스 보이들을 촬영하는 캐서린 "놀라운 걸 보여주겠다"는 잭은 약속을 지켰고, 캐서린 역시 약속대로 기사에 싣기 위해 소년들의 파업을 취재한다. "펜 한 자루와 카메라를 들고 싸운 여기자 또 소년들은 전설이 될 거야, 두고 봐"라고 했던 그녀의 다짐은 현실이 된다. ⓒ 곽우신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잭과 캐서린의 사랑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잭과 캐서린. 이 연상연하 커플이 극 내 유일한 애정관계이다. 다소 뜬금 없지만, 극 분위기와 크게 충돌하지도 않고 캐서린 역시 주요한 역할들을 하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다. 키스 신이 다소 뜬금없기는 하지만, 둘이 '꽁냥'거리는 게 워낙 귀여워서 그대로 보는 맛이 또 있다. ⓒ 곽우신


돈 때문에 파업 대오에서 이탈하려는 동료들에게 뉴스 보이들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거나 배제하는 대신 그들을 설득해 함께할 수 있게끔 한다. 브루클린, 할렘 등 각지에서 활동하는 뉴스 보이들도 파업 동참 의사를 밝힌다(지역). 지하의 낡은 인쇄기를 돌리려는 뉴스 보이들을 돕는 건 캐서린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엘리트 청년들이다(계층). 17살 잭이 이끄는 파업에는 다리를 저는 크러치(장애)와 이들보다 훨씬 어린 레스도 함께하고, 아직 대통령이 아닌 주지사 루스벨트도 그의 노회함을 발휘해 조력한다(세대). 결국, 뉴욕 전체의 뉴스 보이 파업은 다른 일에 종사하는 이들의 연대까지 이끌며 뉴욕 전체를 멈추는 데 성공한다(직업).

서로를 향한 배려와 신뢰 그리고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지난했던 노동과 자본의 대결은 대부분 자본의 승리로 끝나고 말지만, 그 와중에 의미 있는 디딤돌들도 하나씩 쌓이고는 한다. 1899년 뉴스 보이들의 승리도 그런 디딤돌 중 하나였다. 덕분에 멀고 먼 이상향 산타페에 갈 날만 노래하던 잭은, 더는 산타페를 그리워하지 않고 뉴욕에 남기로 한다. 그 산타페를 이 뉴욕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단순히 100부에 50센트 하던 신문값이 10센트 오른 게 문제가 아니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방치되어 있던 다른 아이들의 손을 잡아준 싸움이었고,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의 꿈을 오늘의 현실로 만드는 투쟁이었다. 그런 투쟁이 모이고 모여서 오늘의 우리가 누리는 노동삼권의 기초가 됐다.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파업 결의 10대 아이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해서 그것을 '잘 모르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뉴시즈> 속 뉴스 보이들은 소위 '꼰대질'에 매몰된 기성 세대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인다. ⓒ 곽우신


뮤지컬 <뉴시즈> 프레스콜 19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뉴시즈>의 프레스콜 현장. 1899년 미국 뉴욕의 뉴스보이 파업 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지난 1992년 디즈니에서 동명 영화로 만든 후 무대 버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 파업의 시작 뮤지컬 <뉴시즈>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파업을 유쾌하게 묘사하면서도, 단순하게 소비할 만한 소재로 전락시키지도 않는다. 재미있게 그리면서도 주제의식의 날카로움을 놓치지 않는 그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 곽우신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내 권리를 지키는 것은 그것이 집회든 시위든 파업이든 내 꿈을 지키기 위한 아주 당연한 행동이다. 뮤지컬 <뉴시즈>는 1899년 미국과 2016년 한국을 비교하게끔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꺼리는 이러한 움직임들이 사실은 굉장히 당연한 움직임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오늘을 잡을 용기를 일깨운다.

"오늘을 위해 일어나. 오늘을 힘껏 잡아봐. 하루 또 하루, 조금씩 가면 길을 찾으리. 승리를 잡으리. 약한 마음에 용기를, 두려워 말고 희망을, 힘과 권력도 어떤 고난도 버텨낼 거야. 거친 비바람 쳐도, 서롤 믿으며 작지만 강한 불꽃이 되어 함께 할 수 없어 등 돌린다 해도 형제의 맹세 지켜내겠다고 오늘을 위해 일어나 오늘을 힘껏 잡아봐 자, 나간다 하나가 되어 한껏 힘을 모아 우리 꿈을 현실로 이룰 때가 왔어!"- 뮤지컬 <뉴시즈> 1막 No.10 '오늘을 힘껏 잡아(Seize the day)' 중에서

더 늦기 전에, 당신의 당연한 권리를 잡아라. 오늘을 힘껏 잡아라. 오늘은 126번째 메이데이, 노동절이니까.



뮤지컬 <뉴시즈> 포스터 지난 4월 12일 개막하여 오는 7월 3일 폐막할 예정인 뮤지컬 <뉴시즈>의 포스터. 아시아 초연인 이 라이선스 작품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톤이 단점이지만, 그 단점을 만회하고 남을 정도의 매력 포인트가 넘친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 강약 조절이 확실한 가사와 힘 있는 메시지 이 모든 것을 밝은 색으로 녹여내렸다. 노동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유쾌하고 재치있게 풀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한 작품이다.

▲ 뮤지컬 <뉴시즈> 포스터 지난 4월 12일 개막하여 오는 7월 3일 폐막할 예정인 뮤지컬 <뉴시즈>의 포스터. 아시아 초연인 이 라이선스 작품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톤이 단점이지만, 그 단점을 만회하고 남을 정도의 매력 포인트가 넘친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 강약 조절이 확실한 가사와 힘 있는 메시지 이 모든 것을 밝은 색으로 녹여내렸다. 노동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유쾌하고 재치있게 풀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한 작품이다. ⓒ 오디컴퍼니



뮤지컬 뉴시즈 파업 노동조합 뉴스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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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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